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칠한

박근혜 기자회견, 베드로가 예수를 배반하는 마음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연일 사면초가입니다. 그래서 오늘 새누리당사에서 5.16쿠데타와 유신헌법, 인혁당 등 과거사문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박후보는 서두에서 민생이 앞서야 하는데 과거사 논란에 빠져 있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였고, 대한민국에서 자식이 부모의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지만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 통합의 심경으로 516,유신,인혁당 사건에 대해 사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손바닥 꾹><추천 꾹>



[박근혜 후보 기자회견 ,출처 : 연합뉴스]





▲ 아버지의 무덤에 침을 뱉기 바라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압축적인 성장 과정에서 많은 아픔이 있었고, 세계가 놀랄만한 경제 성장을 위해 헌법의 가치가 훼손되고, 민주주의를 지연시킨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을 잊지 않았고, 본인은 딸로서 부모인 아버지의 무덤에 침을 뱉기를 바라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는 인간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기자회견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박근혜 후보의 발목을 잡았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역사에 맡겨야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잘못되었고, 사과한다'로 전향된 의견을 제시한 것입니다. 


친보수 성향의 언론은 대승적 차원의 사과라고 떠들 것이며, 이제 과거사는 과거로 묻고. 민생과 대통합의 행보로 나아가야한다고 말하고 싶을 지 모릅니다.  




▲ 박 후보가 낙점한 당 대변인의 '입'


그런데 문제는 이미 새누리당에 의해 박 후보의 사과는 진정성이 훼손되었다는 것입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박근혜 후보에게는 과거사 문제 뿐만 아니라 측근 비리 의혹으로도 구설수에 올라 있습니다. 홍사덕, 송영선 등, 새누리당에서 친박계로 불리던 사람들이 금품비리 의혹 사건으로 당을 떠난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박 후보는 23일 새누리당 공보단장에 이정현 최고위원을, 당 대변인에는 김재원 의원을 임명하였습니다. 공보단장과 대변인 교체는 지금까지 과거사, 측근 비리에 대한 시스템 정비를 위해서라고 보여지는데 당대변인으로 낙점된 김재원 의원이 아침부터 욕설 파문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김재원 당 대변인 , 출처 : 뉴시스]




▲ 과거사 사과가 베드로가 예수를 배반하는 마음?


김재원 대변인은 23일 기자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박 후보가 24일 열게될 기자 회견을 '베드로가 예수를 배반한 것에 비유'하며 과거사 사과가 매우 어려운 일임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고 합니다. 또한 박근혜 후보가 정치에 입문한 이유가 '박정희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자들이 김 대변인의 발언을 해당 언론사에 정보보고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자들이 김 대변인에게 전화를 하였고, 이 과정에서 편하게 밥 먹으면서 이야기한 것을 기사화 하려 했다며 해당 기자들에게 언성을 높이며 욕설을 했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기자들에게 욕설한 것은 김 대변인 개인의 문제이기 별로 논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술 먹고 한 행동이라고 하는데 그게 인격인지, 본심인지는 해당 기자들과 같이 풀어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등떠밀려 나온 기자회견?


그러나 김재원 새누리당의 대변인 말에 따르면 박근혜 후보의 오늘 과거사 사과 기자 회견은 마치 등 떠밀려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됩니다. 사과는 진정성이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서 참으로 값없는 사과를 보아왔습니다. TV에 나와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다고 하였지만 달라지는 것 전혀 없는 이름 뿐인 사과에 실망하고 분노해 왔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당,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새누리당 후보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이전 이명박 정부의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당명도 바꾸고 정책도 '복지'라는 진보의 가치를 서슴없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만은 자신의 본성을 거스리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


저는 박근혜 후보의 사과 기자회견을 보았지만 진심은 여전히 과거사는 정의 내리기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재원 당 대변인의 말처럼 '베드로가 예수를 배반하는 마음'으로 나온 기자회견이라면 진심은 '사과'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


베드로가 군중에 휩싸여 공포에 질려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자신의 영혼의 아버지인 예수를 부정한 것은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 사 후, 적극적인 선교 활동 뒤에 십자가에 자진하여 거꾸로 못박혀 죽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신이 어찌 예수와 똑같이 십자가에 못 박힐 수 있느냐에 대한 마음으로 본인이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 지도자의 역사관이 중요한 이유


오늘 기자회견을 들으면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대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민생'만 책임지면 다른 모든 것이 인정되고 용서 받을 수 있다는 오판입니다. 박 후보는 이야기 합니다. '민생이 앞서야 하는데 과거사 논란에 싸여 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지도자의 과거에 대한 올바른 역사관이 바탕이 되어야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민생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이고, 역사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대통합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 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눈 앞의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 성숙되지 못한 역사관과 과거사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지도자는 제대로된 민생과 진정한 사회 대통합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