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한테 보험 들어주고 마음 상한 이야기
그런데 메일을 체크하다가 갑자기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생겼습니다. 보험사로부터 온 보험료 납부확인 메일이 묘하게도 생일축하 메일과 섞이면서 불현 듯 안해도 될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가입한 곳에서 생일이라고 보내온 메일들, P 보험사 안내 메일]
2년여 전에 보험을 하나 들었습니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는데, 아는 후배가 평소에 너무나 저한테 잘하고, 간절히 바라기도 하여 큰 마음 먹고 약간은 부담되는 액수의 계약을 해주었습니다. 연금 보험으로 들었는데 사실 내용을 자세히 확인해 보면 제 나이 60세 부터 월 얼마씩 연금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수령액을 지금 물가로 따져보면 적지 않은 액수이지만, 요즘의 물가인상분으로 계산해 보면 그리 유리한 조건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10년 전의 만원과 현재의 만원의 가치가 다른 데, 몇 십년 후의 월 얼마 수령액은 사실 너무나 거리가 먼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과 상관없이 고생하는 후배 생각하여 가입해 주었지요. 그냥 이자 없는 적금 붓는다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공교롭게도 들었던 시기가 문제가 있었지만 전혀 이자나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거의 원금 수준으로 유지되더군요. 이것도 사실 요즘 같이 궁할 때 한판 할 이야기지만 후배가 상대방이니 그냥 입 다물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작년과 올해 달력 문제로 불거졌습니다. 년말이 되면 들어오는 달력과 다이어리에 따라 마음의 훈훈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는 경기도 안 좋고, 달력인심도 흉흉해져서 예전과 같이 넘쳐나는 달력을 골라쓰는 경우는 드물어졌습니다.
보험 가입 전에는 항상 후배가 가져다주는 고급스러운 달력과 다이어리로 한해를 보냈던 저였는데,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다른 보험사에 다니는 선배가 달력을 가져다 주면서 기억이 되살아 났습니다.
'이 녀석이 많이 바쁜가 보다' 그 해는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중간에 한번 봤을 때 약간의 항의성 멘트를 날렸죠. '야 나 A 보험사 달력보고 있다' 후배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죄송하다고 하더군요. 뭐 그냥 넘어갔습니다.
[살림살이가 각박해지니 책상달력 하나에도 마음이 상하네요]
그런데 올해도 달력은 오지 않았습니다. 뭐 그냥 넘어갔습니다. 경기도 안 좋은데 보험업이 가장 타격이 크겠지 하구요. 그런데 다른 소액 보험사에서도 안부 문자정도는 보내주고, 생일 때 축하 메세지 정도는 보내는데, 정작 후배 녀석 아무런 소식도 없고, 달랑 보험료 안내 메일만 받아보니 마음이 상했습니다.
사람이 원래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이가 보험과 상관없이도 서로의 생일 정도는 챙기던 사이였는데 보험 가입하고 이렇게 멀어지다니 많이 서운하더군요.
그리고 보험사원의 고객관리에서 중요한 날이 고객 생일과 설날 정도일 텐데 그것마져 챙기지 않으니 이 후배녀석 일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아는 사람이라고 너무 익숙해서 이런 대우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차별 없는 고객관리인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보험 들때는 그냥 대리점 가서 가장 잘 하는 사람 소개시켜 달라고 해서 들어야 겠습니다. 그래야 사람 관계 잃지 않고, 보험에 의한 미래 보장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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