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가 드라마 같은 날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미친 사람처럼 컴퓨터의 뉴스란을 샅샅히 훑어보고 밖에 나가서는 스마트폰으로 속보가 나오지 않나 확인하곤 했습니다. 협상 시한 마지막으로 여겨졌던 금요일이 오후를 지나 어두워지기 시작하였고, 전 정말로 물 건너 가나 싶었습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말이죠.
<손바닥 꾹>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기자회견 , 출처 : 오마이뉴스]
▲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어려운 결단
그런데 8시 20분 쯤 트위터로 안철수 후보의 기자 회견 속보가 떨어지고 조금 후 안철수 후보에 대한 존경과 미안함과 감사함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단일화가 이루어졌구나!" 하는 안도와 기쁨과 겸연쩍음이 혼재하였습니다.
안도는 너무나 피말리게 기달려온 단일화가 이루어져서 이고, 기쁨은 이런 감동적인 단일화를 전 국민이 보는 가운데 만들었기에 감동은 배가 되고, 정권교체가능해졌다는 것이고 잠시나마 안철수 후보를 마음으로 미워했던 것에 대한 겸연쩍음이었습니다.
어제 안철수 후보의 후보 사퇴 선언은 최선의 날짜와 시간에 최고의 선택이었던 같습니다. 물론 안철수 지지자 분들은 아쉽고 안타깝고 하시겠지만 안철수 후보의 말씀처럼 '국민과의 신뢰는 이런 것이다'라는 전형을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의 울음 소리를 들었고, 정권 교체를 바라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 역시 그 울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담담히 느꼈을 것입니다. 절대로 안철수 후보의 아름다운 사퇴가 헛되지 않도록 정권교체가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할 것입니다.
▲ 예정에도 없던 KBS 사장 취임식
이와 같은 감동의 날 2012년 11월 23일 여의도 KBS에서는 참으로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국가 기간 방송이며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에 새로운 사장의 취임식이 열렸던 것입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와 탕웨이 열애설로 집중되고 있을 때, 길환영 신임 사장 취임식이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행된 것입니다.
2012/11/10 - [까칠한] - KBS 노조, 길환영 신임 사장을 거부하는 이유
여기에 대한 KBS 새노조는 당초 26일에 예정된 취임식을 23일로 앞당겨 기습적으로 강행한 것은 '도둑 취임식' 이라고 규정하고 "(길환영은) 앞으로 영원히 KBS 사장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그를 반드시 몰아낼 것이다. 그것이 KBS가 살고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고 거세게 반발하였습니다.
사실 저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재가하여 선출하는 KBS 사장 취임식 날짜를 3일이나 갑자기 앞당겨 당일 강행하는 처사가 말입니다. KBS는 취임식을 앞당긴 이유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24일 25일 이틀에 걸쳐 공영방송에 업무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앞당겨 실시하게 되었다" 고 밝혔다고 합니다.
[KBS, YTN 기자분들의 KBS 안철수 후보 사퇴에 대한 멘션들 출처 : 트위터]
▲ 대선 방송 잘하기 위해 취임식을 앞당겼다? 그러면 잘하고 있나?
누가 들으면 대단히 대선 방송을 충실히 하고 있는 방송사의 이야기 같습니다. 그러나 KBS는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 TV토론을 10시에서 11시 15분으로 연기시킨 이유의 제공자라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어제 안철수 후보의 사퇴 연설에서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그러니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재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주십시오"라는 핵심을 KBS는 보여주지도 들여주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의 KBS가 시청료를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국가기간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멀쩡한 정연주 사장을 모함으로 몰아내고, 낙하산 사장들이 취임한 이후에 KBS의 공정성과 방송으로서의 책임은 많이 퇴색되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대선을 한달도 안 남기고 여당 추천 인사들의 일방적인 지지를 받으며 새로운 KBS 사장이 선출되었고 어제는 기습 취임식을 강행하여 사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아마도 KBS 노조와의 마찰을 피하고 몰래 취임한 후 자신들의 나아가고자 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모색 같습니다.
[기습취임식을 막고 있는 KBS 노조원들, 출처 : KBS 새노조]
그리고 어제 사장 취임식이 있은 후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방송한 내용과 자세를 보면 이들이 국민을 위한 방송인지 정권을 위한 방송인지 아리송해 집니다.
▲ 대선 후보 사퇴와 방송 사장 취임식
2012년 11월 23일 한 사람은 자신의 것을 모두 내려놓고 아름다움 사퇴를 한 반면, 같은 하늘 밑에서 어떤 사람은 기습적인 사장 취임식을 거행하고 KBS 사장 자리에 앉았습니다. 저는 이것이 요즘 우리 사회를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진심캠프 대문에 걸린 글, 출처 : 안철수 진심캠프]
'상식과 배려'의 마음이 '독선과 무자비'를 이기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단순히 경제만 잘 키운다고 하여 국민이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소중한 가치들이 인정받으면 조금 못 살아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어제 안철수 후보의 아름다운 양보를 보면서 이번 대선에 누구를 찍어야 하는지 많이들 결정하셨길 바랍니다.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는 일, 이것이 바로 이번 대선에서 꼭 투표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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