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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전산망 마비가 북한 소행이길 바라는 언론?

밖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웅성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KBS에 난리가 났대" , "북한 공격이래" 등등. 저는 무슨 소리인가하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해 보니, KBS, MBC, YTN 방송사와 신한은행, 농협 등의 전산망이 마비되었다는 속보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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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전산망 마비를 알리는 속복, 출처 : 연합뉴스]




▲ 전산망 마비사태 북한 소행?

그리고 TV를 보니 굵은 글씨로  "YTN, KBS, MBC 장애... 신한은행도 마비" 라는 속보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밖에서 정확한 정보를 접할 수 없었던 저로서는 나라에 큰 변란이라도 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돌아와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쏟아지는 추측성 기사들로 도배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보도와 과거 북한이 저질렀던 사이버 공격을 오버랩 시키면서 기정 사실화 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부 방송은 이름도 생소한 한국군의 정보작전 방호태세가 3단계로 격상했다는 속보까지 추가하며 국민들을 긴장시켰습니다.  


언론사 금융권의 전산망 마비 사태를 이토록 급박하게 다루고 있으니 동네 아주머니 입에서 '난리'가 났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방송은 내부 전산망이 마비가 된 것이었고, 신한은행과 농협은 몇 시간 안에 복구가 되었습니다. 


방송과 언론의 호들갑에 비해서 우리가 잃은 것은 방송사 직원들의 컴퓨터에 담겨져 있었던 개인 화일들과 신한, 농협의 카드 사용과 창구에서의 혼란정도였다고 합니다. 북한이 노린 사이버테러 치고는 피해가 너무 미비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다 소문내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을 경우에는,실제로 방송이 멈추고 금융 시스템이 마비가 되었어야 하는데, 방송과 금융 시스템에는 모두 커다란 문제는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정보전산망 마비 이후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힌 후이즈팀, 출처 : 연합뉴스]




그리고 시간이 지나나 '사이버테러'는 슬그머니 '해킹'으로 단어를 탈바꿈하며 'whois team'라는 해킹그룹의 악성코드설이 등장하였습니다. 후이즈라는 해커그룹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고 하는데(관련기사) 이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다른 언론에서는 주구장창 북한 소행설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출처 : MBC]




▲ 하스타티 추가 공격설

그리고 저녁 뉴스에서는 방송사 전산망을 마비시킨 악성코드 내부에 해커의 추가공격을 암시하는 하스타티(HASTATI)라는 문자가 남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스타티는 로마제국 시절 로마군 보병대의 3개 대열 중 맨 앞에 서는 선봉 부대로, 하스타티가 무너지면 제2열의 프린키페스가, 프린키페스가 무너지면 제 3열의 트리아리가 싸우게된다고 합니다. 


결국 하스타티 뒤에 있을지 모르는 프린키페스와 트리아리가 여전히 어딘가에 심어져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서 나온 추가 공격설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참조)


이쯤되면 이번 전산망 마비 사건이 '북한의 소행'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텐데 초지일관 보수 언론은 여전히 북한의 소행이길 바라는 보도를 내보고 있었습니다. 








▲ '전산망 마비'하면 북한보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먼저 생각난다

저는 기존 언론과는 생각이 많이 달라서 그런지, 전산망 마비라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2012년 10.26 지방 선거에 있었던 디도스 공격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새누리당 소속 보좌관들이 연루된 사건으로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하여 선거 당일 젊은 회사원들이 투표소를 검색할 수 없게 만든 중대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사 결과는 흐지부지 명확하고 선명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뉴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은 이런 전산망과 관련된 사건이 터지면 무조건 북한의 소행이라 단정짓는 버릇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송 환경이 매우 타락하여 공중파와 종편이 서로 자웅을 겨루듯 '사이버테러'라는 기사 제목을 뽑으며 아예 북한 공격이 기정 사실인 듯 추측 보도하였습니다. 


물론 서두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아나운서의 멘트에는 불필요한 수사라고 생각하는 듯 이후의 발언은 모두 북한의 소행을 몰아가는 듯 했습니다. 




왜 이렇게 한국의 언론은 북한을 좋아하는 것일까요? 


첫째, 기사 작성과 보도가 매우 용이합니다. 국내 기관이나 회사는 끝까지 확인 작업을 해야하고 시간이 지나면 진위가 파악됩니다. 그래서 처음에 어떤 현상에 대해서 추측성 보도를 쓸 수 없습니다. 괜히 '카더라' 식의 보도를 했다가는 나중에 진실 보도가 아닐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확인의 대상이 아닙니다. 북한에 이메일을 보내서 확인할 수도 없고 전화를 걸어서 담당자와 통화를 할 수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언론계의 블루오션인 것입니다. 대강 비스므리한 사건에 대해서 범인을 '북한'으로 지목하면. 종북 타파 단체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멋진 특종에 근접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이것이 오보로 밝혀진다면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북한에 대한 충분한 성토 만으로도 언론의 오보는 면죄부를 받고 처음에 말했듯이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에 끝까지 북한이라고 우기면 되는 것입니다.




▲ 사실 확인이 어려운 북한 기사, 일단 쓰고 보자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전해졌을때, 우리나라 대표 언론이라는 신문사에서 매우 진지하게 '북한 소행'이었다고 기사 내보낸 것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눈치를 잘 보는 언론은 기사를 작성할 때 본인들의 주장을 전하지 않고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 또는 전문가라는 자들의 막말을 근거로 일종의 '흘리기'식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소행은 확인할 길이 없고, 오보라고 밝혀지면 "우리의 주장이 아니라 '누구'의 의견을 받아 적은 것이다" 식의 발뺌을 하는 것입니다. 







▲ 권력자의 심기를 행복하게 해주는 기사 작성

둘째, 권력자의 의견과 일치합니다. 종북이라는 실체없는 단어를 공공연한 자리에서 썼던 대통령이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 퇴임한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종북' 이라는 분열의 단어를 언급했다는 것이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을 가늠케 합니다. 북한은 한반도 이북에 있고 국내에 북한의 지령을 받고 활동하는 간첩은 우리나라 인구대비 극소수이며 약간 정신 상태가 안 좋아 히틀러를 존경하듯 북한을 찬양하는 철부지 같은 인간들이 일부 있을 것입니다 .





그런데 정부 시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종북' 이라 매도하면서 정치를 날로 먹으려는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매도하는 종북은 우리나라 국민 48%를 육박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작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종북'이라 공격하던 사람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대한민국에는 그들이 지목하는 종북주의자가 많아질수록 그들의 기득권은 더욱 공고해지는 아이러니한 정치 역학이 존재합니다. 과거 군사 독재 시대에 민주화 운동하는 사람들을 모두 '간첩'이라 누명 씌우고 잡아들였던 것과 흡사한 형태입니다. 


지금도 언론은 국가의 통치 철학을 과거 군사 독재 시대와 비슷하게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종북과 더 많은 북한의 소행이 발생할수록 자기가 줄대고 있는 권력이 매우 편안하게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권을 선출하는 선거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론사, 금융사 전산망 해킹 사태가 발생하면 무조건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오보라고 밝혀지면 언론인으로서의 명예는 조금 더렵혀지더라도 자신이 바라보는 권력에게는 따뜻한 은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 사실에 입각한 객관적 보도가 필요하다

전산망 마비 사태가 발생한지 하루가 지났습니다. 이제 마비 원인에 대한 사실들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할텐데 우리나라 언론이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루어가는지 한번 지켜보아야할 것입니다.  언론이 오보에 오보를 거듭하면 국민은 쓸데없는 염려와 감정을 쌓아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누구에게 유리한지 모르겠지만 국민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지금 박근혜 정부는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언론이 부디 박 대통령의 말을 잘 실천해 옮겼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오보에 오바하지 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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