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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티아라 세바퀴 출연, MBC의 실수인가 의지인가?

MBC 파업 기간 동안 모 아나운서의 업무 복귀글이 화제가 되면서 '촘촘한 경계'라는 유행어가 생겼났습니다. 저도 참으로 주옥같은 표현이라 포스팅을 하면서 몇 번 인용하여 사용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런던올림픽이 시작되면서 여자 펜싱 경기에서의 숨겨진 '1초'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고, 얼마 전에는 아이돌 그룹 티아라의 왕따 문제가 불거지면서 트위터로 주고 받은 '의지'가 유행어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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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개그학개론 이나영 편에서 나온 '의지' 출처 : MBC 무한도전]



그래서 어제 무한도전 개그학개론편에서는 김태호 PD가 '1초'와 '의지'를 그럴듯하게 자막처리하여 시청자들로부터 사회풍자의 달인으로 추앙받으며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지금은 '1초'와 '의지'가 매우 민감한 뜻과 상징을 갖는 시기인 것입니다.    



▲ 한 방송, 두 살림, 무한도전 VS 세바퀴


그런데 MBC는 한 방송국에 두 살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어제 토요일 세바퀴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풍자하거나 회피하지는 못할 망정 아무런 여과 없는 '의지'를 드러내 또한번 구설수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화영 왕따설이 불거지면서 활동을 중단한 티아라의 모습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것입니다. MBC는 티아라 왕따설이 생기기 이전에 촬영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해명이지만, 이날 티아라의 방송에서의 비중과 소개는 MBC가 이 문제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전에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의 사후 방송분은 편집을 통하여 비중을 줄이거나 방송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삭제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MBC 세바퀴는 티아라의 신곡을 세명의 출연 맴버가 춤을 추며 노래하는 것이 처음부터 나왔고, 새 맴버 아름의 예능 신고식이라는 이름 하에 댄스 시간까지 방송에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 활동중단 티아라의 새 맴버 신고식 무편집 의도?


활동 중단을 선언한 티아라의 새 맴버의 아름의 신고식은 방송에서 정말로 불필요한 장면이었습니다. 이런 장면은 당연히 편집되었어야 하는데 그대로 방송에 나온 것을 보면 시청자들을 무시하거나 아니면 티아라의 부활을 원하는 의도가 섞였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세바퀴에 출연한 티아라 후폭풍, 출처 : MBC ]




1시간 짜리 방송을 위해 보통 5~6 시간의 녹화를 하기 때문에 편집에 따라 충분히 특정 출연자의 분량은 줄이거나 조정할 수 있는 것이 녹화 방송입니다. 그런데 MBC 세바퀴는 티아라가 현재 '왕따'라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의 중심에 서 있고,본인 스스로가 활동 중단을 선언한 상태라는 것을 감안하였으면 티아라 노출 부분은 삭제하거나 조정하였어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티아라가 웃고 노래 부르며, 춤추는 것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것입니다. 조금은 잠잠해지려나 싶었는데 난데없이 공중파 방송에 나타난 티아라를 본 시청자들은 눈을 의심하거나 강한 불쾌감을 느끼며 세바퀴 시청자 게시판을 비난의 글로 도배하였습니다. 




[세바퀴 게시판, 출처 : MBC]




▲ 현실 감각이 없는 방송


언제부터인가 MBC는 세상에 대한 현실 감각을 모두 상실한 것처럼 보입니다. 현재 티아라 관련 논란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로 보입니다. 그것이 '왕따'라는 사회적 문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인 것입니다. 소속사에서는 화영에 대한 '왕따'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티아라의 팬들과 일반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미 문제는 엎질러진 물처럼 흘러가 버렸고, 티아라가 나왔던 광고주들은 자신들의 이미지 실추를 염려하여 광고 해지와 모델 교체라는 발빠른 대응을 하였던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티아라 문제는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심각한 문제가 되었고, 여론은 소속사의 변명보다는 '왕따'가 있었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MBC 가 현명하거나 현실 감각이 있었다면 세바퀴의 티아라 방송분은 편집하거나 방송을 연기하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현재 MBC는 런던올림픽에 올인하면서 정규 방송 시간의 개념도 상실하였고 올림픽 일정에 따라 기존 프로의 결방은 아주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주말 세바퀴 결방은 큰 오점으로 남을 일도 아니었습니다.




▲ 런던올림픽 핑계로 결방이 대세인데 왜 세바퀴는 고집했나


MBC의 이날 저녁 정규 방송은 무한도전, 뉴스데스크, 세바퀴 딱 3개만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런던올림픽 중계로 도배를 하였는데 다른 프로그램의 결방이 가능하다고 하면 구설수에 오른 티아라가 담겨진 세바퀴를 먼저 결방시키는 것이 순서 였을 것인데 아무런 대처 없이 방송 스케쥴을 잡은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세바퀴는 이전 토요일(7월 28일)에 '우리 결혼했어요' 등과 함께 결방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MBC는 스스로 욕 먹는 길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뜩이나 런던 올림픽 개막식의 폴 메카트니 몰상식 편집, 박태환 선수 무례한 인터뷰, 송대남 자막 실수, 양승은 상복 등 줄줄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좀더 긴장하고 조심하고 더욱 성실하게 방송에 임해야 하는데, 한마디로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습니다. 




▲ 잘못된 의지는 탐욕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를 떠돌고 있는 유령이 있으니 바로 '의지'라는 놈입니다. '의지'는 좋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오직 자신만이 옳다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면 '몹쓸 고집'으로 변질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몹쓸 고집'은 찬란한 '꿈'에서 비롯되지 않고 더러운 '탐욕'에 기인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남이 뭐라고 해도 자신만의 길을 간다고 하면 멋있게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탐욕으로부터 나와서 '몹쓸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이는 일이라면 반드시 부작용을 가져올 것입니다. 


남들이 뭐라해도 자신이 준비한 모자는 쓰겠다는 방송인이 있고, 국민들은 팔지 말라고 해도 인천공항을 매각하겠다는 사람이 있고, 온갖 비리에 연루되었으면서도 떳떳하다는 사장님이 있습니다. 저는  세바퀴에 티아라 방송분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것을 보면서 MBC가 시청자들이 뭐라하던 신경쓰지 않고 오직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에게만 잘 보이면 되는 방송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갔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여론에 가장 민감한 방송사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 MBC 속절없는 추락에 즐거워 하는 자


MBC의 현재의 모습이 과연 한국의 공영 미디어로서 진실과 재미를 국민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이렇게 속절없이 MBC가 침몰해 버린다면 최대의 수헤자와 최악의 피해자는 누가 될지 궁금해 집니다. 누구가는 지금 정말로 웃고 있을 것이고 국민들은 멋도 모르고 즐거워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앞을 가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