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가 반복되면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인혁당 사건을 '민혁당 사건'이라고 말해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인혁당 사건 관련 피해자들이 듣기에는 어처구니 없는 말실수 였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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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직 사퇴 출처 : 오마이뉴스]
▲ 반복되는 말실수
그런데 어제 박 후보는 자신의 의원직 사퇴를 표시하려다가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해 이야기를 듣던 기자들을 술렁이게 했습니다. 곧바로 "제가 뭐라고 했나요?" 라고 물은 후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국회의원직을 사퇴합니다"라고 정정하였기에 망정이지 그냥 기자회견을 덮었으면 18대 대선이 싱거워질 뻔 했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저런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면서 가끔 단어가 생각나지 않거나, 전혀 엉뚱한 어휘를 구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실수는 사사로운 관계나 편한 친구 사이에서 있지 제 업무와 관련하거나 중요한 자리에서는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중요한 자리에서는 그만큼 긴장하게되고 중요한 문맥이나 단어는 적어놓고 보면서 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수원 영화동에서 열린 경기도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전화위기의 계기"라고 말했다가 번복하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 또한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에서는 법원이 강압적 부분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가 쪽지를 받고 "강압에 의해서 의사표시를 했음이 인정된다고 고쳐 말하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 박 후보 캠프가 TV 토론을 꺼린다?
이와같은 잦은 말실수 때문일까요? 18대 대선은 TV 토론을 찾아볼 수 없는 선거판이 되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분수령은 후보자간 양자 TV토론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각본 없는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시민 또는 전문가 패널을 앉혀놓고 하는 TV토론은 사전에 질문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후보자 당사자들만큼이나 치열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 대한 후보의 임기응변과 평소 모습을 엿볼수 있기 때문에 TV 토론의 승자가 결국 최후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박 후보에게는 수첩공주라는 별명과 함께 이제는 '말실수' 와 관련된 별명이 또하나 생겨날 것도 같습니다.
[17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 출처 : 오마이뉴스]
▲ 말실수 사소해서 다루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박 후보는 이와 같이 중요한 말실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중파 방송에서는 전혀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방송사의 눈으로 볼 때는 박 후보의 말실수가 사소해 보여서 일까요? 의원직 사퇴를 대통령직 사퇴라고 착각하여 말했다면 생각보다 커다란 말실수 입니다. 그러나 너그럽고 관대한 우리나라 방송사들은 박 후보의 말실수 따위 곁다리 하나라도 기사화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박 후보가 어제 처음으로 대통령직과 의원직을 혼동하여 말실수를 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민혁당' 말실수 이후에 연거푸 여러번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단순 실수로 계속 치부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특정 후보에게 지나치게 너그러운 방송이 아니냐는 비난이 있을 수 있고, 여기에 대해 현 MBC 김재철 사장, KBS 신임 길환영 사장이 결국 여당 지지 이사회들에 의해 뽑힌 친여권 성향 사장들이 아니랴는 의혹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오늘 기사로 내보낼 것이냐 말 것이냐는 편집장(보도본부장)이 결정합니다. 기자가 아무리 주옥같은 기사를 써도 편집회의에서 편집장이 지면을 할애해 주지 않으면 그냥 쓰레기통으로 쳐박히는 것이 언론 시스템인 것입니다.
[KBS 신입사장 기습 취임식 출처 : KBS 새노조]
▲ 말실수와 관련된 중요한 시사점들
박근혜 후보의 잦은 말실수가 TV 토론을 기피하게 만들었다는 추측, 해당 방송사 노동조합으로부터 '공정성'에 관한한 절대 신임을 받지 못하는 사장들이 결국 낙하산이라는 의혹 등을 갖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말실수 자체는 충분한 언론의 기사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의 말실수는 방송은 고사하고 인터넷 언론에서 보수 성향의 신문에서는 언급조차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앞에서 충분히 이야기 하였지만 이것은 어쩌다 한번 생긴 말실수가 아니고, TV 토론을 기피하며, 현재 방송사는 대선에서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혹의 뿌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히 기사가 되어서 진실을 파헤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언론은 비판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칫 말실수에 대한 기사는 '비난'이라고 의심받을까봐 언급을 안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 정도 말실수를 했다면 비난이 아니라 비판의 견지에도 충분히 다루어주어야할 사건인 것입니다. 이것이 국내이기 때문에 말을 번복할 수 있지 해외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그때도 그냥 웃어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말았으면 합니다.
▲ 비난이 아니라 비판도 하지 못하는 언론
그래서 2012년 대한민국의 언론은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국민들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입니다. 170여일 파업을 했던 MBC는 더 이상 시사 보도 프로그램을 신뢰할 수 없는 방송사가 되어버렸고, KBS 역시 그리 나아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치루어지는 18대 대선이기에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후보자 등록이 끝나면 내일부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집니다. 침묵하는 언론을 올바로 깨우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투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론이 당당히 일어나 권력에 대하여, 부정과 부패에 대하여 날카로운 비판을 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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