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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MBC 아나운서는 언어운사가 아니었다?

전투기가 위급상황에 빠지면 지상 관제탑에서는 조종사에게 "비행기를 버리고 탈출하라"고 메시지를 보냅니다. 왜냐하면 전투기 가격도 비싸지만 한 명의 전투기 조종사를 키우기 위한 노력과 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전문 분야 종사자들의 경우 '맨파워'를 인정받게 되고 그들의 가치는 돈으로 계산하는 것 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뉴스와 바른 말을 전하는 아나운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고시라 불릴 만큼 어려운 '방송사' 시험과 실전 카메라 테스트 등 보통의 노력으로는 입사하기도, 그 업무를 수행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시험과 훈련을 통해 뉴스를 전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신뢰하고 바른 말을 전하고 있다는 '언어운사'의 자격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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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BC 언어운사 홈페이지]




'언어운사'는 아나운서의 애칭입니다. 최근 MBC 아나운서국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웹진' 언어운사를 개편하면서 기존 간판 아나운서를 배제시켜 논란에 빠졌습니다. 먼저 사라진 MBC 아나운서의 얼굴을 찾아볼까요?



[출처 : MBC 언어운사 홈페이지]




▲ 언어운사에서 사라진 아나운서들

여자 아나운서의 경우 최현정, 김경화, 최율미 아나운서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모두 작년 170여일의 MBC 파업에 동참했던 분들이고 년차가 있는 아나운서들입니다. 파업에 적극 참여했던 문지애, 손정은 아나운서 등은 언어운사에 얼굴은 올렸지만 파업 종료 후 지금까지 TV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진행 중인 MBC 신입사원 선발 심사 과정에도 년차 낮은 후배 아나운서들에게 심사위원 자리를 내주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자리만 지키게 할 뿐, 철저히 현장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신입 아나운서 선발 심사위원이었던 손정은 아나운서, 출처 : MBC]




MBC의 올해 신입사원 선발 과정은 재작년에 공개적으로 직원 선발 방식을 거쳤던 것과는 매우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특히 손정은 문지애 아나운서는 이번 신입 아나운서 선발과정에서 심사위원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출처 : MBC 언어운사 홈페이지]




남자 아나운서의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해 보입니다. 박경추, 김정근, 허일후, 김완태, 신동진 등 친근했던 분들의 얼굴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유는 현재 언어운사 홈페이지에 보이지 않는 얼굴들은 MBC 아나운서국에서 다른 부서로 발령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MBC 언어운사 홈페이지]




▲ 아나운서와 같은 전문 인력을 왜 다른 부서로 보냈을까?

그런데 문제는 지금 얼굴을 찾아볼 수 없는 아나운서들이 다른 부서 자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아나운서 시험을 통해 MBC에 입사했고, MBC에서의 방송 활동을 통해 간판급 아나운서로 부상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단지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나운서 자원을 타 부서로 발령보내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철저히 방송 "왕따"를 시키는 것입니다. 


문지애 손정은 김정근 박경추 등의 아나운서들은 타 방송으로 옮길 경우 바로 메인 MC를 맡을 수 있는 능력과 인기를 가지고 있는 자원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을 철저히 방송에서 배제시키고 무리하게 신입사원을 뽑는 MBC의 경영 능력은 한마디로 최악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오상진 아나운서의 경우 지난 주 MBC에 사표를 제출하였고, 퇴사 처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방송은 철저히 사람이 자원인 시스텝입니다. 훌륭한 방송 인력을 통해 재미있고 유익한 방송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거늘 MBC는 청개구리처럼 반대로만 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동료 아나운서들 역시 마음 고생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함께 파업에 참여했는데 누군가는 타 부서로 발령받고, 다른 이는 방송 배제를 당하고 있으니 미안하고 착찹한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라진 MBC 아나운서들, 출처 : MBC 노동조합]




▲ MBC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MBC의 문제는 MBC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MBC는 국가가 운영하는 공영방송사이기 때문입니다. MBC 문제의 책임자로 지목되는 김재철 사장을 뽑았던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전임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는 MBC를 망가뜨리고 있는 김재철 사장을 뽑아만 놓고 나몰라라 퇴임해 버린 것입니다.


이제 MBC 사태는 정부가 책임을 지고 해결해 할 것입니다.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말 뜻에는 무조건 먹고 입을 것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올바른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MBC는 국가 공영방송이고 올바른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여 국민들에게 거짓이 아닌 진실을 전달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 정부 출범 후 당면 과제가 많겠지만 망가져버린 MBC, 아니 무너져버린 방송의 공정성을 회복하는데 이 정부가 힘 써주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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