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칠한

독재자와 실력자를 구분 못하는 불편한 진실

예전에 이런 광고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예"라고 대답할 때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뭐 이런 식의 광고였습니다. 같은 길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 고객들에게 최상의 결과로 보답하겠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었던 광고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는 이상한 옹고집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 세계의 모든 언론이 '독재자'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실력자'라고 표현하니 말입니다. 독재자라는 질문에 모두가 "예'라고 하는데 혼자만 "아니오"라고 하는 사람은 위 광고의 주인공처럼 훌륭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고정관념을 뚫고 나아가 자신만의 신념을 이룩하는 과정이 아니라 아주 기초적인 상식을 무시하며 혼자 엇나가는 무식한 행동일 뿐입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타임즈 12월 17일판, 담당 기자 : Emily Rauhala]




▲ 타임즈 표지모델이 된 박근혜 후보


타임즈 아시아판 표지 모델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거기에는 박근혜 후보를 "Strongman's daughter" 라고 지칭하였는데 일반적으로 해석하자면 '독재자의 딸'인 것입니다. 굳이 타임즈 뿐만 아니라 로이터 통신, 뉴욕타임즈, 르몽드, 미국 AP통신사, 프랑스 AFP 통신사 등 해외 언론들은 박근혜 후보를 "Dictator's daughter"로 표현해 왔었습니다. (관련기사)


그래서 새삼 타임즈의 이와 같은 명칭이 전혀 새롭거나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대선이 코 앞에 닥친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의 표지 모델이 된 박근혜 후보에게 이것이 어떤 의미냐는 것이 문제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보수 언론들이 이것의 의미를 '실력자'로 해석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또한 새누리당은 해외 유명 매체 '타임즈'가 박근혜 후보를 '강력한 지도자의 딸: 역사의 후예'라는 제목으로 커버스토리를 장식했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그와 아울러 본문의 내용까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배열하면서 사람들의 시야를 흐리게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 실력자와 독재자의 차이


이와 같은 새누리당의 꼼수가 통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strongman'에 대한 해석 때문입니다. '스토롱'은 매우 일반적인 영어 단어로 '강한' '힘이 센' 등의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이것이 정치인에게 붙는다면 뜻은 구체적으로 변하여 '독재자'된다는 것은 영어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해석입니다. 



 [출처 : Merrian Webster]




사전적 의미로 보아도 '1 폭력과 협박을 이용하는 정치인 또는 지도자'를 지칭하고 있습니다. 이런 명백한 사실을 놓고도 '실력자' 또는 '강력한'이라고 해석을 하면서 타임즈의 박근혜 후보 커버사진을 선전하려고 했던 새누리당에게 타임즈가 뿔따구가 났던지 해당 페이지의 단어를 'Strongman'에서 'Doctator'로 수정하였습니다. 


멍청한 한국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의도와 상관 없이 기사를 폄하하고 훼손시키는 것에 대한 분풀이라고나 할까요? 타임즈 홈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이 기사 제목이 변경되어 있습니다 .


 


[타임즈 온라인 출처]



분명히 Emily Rauhala 기자의 동일한 리포트인데 제목이 커버 표지에는 'Strongman's daughter'이라고 되어 있고, 위의 본문에는 'The Dictator's Daughter'로 바꿔버린 것입니다. 본문 기사의 제목을 본다면 커버 페이지에 써있는  'Strongman'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명확해집니다. 박근혜 후보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너무나 상식적인 단어를 가지고서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은 미화하고 각색하여 사실과 다른 의미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과연 이들이 정치와 언론을 올바르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인지 심히 의심스럽고 창피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과연 우리나라 언론이 '박정희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커버 전면에 써 본 있었는가'라는 점입니다. 외국인의 시각으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을 정작 국내에서는 쉬쉬하고 꺼려하고 논란거리라며 회피하고 있는 실정인 것입니다. 




▲ 박근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가 아닌 '당연한 문제제기'

타임즈의 뒤끝 작렬로 박근혜 후보의 타임즈 커버스토리 등장은 원래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 받았기를 바랍니다. 박 후보가 독재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단지 독재자의 딸일 뿐입니다. 그러하기에 박 후보가 넘어야할 산이 더 많은 것이고 화해야햐 할 과제가 있는 것입니다. 아마 타임즈를 이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단어의 뜻부터 왜곡해 버리는 한국 사정을 보고 혀를 내둘렀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사의 제목도 바꾸고 했겠지요. 언론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정확한 사실에 대해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사회적 토론을 거쳐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건전한 사회의 모습인 것입니다. 


이번 박근혜 후보 타임즈 모델 사건을 보면서 아직 우리가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실만을 가지고서도 협의가 쉽지 않은데 처음부터 사실을 왜곡하려드는 세력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선거를 통해 거짓이 뿌리 뽑히고 사회가 건강해지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