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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남양유업 사태, 창조경제 잘못된 군대식 경영 뿌리 뽑아야

예전에 대기업 계열사 거래처에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외적으로는 기업윤리를 매우 강조하는 견실한 이미지의 회사였는데 상담실에서 부장 앞에선 대리의 모습의 보고서는 아연실색하게 되었습니다. 손님이 있건없건 차려 부동자세로 서있는 대리의 모습과 심지어는 양복바지 봉제선에 주먹을 바짝 붙이고 있는 것에서 "이 회사 완전히 군대문화구나"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부장이 쓰는 단어도 매우 거칠었고, 말투는 완전 직속상관이 졸병 거느리는 듯한 명령조였습니다. 대기업 계열사로서 형님벌 되는 회사에게만 충성을 바치면 되고, 거래처에게는 모두 '갑'으로 굴림하는 회사였기에 군대문화가 효율적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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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남양유업 압수수색]




▲ '전문경영인으로 '까라면 까는' 사람이 좋다' 대기업 오우너들의 생각?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소유한 오우너들은 자꾸만 토를 다는 사람보다 '하라면 하고, 까라면 까는' 전문 경영인을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수단과 방법이 잘못되었을 경우 책임지는 것은 전문 경영인이고 잘 되었을 때 회사의 결실은 대주주 일가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죠. 


이와같은 군대문화는 군사독재시대부터 기인합니다. 군인이 정치를 하다보니 지도자로서 존경받는 군인이 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군대의 쓸데없는 문화까지도 사회에 침투시키면서 그것이 창피하거나 비윤리적인 것이 아니라 성과만 생긴다면 전혀 흠이 되지 않는 '까라면 까'식의 무식한 풍토가 생겨난 것입니다. 


'까라면 까' 군대 문화의 핵심은 '안되는 것을 되게 하라'입니다. 어떻게 안되는 것을 되게 합니까? 안되는 것을 되게 하려면 분명히 부작용이 있고 애시당초 원칙과 상식은 파괴되는 것이 기본입니다. 전쟁 상황에서는 끊어진 다리를 놓기 위해 주변 아름드리 나무를 베는 것은 용서될 수 있지만 평상 시에 끊어진 다리 놓겠다고 산에 나무를 무차별 벌목하게면 '범죄'입니다. 


잘못된 군대문화가 대한민국 곳곳에 퍼져나갔고, 심지어는 군대도 안 갔다왔으면서 누구보다도 군대문화를 숭상했던 대통령도 당선시켰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4대강, 한미FTA, 미디어법 날치기 등등 모두가 '까라면 까고 안되면 되게하라'는 군대문화의 망령이 작용된 정책들입니다. 




[군대이야기를 재미있게 드려내고 있는 푸른거탑, 출처 tvN]




▲ 왜곡된 군대문화가 가장 심각하게 뿌리내린 곳, 기업

그리고 왜곡된 군대정신이 가장 심각하게 뿌리 내린 곳은 다름 아닌 기업문화입니다. 얼마 전 비행기에서 추태를 부렸던 임원을 배출한 회사, 호텔 도어맨을 하인 부리듯 했던 기업 오우너 등 모두가 '군대식' 문화가 근저에 깔려 있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자기 회사의 물건을 팔아주는 대리점주를 마치 하급 부속품 정도로 생각하는 남양유업, 모두가 상생의 경제보다는 경쟁의 기업과 거기에 더하여 굴절된 군대문화까지 더하여 지금과 같은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남양유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정신문화가 곪아터져서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남양유업은 대리점주를 이잡듯 잡는 것이 자신들만의 경영 노하우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남들한테 공개도 않하고 지금껏 자신들만의 당기순이익과 경영 성과로 이어왔을 것입니다. 


남양유업의 대리점 방침이 2013년 5월만의 문제였겠습니까? 이것은 아마도 남양유업이 대한민국 유제품 선두권에 올라섰을 당시부터 시행해온 방침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수많은 대리점주들이 고통과 울분 속에서 떠나거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것입니다. 


어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남양유업 대리점주들한테  '손해가 나면 떠나지 왜 안 떠났냐'고 반문하던데 대리점이라는 것이 보증금과 권리금 등 목돈을 넣고 시작하는 사업이며 첫술에 배부르지 않고 몇년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카러다'에 익숙하다보면 건강과 돈 잃는 줄 모르고 그냥 가게 되어 있는 것이 그 바닥 생리입니다. 




▲ 남양유업 응분의 댓가와 책임을 지도록 

남양유업은 반드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응당의 댓가를 치루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한 분야의 최고라는 기업이 잘못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와 관련된 전반적인 사회적 영향력이 지대합니다. 자신은 원치 않더라도 남양유업과 거래하려면 남양유업과 비슷해져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리점과 종속관계를 맺고 까라면 까는 식의 밀어내기 경영은 새로운 경제의 대안이 될 수 없고 소수만 잘 먹고 잘 살게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남양유업은 만인이 보는 가운데 기존 대리점주들과 상생 합의를 이루어내고 합리적 계약서에 따라 서로의 권리와 의무가 구속되는 파트너쉽이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진정성 없는 사과문 몇장과 임원들의 경찰 소환으로 일단락되어진다면 한국에서 앞으로 '좋은 기업'은 탄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남양유업 사태를 보면서 가장 큰 우려는 남양유업이 선전에 능하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남양유업에 대한 국민정서가 매우 좋지 않지만 이번 사건 역시 서서히 사라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전에도 남양유업은 카제인나트륨 논란에 휩쌓였던 적이 있었고 MBC에 의해서 식약청 담당자와의 녹취록이 폭로된 적이 있었습니다. 




          

    출처 : 조이뉴스24




▲ 선전에 능한 남양유업, 이전과 같이 유야무야 사라지는 사건이 되지 않기를 

국민의 식품과 약품을 관리감독한다는 식약청과 남양유업 관계자의 녹취 내용이었는데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이 녹취록이 공개되고 책임자 색출이 되어서 진위를 가리는 작업까지 갔더라면 식약청과 남양유업 모두 커다란 홍역을 치루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주 재미있게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MBC가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서 어설프게 매듭지어진 사건이었습니다. (관련기사)


그리고 유제품계의 라이벌 매일유업과의 비방광고 사건 등을 들여다보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지만 언제나 끝은 잠잠히 묻혀버리는 식이었습니다.(관련기사)

 

이번 남양유업 사건은 다시 말하지만 일개 기업의 사사로운 사건이 아닙니다. 뿌리 깊게 잠재되어 있는 군대경영 방식의 부작용이 터진 것입니다. 군대문화에는 '상생'이란 없습니다. 하지만 경제에는 '상생'이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왜냐하면 경제활동은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 주고 받는 공생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생이 발전하여 '상생'이 될때 그 사회가 따뜻하고 건강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 창조경제를 세우려면 잘못된 군대식 경영부터 뿌리 뽑기를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가치를 내걸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애매하다고 사람들의 구설수에 올랐었는데 제가 생각하는 창조경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 획일적이고 명령하복식의 군대식 기업 문화를 떨쳐버리고 서로 협력하며 상생하는 수평적 기업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말입니다. 


군사독재 시대의 유물이 아직도 잔존하는 대한민국에서 창조경제를 실현하려면 잘못된 군대문화를 척결하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현 정부에게는 근본적으로 난제일 수 있지만 이번 남양유업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창조경제'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이번 남양유업 사태를 맞이하여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목적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군대식 기업 문화를 뿌리 뽑는다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의 건강한 시작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남양유업 사태도  유아무야로 끝내버린다면 창조경제의 '창조'는 떼어버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2013/05/08 - [까칠한] - 가맹사업법 연기, 새누리당은 남양유업 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