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렸을 때는 '똘이장군'이 나타나서 빨갱이란 빨갱이는 다 때려잡았습니다.
똘이장군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 ~ 똘이장군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
아직도 똘이장군 주제가가 귓가에 선합니다. 저는 친척 누나의 손을 꼭 잡고 하얗게 눈이 내리던 날 영화관에서 똘이장군을 봤습니다. 똘이가 빨강 망토 입은 돼지를 때려잡았을 때의 카타르시와 기쁨은 이루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재미와 반공을 한방에 때려잡는 군사독재 시절의 일석이조 교육을 받아왔더랬습니다.
<추천 꾹>
[출처 : 다음 영화]
▲ 빨갱이에서 종북
그때는 '빨갱이'라고 하면 쥐도새도 모르게 잡혀갔다고 합니다. 그만큼 무서운 단어가 빨갱이었고, 파란 옷을 입고 다녀도 군사 독재가 잘못되었고, 정부에 반대 의사만 밝혀도, 바로 빨갱이 낙인을 찍어버렸던 시대였습니다. 참으로 정치하기 쉬운 시대였죠. 자기가 하는 일에 반대하는 자에게 '너 빨갱이'라고 한마디 하면, 그 자리에서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쇠고랑을 차야했기 때문입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들은 영화와 TV에서 본 풍월이 있기에 어른들이 '빨갱이'라고 지목하는 사람은 당연히 나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아이들에게 '뽀로로'만큼 인기 있었던 '똘이장군'이 악마같은 빨갱이를 때려잡는 것을 너무 인상깊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경제도 발전하고 나라의 위상도 높아져 이제는 똘이장군 시절의 무식함과 비상식이 사라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종북좌파라는 신조어가 대한민국을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똘이장군 시대와 흡사하게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종북' 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버리는 것입니다.
미국이 안 먹는 쇠고기 부위를 무차별적으로 수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해도 종북, 4대강 사업에 반대해도 종북, 심지어는 작년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과 안철수를 지지해도 종북주의자로 몰아버렸습니다. 정말로 무식이 판을 쳐서 산을 넘고 강을 덮을 지경으로 답답하고 한심한 노릇이었습니다.
▲ 대통령도 종북을 말하는 나라
심지어는 현직 대통령의 입에서도 '종북'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니 나라의 품격이 한마디로 저품질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제91차 인터넷,라디오 연설에서 "늘그래왔던 북한의 주장도 문제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은 더 큰 문제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서 변화를 요구하듯 선진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에서 국내 종북주의자들도 변해야 되겠다"라고 발언했습니다. (관련기사).
[출처 : 한겨레 신문]
▲ 법원의 판결, 전교조 종북 - 명예훼손
그런데 이제는 함부로 '종북주의'라는 말을 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서울고법 민사24부는 지난 21일 전국교직원노조 소속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 앞에서 "주체사상 세뇌하는 종북집단 전교조, 북한에서 월급 받아라' 등의 현수막을 붙인 '반국가교육 척결 국민연합' 등에 대해 45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15일에는 서울중앙지법이 '종북세력들이 전교조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전교조 소속 교사 6만여명에게 보낸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에 대해 명예훼손임을 인정하며 2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이 전교조 선생님에게 보낸 편지 출처 : 오마이뉴스]
▲ 상식이 종북을 몰아내다
법원이 상식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고 매우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실체도 불분명한 것에 대해 구체적 '이름'을 붙여 마치 실제하는 것처럼 오인시켜왔던 '종북' 이라는 단어에 대해,
법원이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를 내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최소한 '전교조' 선생님들 한테 '종북주의'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사라질 것입니다. 정말로 우리 사회의 많은 집단과 사람들이 종북이라는 누명을 쓰고 삶의 제한과 비난을 받아왔는데 그 해결의 첫 단추가 '전교조' 선생님들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차츰 종북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에서 사라지길 바랍니다. 그래야먄 뼈속까지 종북인 '간첩'과 구분을 할 수 있고, 국가 안보가 확립될 것입니다. 작년 대선에서처럼 문재인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 48%를 몽땅 종북으로 몰아버리는 무식함과 비상식은 다시는 나타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종북이라는 실체 없는 단어가 사라져야만 추악한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종북놀이로 국민을 우롱하지 못할 것입니다.
어제 출범한 새 정부 과제에 '통합'이 있었던 것 같은데 통합의 시작은 '종북'이란는 단어가 사라지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합니다. 아마도 이것만 잘해도 칭찬 받는 정부가 될 것입니다.
2013/02/27 - [까칠한] - 이태리 '베페 그릴로' 와 나꼼수의 공통점
'까칠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지영 경찰조사, 국정원 여직원의 명예는 보수단체가 지켜준다? (8) | 2013.03.01 |
---|---|
MBC 아나운서는 언어운사가 아니었다? (11) | 2013.02.28 |
이태리 '베페 그릴로' 와 나꼼수의 공통점 (4) | 2013.02.27 |
"언론 입 막으면 나라가 망합니다" 뉴스를 하려거든 최승호처럼 (23) | 2013.02.25 |
오상진 아나운서의 뒷모습 너무나 쓸쓸해 보입니다 (12) | 2013.02.23 |
참여연대 'MB 8대 사건' 국정조사 해야 하는 이유 (5) | 2013.02.22 |
명예훼손 발언하고 경찰청장에 올랐던 조현오 (7) | 2013.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