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5일은 YTN 해직 언론인들에게 해고된지 4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말이 4년이지 억울하게 회사에서 해고되고 복직을 위하여 4년 동안 참고 기다리며 싸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었고, 현 정권 들어서 무고하게 해고당한 YTN을 비롯하여 MBC, 국민일보 등 해직 언론인들의 복직을 위한 <YTN 해직 4년,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행사가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주최로 어제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렸습니다.
<추천 꾹>
행사장인 백범김구기념관 입구에는 A4 용지 크기의 안내 홍보물이 붙어 있었고, 컨벤션홀을 찾아 올라갔습니다. 행사 시작 5시 이전에는 언론 민주주의 회복 선언 서약식이 있었습니다. 이 곳에는 특별히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께서도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사진 출처 : @dybsun 트위터 양지선 기자님]
아래의 얼굴들은 현 정권 들어서 언론인으로서 할말을 하고, 날카로운 비판 했다는 이유로 해직 당한 분들의 모습들입니다. 이 분들을 대표하여 나중에 한 분씩 나와 이야기를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리 인상이 나빠 보이지 않는 분들인데 권력의 치부를 들어냈다는 이유로 또는 높은 분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사유로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고 합니다.
YTN 해직자를 지지하는 각계의 메신저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식전 행사에만 참석하고 바쁜 일정으로 자리를 뜨신 문재인 후보,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신경민 문재인 캠프 미디어 담당, 박선숙 안철수 진심 캠프 선거 위원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정연주 KBS 전 사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명진 스님, 최문순 강원도 지사 , 송호창 의원 등 정말로 각계 각층의 인사분들이 오셔서 '해직 언론인은 정당하였고, 힘 내라는 지지와 연대의 발언'을 해주셨습니다.
주최 측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도, 세 후보 모두에게 초대를 하였다는데, 아무런 반응도 메세지도 없었다고 하니 요즘 박 후보가 말하고 있는 '통합'이라는 것은 본인이 가는 곳에만 유효한 '통합'이지 자신을 찾는 곳의 '통합'은 불통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매우 카리스마 넘치게 등장하신 안철수 진심 캠프의 박선숙 선거총괄본부장은 안철수 후보 대신 메세지를 전달하였고, 식전에 있었던 언론 민주주의 회복 선언 서약식의 모든 내용에 안 후보도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1992년 대선에 출마하셨던 백기완 선생님은 연로한 나이에도 컨벤션홀이 떠나가도록 힘 있는 목소리로 현재의 한국의 민주주의 상황을 질타하셨고, '쥐망나니'라는 매우 섬찍하면서도 의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사회자가 명예 훼손을 걱정할 정도의 높은 수위로 MB정부를 비판하신 명진 스님은 청중 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특히 MBC 사태를 이야기 하면서, 엠비씨에 존칭을 붙이는 것도 아깝다 정상화 되기 까지는 MB x 이라 불러야 한다는 주장으로 폭소를 자아내기도 하였습니다.
민간인 사찰의 희생자인 김종익씨도 참석하셨습니다. 김종익씨는 갑상선 암 판정을 받고 얼마전 수술을 하셨다고 하면서 잠긴 목으로 본인이 준비해 온 인사말과 지지의 발언을 해 주셨습니다. 김종익씨 순서에는 왠지 모를 엄숙감과 생명을 위협하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평안을 잃지 않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곳에 모인 분들도 잠시동안 김종익씨의 수술 결과가 좋아서 얼른 건강이 회복되시길 마음 속으로 기원했을 것입니다.
다음 순서로는 이 날의 주인공들인 해직 언론인들이 앞에 나와서 인사를 하였는데 올해 최장기 파업을 이끌면서 가장 많은 해고 징계자를 배출한 MBC 조합원들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가장 독한 놈이 누구냐라는 즉흥 게임에서 당당하게 선출된 정영하 위원장이 대표로 발언을 하게 되었는데, MBC의 파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잠시 멈춰선 것 뿐이고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지 않고, 공정 방송이 불가능하다면 조만간 더 짧고 굵은 모습으로 다시 싸우겠노라고 결의를 불태웠습니다.
상대방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MBC 노동조합 해고자들의 결의찬 모습을 볼 수 있었구요
다음은 YTN 해고자들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전 노조위원장인 노종면 앵커가 마이크를 잡았고, 얼마 전, 복직을 위한 협의를 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하려는 데, 회사 측에서는 '먼저 너희(해고자)가 나쁜 놈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지금의 사장 체제에서는 자신들의 복직은 없고 반드시 퇴진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이 분들이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고해성사까지 하면서 복직 협상을 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민간인 사찰 문건에서 YTN의 사장은 충성심이 높다고 보고 된 적이 있었는데, 그 충성심이 누구를 위한 충성심인지 알 것 같고, 엇나간 충성심이 결국 직원들에게는 내리 사랑으로 흘러내리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1부 순서가 끝나고 2부에서는 나꼼수 김용민이 진행하는 '내가 제일 잘 나가! 지상 최고 PD배틀' 이 있었습니다. 앞 전 순서가 다소 진지하고 딱딱했다면 2부의 PD배틀은 웃음 꽃이 피는 자리였습니다. MBC와 YTN 양 방송사의 PD들이 자신의 김재철, 배석규 사장과의 인연과 악연을 나열하였고, MB정권을 가장 아프게 한 사건 등을 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PD배틀이 끝나고는 마지막 순서로는 YTN 노조의 감사패 전달 순서가 있었습니다.
시인 송난연 YTN 지킴이, 이명순 동아투위 위원장, 최상재 전언론노조위원장, 고 김근태 의원님(부인인 인재근 의원 대리)이 수상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고 김근태 의원 대신 감사패를 받아든 인재근 의원께서 "김근태가 여러분을 지킨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김근태를 지켜주셨습니다"라는 소감을 밝히시면서 행사장은 숙연해지고 곳곳에서 눈물 짓는 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YTN 해직자들과 노조원들이 무대에 함께 올라 청중에게 인사를 하고 이날의 행사 제목인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를 외쳤습니다.
4년 하면 짧은 것 같지만 1461일이라고 헤아려보면 너무 긴 시간입니다. 언론인으로서 정치권력의 잘못된 것을 비판하고 바른 말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본분입니다. 이것이 잘못된 것이라 하여 자리에서 쫓겨났다면 그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거리로 내쫓은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어둑해진 행사장 주변에 남아있는 게시물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처음에 이곳에 올 때는 누가 누구에 하는 말인지 흐릿했었는데 행사장에서 비추었던 해직자들의 얼굴과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매우 선명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내년 10월 5일에는 절대로 이런 행사가 다시는 열리지 않도록 국민이 이들을 열심히 지켜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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