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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손연재 갈라쇼 관람등급, 에미넴 내한공연과 다른 이유?

어제는 손연재 선수의 갈라쇼가 TV로 중계방송 되었습니다. 런던 올림픽에서 뛰어나 미모 만큼이나 훌륭한 기량을 선보이면서 세계적인 선수의 반열에 오른 손연재 선수를 위하여 세계 리듬체조 탑 클래스들을 초대하여 함께 즐기는 자리였습니다.    



<손가락 꾹><추천 꾹>





[LG Whisen Rhythmic All Stars 2012 페이스북 캡처]




한국의 양학선 선수, 런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다리아 드리트리예바, 동메달리스트 차카시나 리보우, 알리아 막시멘코 등 쟁쟁한 선수들의 수준 높은 기량을 안방에서 보게 되니 참으로 눈이 호사스러웠습니다. 토요일 저녁 온 가족이 둘러앉아 TV를 보는 시간에 세계적인 수준의 리듬체조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초대되어진 선수들은 올림픽 때처럼 긴장되거나 형식적인 경기 모습이 아니라 자유롭게 경기를 즐기는 듯한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어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더 갈라쇼에 빠져들게 했습니다.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울려퍼지는 배경 음악 또한 귀에 익고, 자유로운 곡들이 많이 쓰였는데. 런던 올림픽에서 손연재 선수 다음으로 6위를 차지한 알리아 막시멘코 선수가 선택한 음악을 듣고는 약간 고개가 갸우뚱해졌습니다. 




[출처 : KBS]




그녀가 선택한 곡은 에미넴(Eminem)의 Love The Way You Lie 라는 곡이었습니다. 2010년 에미넴의 7번째 정규앨범 'Recovery'의 수록곡으로 피쳐링으로 나선 Rihanna 의 보컬이 돋보이는 애절한 사랑 노래입니다. 발표 당시 요즘 싸이 때문에 화제가 되고 있는 미국 빌보드 챠트에 단숨에 23위에 오른 후, 7주 간 1위를 지켰던 에미넴의 대표적인 히트곡입니다.  




[출처 : KBS]



갈라쇼가 끝나고 다시 에미넴의 Love The Way You Lie 라는 곡이 듣고 싶어 음악 사이트에 접속을 하니 다음과 같은 경고 메세지가 떳습니다. 




[출처 : 다음 뮤직 캡처]




그래서 이 곡에 대해서 다시 한번 확인을 해보니 에미넴의 Recovery 앨범은 대부분의 곡이 19세 미만 청취 불가 판정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있었던 에미넴 내한공연 당시 관람 등급이 문제가 되었던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12세 이상 관람 등급을 받은 에미넴 내한 공연 , 출처 : 인터파크 티켓]

  



에미넴은 미국에서도 '악동'으로 불립니다. 그의 태생적 반항 정신이 힙합에 녹아들어, 가사가 다소 거칠고 비속어가 난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국내에서는 19세 이상 청취 등급 판정을 받았고, 노래는 19세 청취 불가 인데 내한 공연에서는 12세 이상 관람이라는 매우 요상한 일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한국의 콘텐츠 등급 심사는 얼마 전 싸이의 '라잇 나우' 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들에게 적절치 않은 비속어가 사용되었다는 이유로 싸이의 곡을 처음에는 19금 판정을 내렸다가 싸이의 세계적 열품을 보고서는 여론에 밀려 다시 풀어주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등급 심사에는 나름대로의 원칙과 기준이 있을 텐데, 해외 시장에 나가서 선전 한다는 이유로 판정을 번복하는 등급 심사라면 애시당초 의미가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고무줄 등급 심사가 있기에 에미넴의 내한 공연도 내용은 19금 청취 불가, 관람은 12세 이상 관람가라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손연재 갈라쇼의 관람등급은 '1세 이상' 이다 , 출처 : G마켓 캡처]




그렇다면 손연재의 갈라쇼는 어떠해야만 했을까요? 먼저 에미넴의 Love The Way You Lie 가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명확히 규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담당해야 하는 해당부서는 고무줄 등급 판정으로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만약 청소년 유해물이 맞다면 손연재 갈라쇼 '1세 이상' 관람 등급은 에미넴 내한 공연과는 형평성이 맞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19금 청취 불가 음악'이 나오는 것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고,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KBS도 공영방송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입니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TV를 시청하는 시간에 손연재 갈라쇼라는 이유만으로 19금 청취 불가 음악이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입니다. 미성년자들이 방송을 보고 혹시나 에미넴의 이 곡이 마음에 들어 찾게 되고, 들으려 한다면 방송의 사회적 책임은 내버려둔 채, 시청율에만 급급한 행동을 보인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또다시 에미넴의 Love The Way You Lie가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손연재 갈라쇼에 나왔다는 이유로 싸이의 라잇나우 처럼 방송 적합 판정을 내릴 수도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기에 잘잘못을 따지기도 머슥한 주제가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나라의 지도가가 '상식과 원칙'이 중요하다고 하였건만 우리나라에 상식과 원칙은 그때그때마다 달라져서 올바른 행동 지침도 비판의 기준도 갖기가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손연재 갈라쇼는 2부 행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주최 측과 방송사는 '19금 청취 불가 음악'과 같은 사소한 것 같지만 '원칙'이 흔들리는 문제가 있는지 파악이나 하고 이 행사를 치루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