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96주년 삼일절이다. 그날 우리 선조들의 나라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으로 그들을 추모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나라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태극기 게양'이라고 한다. 다른 때에는 이런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며칠 전 부터 아파트 엘레베이터 안에 3.1절 국기게양에 관한 안내문이 등장하였다.
[3.1절 국기게양 홍보 자료]
▲ 태극기 달기 홍보자료까지 배포
태극기 달기 홍보자료로서 학생 교육용 , 공동주택 게시판 용이라고 표시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나라에서 배포한 것 같다. 아파트 관리소장의 애국심으로 안내문을 달았다면 '학생교육용'이라는 문구는 삽입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태극기 달기 홍보자료에서 인상적인 문구는 '나라사랑'이다. 안내문구를 보고 있자면 태극기를 달면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고 안 달면 애국자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얼마 전에 개봉한 '국제시장'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지니까 하던 부부싸움을 멈쳤다는 장면을 두고 애국심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대통령의 감상평이 발단이 되었다.
뭐 영화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는 영화일 뿐, 감독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다면 보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의도가 없었다면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이다. 애써 거기에 의미를 달고 사람들을 계몽하려는 자들이 문제인 것이다.
[실제 3.1절 국기게양 참여율은 그리 높지 않다. 삼일절 오전 10시경]
▲ 애국심은 우러나오는 것이지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시장'은 한 편의 영화였는데 그 이후에 '애국심' '태극기'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진 것 같다. 대통령은 그냥 자기 아버지 세대를 이야기하면서 향수에 젖었을 뿐인데 밑에 있는 사람들이 오바했을 수도 있다. 갑자기 국민의례를 부활시킨다는 소리가 들리질 않나, 국기 게양을 의무사항으로 만들겠다는 자들까지 생겨났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나는 이번 삼일절에 태극기를 달지 않겠다. 왜냐하면 애국심은 우러나오는 것이지 강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극기를 달았다고 모두가 애국자가 아니며 태극기를 안 달았다고 모두가 애국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상식이 땅에 떨어진 세상에서 '너는 태극기를 달지 않았느니 애국자가 아니다' 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누구처럼 군대를 안 가기 위해 진단서를 제출해 본 적도 없고
떼 돈을 벌기 위해 부동산 투기도 않 했고
자식들의 교육, 재산 증식을 위해 위장 전입을 한 적도 없고
국가의 장 자리를 얻으려고 다른 사람을 시켜 댓글 작업을 하지 않았고
멀쩡한 강을 막아 호수를 만드는 어처구니 없는 일에 동조하지도 않았고
해외에 나가서 지하자원 발굴 한다고 나랏돈 낭비한 적도 없다.
[서울 도심 3.1절 국기게양, 대형 태극기 등장 출처 오마이뉴스]
▲ 정말로 애국심을 가져야하는 자들은 위정자다
태극기를 달아서 국민의 애국심이 높아지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평소 생활이 정말로 나라를 위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애국은 말로만 하는 것이라 실천하는 것이다. 일반 국민은 자기 맡은 바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꼬박꼬박 세금 잘 내는 것만 해도 충분한 애국이다.
애국심의 높은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것은 정작 위정자들이다.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이 탈세는 기본이고 언제나 땅 투기, 위장 전입, 막말, 국가 예산 낭비를 일삼으면서 국민들한테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의 특징이다. 세계 대전 패망 국가였던 독일, 이태리, 일본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이 국민에게 강요한 것은 언제나 애국심이었다.
남에게 애국심을 강요하는 자들은 국가기념일에 달랑 태극기 하나 달고선 자기가 무척이나 애국자가 된 것처럼 으시댈 것이다. 그리고는 남들을 평가하겠지. 태극기를 달지 않으면 애국자가 아니라고. 이런한 자들이 나라에서 자취를 감추는 것이 국민의 애국심을 되찾을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애국심은 우러나오는 것이다. 태극기 게양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나는 삼일절에 태극기를 달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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