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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안철수 해단식에서 적극적으로 문재인 지지 못한 이유

오늘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서는 안철수 캠프 해단식이 있었습니다. 안 후보가 사퇴한 후에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물면서 안철수의 입에 관심이 쏠리던 차였습니다. 한편에서는 '백의종군'하겠다고 했으니 '적극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원할 것이다', 다른 편에서는 '단일화 과정에 앙금이 남았고,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안 후보 정치 인생에 도움이 안된다'는 억측까지 나돌면서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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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문재인 지지로 관심이 촉발되었던 해단식, 출처 : 오마이뉴스]




▲ 안철수 만의 어법 , 문재인 후보 성원, 제 뜻 받아달라


그런데 방금 안철수 후보의 해단식 연설은 끝났고, 약간 정신이 멍해짐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안 후보가 분명히 문재인 후보에 대한 예전과 같은 지지 의사를 밝히긴 했는데 생각했던 것만큼의 강렬함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가 워낙 신중하고 사려 깊은 분이라 '확실한' 어법이 아니라 다소 '함축적'이고 '중립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대통령 출마 선언 시에도 단일화에 대한 애매한 태도를 취하였지만 결국 단일화에 응하였고, 단일화 과정에서도 말을 많이 아꼈지만 결국에 가서는 '아름다운 사퇴'를 통해 야권 단일화에 대한 약속을 지켜내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보수 언론은 해단식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 길을 가기위한 해단식에 가깝다고 하며 민주당이 오늘 해단식을 보고 땅을 칠 일이라고 평가 절하하고 있지만 안 후보의 오늘 연설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선거법'이었습니다.   



지난 11월 23일 제 사퇴 기자회견 때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하겠다,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 성원해달라고 말씀드렸다. 저와 함께 새정치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오신 지지자 여러분께서 이제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는다.





[출처 : 오마이뉴스]



▲ 선거법이 안철수의 애매한 화법을 키웠다


이 대목이 오늘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발언 전문입니다. 사실 직접적으로 지지한다 밝힌 것이 아니라 예전 기자회견의 내용을 인용하였고, '여러분께서 이제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는다' 라고 맺으며 간접적 어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이것은 안철수 전 후보만의 난해한 언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선거법 상에 '나는 누글 지지한다', '정권 교체를 해야한다'는 등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괜찮지만 '누구를 지지해달라', '누구에게 표를 몰아달라',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자'는 식의 유권자를 독력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본인이 누구를 지지한다는 가능해도 다른 사람에게 지지를 권유하거나 강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공직선거법 103조 상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 또는 야유회, 그밖의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의 규정에 의해 안철수 후보 캠프 해단식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선언한다면 양쪽으로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것입니다. 



▲ 안철수 말을 아낀 것이다 조금더 기다려 보자


그래서 안철수 후보가 말을 아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서슬퍼런 선거법이 빤히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전 후보가 기다렸다는 듯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선언하고 선거법 논란에 휘말린다면 그것 또한 야권 단일화를 상처 입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안철수 후보는 선거 캠프는 문을 닫지만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더욱 담대한 의지로 정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그 정진이 대선 끝난 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선이 치루어지는 19일까지 가만히 있다가 만약에 문재인 후보가 떨어지기라도 한 상황에서 안철수 전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만큼 한국 정치사의 코미디도 없을 것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안철후 후보의 행보는 바로 내일부터 이루어질 것입니다. 자신이 말한 새정치를 위해서 당면 과제가 정권 교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은 안철수 바로 자신인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는 실무자끼리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고 안철수 후보는 그의 말처럼 '백의종군'의 자세로 감동인 있는 지원이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야기 합니다. 안철수 전 후보의 말이 난해하다고, 저 역시 조금 답답하지만 뒤 돌아서 생각해보면 안철수의 사려 깊고, 중의적 대화가 나중에 보면 더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되어질 때가 많았습니다.  




▲ 안철수 자신을 위해서도 문재인을 도울 것


이제 정말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안철수 전 후보가 적재적소의 시간과 장소에서 문재인 후보를 돕는다면 대단히 큰 파급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 방법과 시기를 아는 것은 안철수 자신이고 그가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그도 이미 정치라는 다리를 건너왔기 때문입니다. 


야권 단일화에 의한 정권교체는 문재인 안철수 모두의 공동 목표입니다. 이것을 모른다면 지식이 많을지 모르지만 지혜롭지 못한 정치인일 것입니다. 지혜로운 안철수 전 후보의 앞으로 대선 지원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



2012/12/04 - [까칠한] - 안철수, 문재인 지지선언 트위터에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