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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국정원 여직원 '오유'가 종북 사이트? 종북의 이름만 있고 실체는 가리워진 현실

중세에는 웃음을 경멸하였습니다. 경멸 정도가 아니라 악마와 동일 시 하기도 했지요. 이와 같은 시대적 배경을 주제로 쓰여진 것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입니다. 장자크 아노가 원작에 감동을 받아 영화로도 만들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참으로 흥미로운 점이 많습니다. 




<손바닥 꾹><추천 꾹>





[영화 <장미의 이름> 포스터]




▲ '장미의 이름' 교훈


이 소설은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탐정 소설과도 같은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젊은 수도사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이것의 징후를 말세의 징조라고 여기며 더욱더 엄숙주의를 강요하는 호르헤 원로 신부가 등장하고 수도원의 죽음을 조사하기 위해 합의주의자 윌리엄 신부가 파견되어 옵니다. 


갈등의 원인은 '웃음'에 있었습니다. 호르헤 신부는 웃음을 악마의 속삭임으로 이해하였습니다. 권위에 대한 비아냥의 시작이고, 인간 쾌락의 표현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호르헤 신부는 남몰래 웃음을 옹호하는 아리스토렐레스의 시학 둘째권 <희극>의 책장에 독을 발라놓았고 두꺼운 피지를 넘기며 혓바닥에 손을 댄 호기심 넘쳤던 젊은 수도사들은 독살당하게 된 것입니다. 


이 소설은 중세 시대, 신 앞에 억압된 인본주의와 웃음을 금지하기 위한 늙은 신부의 독선이 주된 내용입니다. 항상 사람보다 더 큰 이상과 가치를 가지는 사람들은 엄숙하고 경건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면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게 되고, 탐욕까지 더한다면 최악의 시대를 만들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오늘의 유머 메뉴]




▲ 국정원 여직원이 방첩활동 했다는 언론의 주장


우리나라 국가 기관인 국가 정보원 여직원이 작년 대선 당시 갖혀진 오피스텔 안에서 무엇을 했는지 한 언론이 특종이라고 밝혔습니다. 언론이 감추어진 사실을 들추어낸 것이 아니라 국정원 여직원이 직접 경찰에 제출한 내용을 가지고 결론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상당히 황당무개합니다. 언론은 '오유(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종북활동을 모니터링 하고 적발하는 것이 국정원 여직원의 주 임무였다고 밝히며 그녀의 행동이 매우 타당한 행동이었던 것처럼 전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그러나 그 기사의 문제점은 기사 안에서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만약에 오늘의 유머 사이트가 종북 사이트라면 모니터링 하고 적발하는 업무를 국정원 사무실에서 떳떳하게 하면 되지 왜 오스피텔까지 잡아서 했는지가 의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오유가 종북사이트라면 정당한 방첩 활동이 맞기에 떳떳하게 자신의 사무실에서 하면 되는 것입니다.




[오늘의 유머 하단에 있는 검색 메뉴]




그런데 이것보다 더 의문점은 국정원 여직원이 11개의 아이디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오유 사이트에 접근했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종북 세력을 모니터링 하고자 했다면 오유 사이트 하단에 있는 '검색' 기능을 사용하면 그만이지 여러개의 아이디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황당한 것은 대선 관련 게시물 90여개에 대해 찬반 표시를 했다고 하는데 '모니터링'해서 '적발'하고 종북세력 잡아가면 되는 것이지 국정원 직원이 거기서 찬반 놀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 방첩활동, 여러 개의 아이디, 찬반 표시


오유는 독특한 추천/반대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 유머 베스트 게시판에 오르려면 추천수 10개(반대수 3개 이하)가 모여야 합니다. 즉 '잘 나가는 베스트 ' 게시판에 올라가려면 추천을 많이 많이 받거나, 보기 싫은 글은 반대를 눌러서 베스트 게시판에 못 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정원 여직원은 오유를 모니터링 하면서 종북 성향의 글은 반대를 눌러 베스트 게시판에 못 가게 만드는 것이 주된 방첩활동이었단 말인가요? 이와 같은 것이 방첩활동이라면 국정원 직원으로서 오피스텔까지 잡아가면서 너무나 소극적인 방첩활동을 한 것은 아닌가요?



유머베스트 게시판은 각 게시판의 게시물이 추천수가 10(반대3이하)이 되면 자동으로 옮겨지는 곳입니다. 

반대수가 추천수보다 많이지면 자동삭제됩니다(옮겨지기 전 게시판 글은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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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유머 베스트 게시판 추천/반대]




▲ 언론은 국정원 여직원 주장에 대해 검증 하지 않는가?


국정원 여직원이 경찰에 제출했다는 오피스텔 안에서 활동 내용이 웃기는 유머마냥 허술하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데 언론은 국정원의 고유 업무인 방첩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결론을 맺고 있습니다. 제대로된 언론이라면 방첩활동을 왜 국정원 사무실을 놔두고 홀로 떨어져 나와 오피스텔에서 했는지, 모니터링을 하는데 왜 여러 개의 아이디가 필요했는지, 그리고 찬반 표시는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눌렀는지 의문을 제기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마치 '오늘의 유머' 사이트가 친북 성향의 글이 많이 올라오는 종북 사이트인 것마냥 국정원 여직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적고 있는 것입니다. 




▲ 오유는 그냥 웃고 즐기는 심심풀이 사이트

제가 아는 오유는 직장인들이 점심 먹고 할일 없을 때 또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심심할 때,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잡담하고 농담하며 웃고 즐기는 사이트라고 알고 있습니다. 웃고 즐기다 보면 높은 사람들을 풍자할 수도 있고, 농담이 도를 넘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이트 이름이 '오늘의 유머'이지 '오늘의 진실' 같이 엄숙하거나 경건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정신 세계의 다양함이 표출될 수 있고, 나치 숭배자, 사탄을 좋아해요 등등 별의별 사람들이 다 올 수 있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국가정보원이 발본색원해야 하는 종북주의자도 오유에 와서 수다 떨고 주책 떨다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만을 가지고 웃고 즐기는 것이 국가 이적 행위라고 판단된다면 국가 정보원이 수사관을 보내 잡으면 그만입니다. 왜 그토록 오랫동안 모니터링하고 아이디까지 바꿔가면서 찬반을 표시하는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종북 사이트 혐의를 받고 있는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올라온 글]




▲ 종북의 이름만 있고 실체는 가리워진 현실


바로 이러한 점이 국정원 여직원이 오피스텔에서 했다는 종북사이트  모니터링이 가지고 있는 의문점입니다. 그리고 도대체 국정원 여직원이 찬반을 표시한 글이 어떤 글이었으며, 오유에서 종북글을 올린 사람을 몇명이나 잡았는지 수사 결과도 매우 궁금합니다. 방첩 활동만 하고 결과가 없다면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의 자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종북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이 웃을 수 있는 사이트까지 위축되게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렇게 종북이 위험하다면 잡아가면 되는 것이지 '종북'이라는 이름만 남겨두고 실체에 대해서 바라만 보고 모니터링하는 자세 별로 안 좋아 보입니다. 


지금이 중세 시대도 아닌데 '종북의 이름'만 있고 실체는 가리워진 현실이 매우 안타깝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