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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김재철 해임안부결,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전 MBC 뉴스 앵커 중에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는 멘트를 작렬시켰던 분이 계셨습니다. 뉴스가 다루는 기사 중에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고 멘붕 상태의 일이 발생했을 때 자주 들을 수 있었던 말이었습니다. 이 말이 주는 어감과 묘한 매력으로 개그맨들도 따라하면서 유행어가 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어제는 MBC에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라는 멘트가 현실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




<추천 꾹><손바닥 꾹>




[김재철 사장 퇴진을 외치며 파업을 벌였던 MBC 노동조합, 출처 : 미디어오늘]




▲ 김재철 해임안부결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MBC가 망가졌다는 것은 TV를 보는 시청자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얼마나 절박했던지 MBC의 자존심이었던 9시 뉴스데스크 시간까지 8시로 옮기며 KBS 뉴스와의 경쟁을 피하여 상대적으로 약체인(?) SBS 뉴스와의 결전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SBS뉴스에게도 참패! MBC 뉴스는 이제 더 이상 설 곳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8시 30분 뉴스대로 옮기라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와 같은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습니다. 김재철 사장 부임이후 MBC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위축되었고, PD수첩과 같은 사회의 빛이 되는 프로그램은 유야무야 절단이 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것뿐입니까? 최고의 토론 프로그램이었던 100분 토론은 토론을 하는 것인지 지들 자랑하러 나온 것인지 난잡하고 질 떨어지는 내용으로 시사프로그램으로서 매력을 모두 내려 놓은 지 오래입니다 .


시사보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방송국의 목표라도 된 듯이 칼날을 휘둘러대니 시사보도의 꽃 'MBC 뉴스데스크'인들 온전할 리 있었겠습니까? 제대로된 기자와 아나운서, PD들은 신천교육대라는 브런치 교육장으로 내몰고 듣도 보도 못한 기자들로 채우더니 연일 방송 사고에 근거 없는 허위 보도로 시청자들의 원성과 비난을 한 몸에 받는 뉴스가 되어 버렸습니다 .




▲ 시사보도가 무력화된 MBC, 누구를 위하여 시사를 죽였나?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부끄러워하거나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MBC 시사보도의 추락이 누군가에는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들은 점점 더 엇나가고 있으면서도 위기감이나 잘못에 대한 반성의 기미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것 뿐입니까? 김재철 사장은 개인적으로도 숙박왕, 법인카드왕 등 공영방송의 사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을 일삼았고 노동조합에 의해 고발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집행은 노조원들에게 신속하고 빠른 수사, 김재철 사장과 같은 고귀하신 분들은 느릿느릿 수사로 일관하며 잘잘못을 따지기도 힘들어졌습니다. 



   


이런 구설수의 정점에 있는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 이야기는 벌써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입니다. MBC 노동조합은 170여일의 장기파업을 접는 대신 여야 합의로 김재철 사장 퇴진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시간은 8월을 지나 11월이 되었고 MBC 사장에 대한 해임 권한을 가지고 있던 방문진은 어제 최종적으로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킴으로서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MBC 노동조합 , 출처 : 한겨례]




▲ 김재철 해임안 부결에 흘러나오는 외압설


그런데 김재철 해임안 부결에는 여러가지 외압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MBC 노동조합은 해임안이 부결되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처음에 해임안에 찬성 의사를 가지고 있던 여당 추천 이사들이 청와대와 박근혜 후보 캠프로 부터 전화를 받고 의견을 달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또 한번의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 이 아닐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정부 관료가 언론사 사장 선임 절차에 개입할 수가 있는 것이며, 대통령 후보에 나서는 선거 캠프 관계자가 방문진 이사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느냐는 말입니다 .




▲ 어처구니 없는 것이 어디 MBC 하나 뿐이더냐?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너무나 많았기에 이 정도 상식 밖에 일에 대해서는 이제 국민들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도덕과 법치의 불감증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아마 이와 같은 일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있었다면 관련자 문책은 물론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분도 책임을 물어야 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은 눈부신 것이 맞지만 거기에 비해 정치적 수준과 법치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모두가 다 고매하고 지체높으신 정치 하시는 분들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방문진은 여당 이사 6명 중 5명이 해임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고, 야당 추천 인사 3명은 찬성을 했지만 허울좋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김재철 사장은 해임이 아니라 연임이 되는 횡재를 얻었습니다. 김재철 사장은 국민들 눈치보지 않고 오직 높은 분을 위해 충성을 바치기만 하면 명예로운 공영방송 MBC의 사장 자리를 계속해서 지킬 수 있다는 아주 안 좋은 예의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김재철 사장의 뚝심에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누가 뭐라고 하던, MBC가 망가지던, 오직 자신의 가야할 길을 줄기차게 내달음 하는 불도저 정신은 누구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국민들이 싫다고 하던, 잘못되었다고 광장으로 뛰쳐나와도 마이웨이를 외치며 정권 말기에도 여전히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대통령이 생각나는 것은 무슨 연유에서 일까요?




▲ 이제 끝장 파업 시작되나?


이제 MBC 노동조합이 경고한 재파업은 시간 문제인 것 같습니다. KBS도 오늘 5시부터 재파업에 들어간다고 하니 또다시 KBS, MBC 양사의 공동파업을 보게될 것 같습니다. 나라는 세계적으로 발전하는 것 같은데 안을 들여보면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이토록 많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이 아니라 주어 빠진 '잘사는 대한민국'만을 추구한 것에 대한 부작용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올해 대선에서 제대로된 후보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어처구니 없는 사람들'을 뉴스와 신문에서 좀 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들의 정신 건강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