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칠한

MBC 파업,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정치적인 것을 금기시하는 풍토가 있습니다. 직장 내에서 정치적인 논쟁을 금하는 경우가 있고, 대형 교회에서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입니다. 마치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은 매우 저속하거나 생각 없는 사람으로 치부해 버리기 십상입니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조직 체계의 효율성을 위해서 정치적 언급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내 규칙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 정치적 이야기를 터부시 하는 집단, 교회 


하지만 종교 집단에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멀리하려는 풍토는 자신들의 거룩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움켜쥐고 있는 기득권을 보전하기 위한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대형 교회의 담임 목사 부자 세습이라든지, 난립하는 교단들을 보면 가장 정치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자신들의 모습이거늘 우리 삶에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 개인의 의견을 터부시하는 습성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


인간과 삶을 이야기하고 영혼과 구원을 이야기해야 하는 종교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정치적인 것이라 매도해 버리고, 논하는 것 자체를 꺼리게 만든다면 참다운 종교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대형 교회 목사들은 알게 모르게 여당과 보수층의 논리를 대변하며 장로 지도자를 내세우고, 반정부 세력을 사탄이라 규정하고 매도하는 행태를 보면 참으로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것에 대한 편견은 이번 MBC 파업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MBC 사측이 신문 광고에 낸 문구를 보면 이들이 얼마나 정치적인 것을 경멸하며 적대시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MBC노조가 하고 있는 파업은 정치파업이고 그것의 이유는 야당 지도자들만 노조 집회에 찾아왔기 때문이라는 논리입니다. 기본적인 논리 수업을 잘 받아더라면 이런 터무니없는 결론에 도달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다면 만약 여당 정치인들이 MBC파업 집회에 참여했더라면 균형잡힌 비정치적인 파업이 되는 것일까요?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 야당이 집회에 참석하면 정치적이라는 논리, 어느 별에서 왔니?


야당이 참여하면 정치적인 것이고, 여당이 참석하면 비 정치적인 것이라는 논리는 잘못된 것입니다. 이것은 전제부터가 오류이기 때문에 결론이 잘못되어지는 전형적인 예입니다. 


이 광고를 만든 MBC 사측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이라는 단어를 가치 부정의 뜻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우리나라 초등, 중등, 고등 교과서에도 다루는 중요한 개념이며 꼭 알아야 하는 내용입니다. 이것은 가치 부정적인 것도 아니고 긍정적인 것도 아닌 우리 생활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구조이기에, 우리가 잘 알고 함께 해야하는 것이라 가르치고 있습니다.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대표적인 예는 지도자를 뽑는 선거 참여가 있습니다. 우리가 왜 선거를 할까요? 우리의 삶을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들 지도자를 뽑는 것입니다. 선거에 의해 뽑아진 국회의원, 시도지사, 대통령은 당선인이 되는 것이고 이들을 우리는 정치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MBC 사측이 가지고 있는 생각처럼 '정치적'인 것이 모두 나쁜 것이라면 정치인들은 죄다 나쁜 사람들이 되버리는 것입니다. 결국 정치 없는 깨끗하고 순백의 세상에 살고자 하는 MBC 사측의 인생관이 노조를 나쁜 집단으로 몰아버리는 결론을 유추하는 것 같습니다. 




▲ MBC는 국민의 공영방송


MBC는 이윤 추구가 목적이기 때문에 기업 내에서 정치적인 언급을 금기시하는 회사라고 주장할 수도 없습니다. MBC는 진실을 다루는 언론사이고, 국가에 속한 공영 방송입니다. 언론사가 참과 거짓을 논하는 것을 정치적인 것이라고 몰아세운다면 그들은 언론인이 아니라 예능인의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의 공정성 회복을 위한 MBC 파업이 노동조합 파업의 단골 메뉴인 '임금 협상' 외에 것이기 때문에 '정치파업'이라고 주장한다면 MBC의 이번 파업은 '정치파업'이 맞습니다. 언론의 공정성 회복이라는 '임금 협상' 보다 더 고귀한 가치를 위해 파업을 벌이는 것이 정치적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칭찬받을 당연한 본분이지 배척하거나 비난 받을 일은 아닙니다. 


정치란 이와 같이 '사람들의 조직된 힘을 통해서 더 나은 삶의 방식을 결정해 나가는 과정' 이라고 생각합니다. MBC 노동조합은 김재철 사장의 비리 의혹과 아울러 그가 온 후부터 훼손된 언론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 정치적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MBC 사측이 사용하는 가치 부정의 '정치적'이라는 단어의 뜻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가치 긍정의 '정치적' 행동인 것입니다.  






그리고 저번 주말을 기해서  MBC사측의 노동조합에 대한 정치 파업 비난은 그 근거조차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야당 인사들만 노조 집회에 참여해서 '정치 파업'이라는 주장은 6월 30일 서울광장에서 있었던 <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 노조 집회에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참석하면서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여당 인사도 노조 집회에 와서  김재철 사장에 대해 칭찬 한마디 없었고, 현재 사장 선임 방식에 문제가 있으며, 개정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MBC 사측


그리고 MBC 노동조합의 파업보다 더 정치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은 MBC 사측입니다. 자기 회사에서 일어난 일은 자신들이 직접 해결해야하는 것이 원칙이거늘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접근했다가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고 합니다. (관련글)


노조 집회에 야당 의원들만 참여한 것이 정치적이라면 여당 인사를 만나려는 사측의 행동 또한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행동일 수 밖에 없으며, 이런 행동이야 말로 가치 부정의 '정치', 건강하지 못한 정치적 행태인 것입니다. 


MBC 사측은 지금도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조원들에 대한 무차별 징계를 내렸고, 고소 고발을 서슴지 않았으며, 인사권을 쥐락펴락 하고 있습니다. 이런 힘 있는 자들이 이것도 모자라 집권당 의원들을 찾아다닌다는 것 자체가 건강해 보이지도 않고 나쁜 정치의 전형적인 예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




▲ 정치를 금기시하는 사람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조심하라!


정치라는 단어를 금기시하고 숨기면 숨길수록 그 사회는 불건전해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충분히 이야기하고 옳고 그름을 따지며 사회적 소통과 합의를 이루어가는 것이 건강한 사회일텐데, '정치적인 것은 나쁜 것이다'라는 도식을 세상에 유포시키는 사람들의 숨은 저의가 매우 의심스럽니다. 


현재 자신의 삶의 문제점과 어려운 점을 주변 사람들과 충분히 이야기 하시길 바랍니다. 자기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일을 잘 하지 못해서 삶이 힘들고 가난한 생활의 연속이라면 할 수 없지만 공부도 잘하고, 일도 열심히 했는데 삶이 엉망이라면 이 사회에 무엇인가 잘못된 구조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시기 바랍니다. 생각해보다가 혼자의 힘으로는 그것을 밝힐 수 없다면 주변의 사람들과 힘을 합쳐 밝혀내고 변화시키는 것이 정치입니다. 우리는 정치를 통해서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수 있습니다. 


정치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정치를 나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나쁜 지도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지금부터 유심히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꼭 투표하여 진정한 정치인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