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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건물주에 쫓겨나는 콜트악기 노동자들. 현장에 회사는 없었다

어제는 눈도 내리고 추웠는데 또하나의 슬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부평 콜트악기 공장 내에 공권력이 투입되어 노동자들이 강제 연행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고 화해와 서민을 위한 정부가 들어선다고 했지만 작년 말부터 노동자들에게 희망은 없어 보입니다.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다 해고된 고 이운남씨, 자살한 외대 노조위원장의 빈소를 지키다 심근경색으로 역시 사망한 부노조위원장 이야기 등 참담한 소식이 연말연시에 들려왔습니다. 또한 이 엄동설한에 차디찬 송전탑에 올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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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의 문제는 월급쟁이 모두의 문제

TV 와 신문을 보면 맨날 웃고 떠들며 경제가 성장하고 나라가 발전했다는 자화자찬 일색인데 우리의 이웃들은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거리로 내몰리고 사선을 넘나드는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우리는 그들의 삶이 우리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며 방관하고 있지만 월급을 받고 생활하는 이 땅의 노동자라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콜트 기타 출처 : 콜트 페이스북]




콜트악기, 최고의 기타를 만드는 한국 기업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악기만 만들어왔고 최고의 기타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전 세계 5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기타에 조금만 관심 있다면 그 명성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기타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2006년 8억 5천만원의 적자를 보면서 부평공장 직원들을 해고 하였고, 해고노동자들은 회사가 10년동안 순이익이 170억원에 달하다가 1년 적자를 본 것을 가지고 해고 사유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법적 공방까지 갔던 것입니다. 



▲ 같은 입으로 두마디 말을 한 대법원

그런데 대법원이라는 곳이 참 애매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2012년 2월 사측이 '근로자들을 부당 해고 했다' 는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는 원고 일부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부당해고가 맞고 콜트악기 노동자들은 복직의 희망을 갖게된 것이죠 


그런데 같은 10월에 있었던 다른 소송에서는 '사측의 직장 폐쇄에 따른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합니다. 같은 대법원이 같은 사안에 대해 상반되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옳고 그름을 따져주어야 할 법원이 이런 식의 판결을 내려버리니 결국 유리한 것은 회사측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는 2012년 2월 공장부지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렸고 어제 콜트악기 부평 공장에 공권력이 투입된 이유는 파업에 따른 진압이 아니라 새로운 공장부지 주인이 재산권을 행사하기 위한 건조물 침입 혐의로 노동자들을 강제 연행한 것입니다. 




▲  지난 2일 인천지방법원 강제 집행이 진행된 인천 부평 콜트악기 공장 내부 모습. 천막 2동과 내부 집기뿐 아니라 문화예술인 작업 공간도 훼손돼 있다.
ⓒ 콜트콜텍공동행동



▲ 회사가 아닌 새로운 건물주에 내몰린 노동자들

콜트악기 해고노동자들에게는 참으로 서글픈 현실입니다. 복직을 시켜주어야 할 회사는 이미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공장을 옮겨버렸고 새로운 땅 주인에게 건조물 침입 혐의로 쫓겨나야 했던 것입니다. 결국 회사는 이들을 버렸고 더 이상 대화할 의지도 복직의 희망도 없애버린 것입니다. 


주인이 바뀐 공장만 점거하고 있다가 건물 침입죄라는 황당한 혐의로 경찰서에 끌려가게된 것입니다. 먼저 이유가 어찌되었던 간에 책임은 회사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일렉트로닉 기타 세계시장 점유율이 30%에 달하는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가 단 1년 적자 본 것을 가지고 성급하게 직원을 해고한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의 1차 판결도 '부당해고'가 맞다는 판결을 내렸던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그런데 더 큰 책임은 법원에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생계가 달려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판결내리지 않고서,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결한 법원의 행동이 황당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결국 콜트악기 노동자들은 이 추운 겨울에 자기 회사가 아닌 '알지도 못하는 땅 주인'에게 내몰리는 치욕을 겪게된 것입니다.




[콜트악기노동자 연행에 항의하는 노동자들 출처 : 뉴시스]




▲ 콜트악기 노동자가 싸워온 시간 2180여일

콜트악기 노동자들이 해고된 이후 싸워온 시간이  2180일이 넘습니다. 이쯤되면 이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같은 노동자들에 대해 정부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잘잘못을 따져주어야할 법원은 둘다 옳다는 무책임한 판결로 책임에서 벗어났습니다. 


콜트악기 노동자들이 다음에 갈 곳은 어디겠습니까? 정녕 대한민국은 노동자를 위한 나라가 아닌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