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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3일째, 고등학생에게 최루액을?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다'라고 크레타인이 말했습니다. (크레타는 지중해 섬 이름입니다) 그가 진실을 말했다면 스스로가 거짓말쟁이다 되어 결국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가 아닌게 됩니다. 이와같은 '자가당착'의 논리에 빠지게 되면 절대로 진실을 말할 수 없게 됩니다. 


이것은 철학자들이 고안해 낸 순환논리의 오류로서 사람의 두뇌를 매우 난처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래서 언어와 논리의 세계는 불완전한 것이고 세상은 변화시킬 수 없는 불가항력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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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가당착의 오류에 빠진 대한민국 "법"

이와같은 자가당착의 논리는 현재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은 민주시민이 됩니다. 그런데 민주시민은 기본적으로 법과 질서를 잘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경찰은 국정원 사건을 통해 진실을 파헤칠 능력과 자격 모두를 상실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법조문을 나열하면서' 국정원 사태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는 학생과 시민들에게 '법을 지켜야 한다'고 강권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법을 어긴 것은 국민이 아니라 정부 기관과 경찰 수뇌부들이었고 시민과 학생들은 그것에 대해 제대로 처리하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의 거리 진출을 막는 경찰이 법을 수호한다기 보다는 자신들의 치부와 자기들이 추종하는 정권을 보호하려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 법은 스스로의 자가당착에 빠져있습니다. 법을 어기는 주체에 대해서 법을 제대로 지키라고 주장하는 것이 법에 어긋나 버리는 자기모순의 오류 말입니다. 




▲ 국정원 규탕 촛불집회 3일째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3일째, 토요일보다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주측이된 집회에 일반 시민들도 많이 참석하여 주셨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집회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는 집회 결사의 자유가 있건만 국정원 규탄 촛불 집회의 자유는 정말로 최소한만을 보장하겠다는 것 같았습니다. 

 


[출처 : 한대련]




집회 장소 근처에 이런 식으로 경찰을 배치시켜 놓으면 누가 이 집회에 오려고 할까요? 모이는 숫자보다 휠씬 많은 수의 경찰을 청계광장 근처에 배치시켜놓고는 광장을 대열로 막는 모습, 이것은 민주주의의 경찰 모습이라고 하기 힘들었습니다.  


청계천에서 올라오던 외국인들도 신기해서 쳐다보는 모습, 정말이지 창피하지 않은가요? 



[출처 : 오마이뉴스]



경찰이 넓은 종횡대로 늘어서 있다고 해도 시민들을 막을 수 없었고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3일째는 예정대로 열렸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학생들이 집회를 마치고 거리 행진을 하려는 상황에서 발생하였습니다. 파이낸스 빌딩 앞 길을 따라 시청 쪽으로 이동하려는 대열에게 경찰이 최루액을 난사한 것입니다. 


 


[출처 : 뉴시스]




경찰은 신고되지 않은 시간과 장소를 나열하며 학생들의 거리 행진을 막아섰는데 그렇다고 하여 저처럼 최루액을 시민들에게 난사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앞섭니다. 그리고 저 최루액에 직접 맞은 사람은 일반 시민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닌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어린 학생에게 경찰이 벌인 일은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최루액이 눈에 들어갔는지 시민들이 눈에 생수를 뿌려주는 장면이 가슴을 매우 아프게 합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 학생보다 경찰의 숫자가 월등히 많았고 차량을 개조한 방어막이 광장을 둘러쌓고 있었습니다. 왜 학생들이 3일째 광장에 나와 집회를 하고 있고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광장 밖 시민들에게 알리기란 그리 쉬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회 참석 인원들은 대열을 이탈하여 나중에는 얼마남지 않았고 다시 무교동 방향으로 행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시 폴리스라인에 막혔고 차량으로 입구를 봉쇄하였기에 더 이상 앞으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였습니다. 





자리에 앉아 정리집회를 하였고 주변 시민들의 격려와 응원이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앞에서는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조그만 통로까지 막아선 경찰에게 일반 시민들의 항의와 실랑이가 오가기도 했습니다.  






▲ 최루액 맞은 고등학생 도리어 웃으며 촛불집회 독려

바로 앞에서 최루액을 맞았던 학생이 이제는 괜찮아졌는지 앞에 나와 환하게 웃으며 "자신은 대학생이 아니라 고등학생이다"라고 당당하게 밝혔습니다. 자신은 어리지만 현재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똑똑히 알고 있다며 앞으로 촛불집회에 대한 의지를 표시하였습니다 .


이렇게 하여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3일째가 끝났습니다. 집회 진행은 미숙하고 특별히 정해진 것 없이 이리저리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었지만 하루하루 나아지는 것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살벌한 운동가요 한 곡 없이, 과격한 선동 구호를 외치는 사람 한명 없어도, 마음 속 깊은 분노와 무엇인가 꼭 행동으로 옮겨야겠다는 의지만은 차고 넘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새로운 한주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촛불집회는 책임자가 정당한 처벌을 받고 박근혜 대통령이 해명할 때까지 계속되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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