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 종일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구절이 생각나더군요. 제가 식민지 조국에 사는 것도 아닌데 빼앗길 들에서 절규하는 시인의 감성이 이토록 공감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추천 꾹>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출처 : http://k.daum.net/qna/view.html?qid=2fX1w
▲ 정부판 아고라 '아이디어 마당' 출범시킨다
안전행정부는 19일 "정부 3.0 비전"을 선포하면서 고비용 사업 또는 국정 과제를 실행하기 전에 온라인 투표로 국민의 목소리 듣겠다고 합니다. 그 일환으로 아이디어 마당 (가칭)이라는 국민 참여 플랫폼을 만든다고 하는데 일종의 정부판 '아고라'라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정부의 고비용 사업 또는 주요 국정 과제를 실행하기 전에 온라인 투표로 국민 목소리를 먼저 듣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촛불집회 당시 인터넷 여론은 뜨겁게 달구었던 포털 다음(DAUM)의 '아고라'를 정부가 기획하고 만들어보겠다는 뜻 같습니다.
광우병 파동에 따른 촛불 트라우마는 이명박, 원세훈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판 아고라는 국민 참여를 확대하여 촛불집회 같은 극단적인 갈등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겨져 있는 듯 하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정부3.0 비전선포식, 출처 : 연합뉴스]
▲ '정부 3.0' 버전이 높다고 좋은 정부 아니다
'정부 3.0'은 어디에서 생겨난 이름일까요? 추측컨데 인터넷 발전의 파라다임이라고 할 수 있는 '웹2.0'의 상위 버전으로 '정부3.0'을 따라 쓴 것 같습니다. 인터넷 초기 일방성의 웹 환경이 웹 1.0 이었고, 개인 미디어 발달로 인해 쌍방 소통의 자유로와진 상태를 사람들은 '웹 2.0' 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선에서는 아직 웹 3.0은 가정만 나올 뿐 규정되어지거나 실체가 탄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정부 버전이 '1.0'도 아니고 '2.0'도 아닌 홀로 '3.0'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남들이 보면 대단히 발전된 버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초와 과정 없이 버전만 높인 디바이스는 필패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전문가라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으로 정부 또는 권력기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정부 주도의 인터넷 플랫폼을 만들고 국민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비전이 얼마나 진실성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렇게 국민의 소리를 듣고 싶고 소통하고 싶다면 매우 간단합니다. 다음(DAUM) 아고라에 들어가서 십분만 살펴보아도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 얼마든지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다음 아고라는 감시의 대상이지 여론을 수렴하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부가 직접 나서서 또다른 정부판 아고라 (아이디어 마당)를 만든다고 하는 것이 돈 낭비, 시간 낭비, 국력 낭비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필요한 것은 국민의 소리를 들어보려는 정부의 열린 마음입니다. 현재 사람들이 말할 곳이 없어서 답답하다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이야기해도 꿈쩍 않하는 정부의 불소통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다음 아고라]
▲ 정부판 아고라? 여론 게시판을 정부가 소유하겠다고
정부판 아고라, 도리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마저 정부가 독식하려 드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부추기기만 합니다. 또한 자신들만의 '아이디어 마당' 사이트을 만들어서 그곳의 의견이 마치 국민 전체의 의견인 양 호도하고 조작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국정원이 대선과 국내 정치에 개입하고 그것을 수사한 경찰이 사실을 은폐하고 책임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만든 인터넷 사이트에 개입하고 은폐하고 왜곡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정원 사건을 제대로 심판 하지 않으면 국정원의 선거 개입으로 탄생한 정권의 진실성은 담보받을 수 없습니다.
떳떳하다면 엄격하게 처벌하고 그렇지 않다면 대강 봐 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의 수사 과정을 지켜보건데 '많이 봐주고 있다는 느낌'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 나비야 제비야 깝치지 마라
나라를 빼앗긴 시인의 눈에는 국토를 노니는 나비와 제비마저 곱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영토 안에 살고 있고 나라를 위하는 척 떠들지만 딴 생각 품은 자들의 언행이 어지간히 보기 싫었으면 "깝치지 마라"고 단단히 타이르고 있습니다.
국민과 그렇게 소통하고 싶으면 먼저 국정원 사건부터 더 확실히 밝히고 책임자를 엄벌하기 바랍니다. 누가 지시를 내렸고 어디까지 알고 있었으며 결국 누구를 위해 충성한 것인지 말입니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국민과의 소통 제1 과제는 방치해 놓은 채, 시민 온라인 투표를 하고 여론을 듣기 위해 정부판 아고라를 만든다는 이야기 모두가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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