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임사장으로 김종국 대전MBC 사장이 선임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대로 4명의 최종 후보 가운데 김재철 사장 라인으로 분류되었던 두명 중 한명이 MBC 사장이 된 것입니다. MBC 정상화를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게 되었고 제일 먼저 MBC 노조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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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신임사장 김종국, 출처 연합뉴스]
김종국 사장은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지역사 통폐합을 해고와 징계로 일단락지어, 대단한 업무 추진력(?)을 인정받은 인물입니다. 그래서 김종국 사장은 김재철 라인으로 분류되었고 이번 MBC 사장 공모과정에서도 말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관련기사) 저는 김재철 사장 당시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되었고, 법인카드 사용을 남발하는 등 많은 구설수가 있었지만 그 중 최악은 제대로된 언론인을 무자비하게 해고와 징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된 언론인들이 해고와 징계 또는 모멸감으로 자리를 떠나니 MBC는 당연히 공정성과 신뢰도, 결국 시청율 저하를 가져오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해고와 징계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높은 경영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경영은 사람을 얼마나 소중하게 제대로 다룰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음에 안들면 짜르고 벌을 주는 것으로 일관한다면 해당 집단의 경쟁력은 최하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해고와 징계 당한 MBC 조합원들 사진. MBC노동조합 홈페이지]
▲ 방문진의 무능함
아직 사장직을 시작도 안한 김종국 사장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MBC 사장 선임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무능함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언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MBC에 필요한 사장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야만 상처 깊은 노사 양측이 신임 사장을 매개로 한 매듭 한 매듭씩 풀어가는 과정을 겪었으면서 정상화의 길을 걸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방문진은 사전에 여론 동향도 조사하지 않은 것인지 김재철라인으로 지목되는 인사를 바로 MBC 사장으로 과반수 낙점을 준 것입니다. 결국 방문진은 여와 야 6:3의 태생적 이사진 구성 제도가 잘못된 것입니다. 방통위원장이 새삼스러럽게 MBC 사장 선임에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으나 여당 인사 6명이 버티고 있는 방문진의 결정은 청와대의 의중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입하지 않았지만 개입한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 현 방문진의 MBC 사장 선임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MBC 사장을 선임하기 이전에 방문진 이사 제도부터 고치는 것이 맞았습니다. 방문진 9명의 이사진을 전원 시민단체 추천 인사로 채우거나 MBC 사장 선임 과정을 완전히 공개하여 어떤 기준과 무엇 때문에 선임되었는지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혔어야 합니다.
하지만 새정부는 처음부터 인사 난맥상을 보이며, 언론 공정성의 화두가 되었던 MBC사장과 방문진 이사 제도에 대해서 어떠한 수정도 가하지 않았습니다. 바빠서 보지 않았거나 그대로 놔두어도 나쁘지 않았거나 둘 중에 하나이겠지만 말입니다.
[MBC 여의도 사옥 여름]
▲ MBC 신임사장의 경영 방침 "법과 원칙"?
이러한 깊은 아쉬움을 남기며 MBC 신임 사장은 선출되었습니다. 그런데 김종국 사장이 면접 과정에서 방문진에 밝힌 MBC 경영 방침을 보며 매우 우려스러운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법과 원칙'에 입각해 MBC를 경영하고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의 신뢰 확보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조직원들이 스스로 따라올 수 있는 신망받고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겠습니다 (관련기사)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문장 아닌가요? 저는 요즘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보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 최근 정치에서 '법과 원칙' 강조한 사람치고 자기가 '법과 원칙'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법과 원칙'은 나 아닌 타인을 대하는 수단이고 스스로는 편법과 꼼수로 일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사람들 중에는 스스로에게는 무한히 관대하고 남에게 한없이 엄격한 배은망덕한 인격의 소유자가 꽤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의 특징 중에 하나는 남에 대한 처벌 수위가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노동자에게 해고는 기본이고, 자연은 파괴의 대상일 뿐입니다.
저에게는 그래서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김종국 신임 사장이 방문진 면접과정에서 MBC를 법과 원칙에 따라 경영하겠다는 말을 듣고는 매우 놀랐던 것입니다. 사실 사람을 다스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법과 원칙'만 가지고 안되는 일이 많으며 인간의 삶을 '법과 원칙'만으로 담아낼 수 없습니다.
▲' 법과 원칙'보다 지도자의 철학 '사랑과 능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지도자에게는 가장 먼저 철학이 있어야 하고 능력과 사랑이 공존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MBC 신임사장이 '법과 원칙'보다는 '사랑과 능력'으로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돌아앉은 마음을 마주볼 수 있게 만들길 바랬습니다.
우리는 신임 김종국 사장이 면접 과정에서 언급한 '법과 원칙'이 향후 MBC에 어떤 식으로 펼쳐질 지 잘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지도자로서 철학이 부재한 '법과 원칙' 이라면 MBC는 앞으로 또다시 해고와 징계로 암흑 세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전임 사장의 교훈을 생각하며 제대로된 경영을 생각한다면 MBC 정상화의 실낫같은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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