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실태와 수사과제 긴급 토론회>(이하 국정원 토론회)를 다녀왔습니다. 민주당이 주최를 하고 원세훈 원장 지시글을 폭로한 진선미 의원의 사회, 뉴스타파가 영상과 각종 자료를 제공하는 자리였습니다. 그 외에도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집중 토론을 한다고 하니 '국정원' 사건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추천 꾹>
▲ 민주당의 국정원 사건에 대한 미디어 전파 방법, 전략이 궁굼했다
그리고 저는 민주당에게 또는 언론에게 꼭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국정원 정치개입 또는 대선 개입 의혹은 뉴스타파의 보도와 진선미 의원의 원세훈 전 원장 지시글 폭로로 충분한 사건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상식적이고 건강했다면 이 정도의 보도와 폭로만으로도 모든 언론이 사건을 파헤쳐야 하고 , 수사기관은 신속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했어야 합니다.
[활짝 웃고 있는 진선미 의원]
하지만 사건은 이미 5개월 전에 발생했고, 경찰은 잘못된 수사 결과를 성급히 발표하여 대선 국면에서 대단히 정치적인 행동을 하였고, 주요 언론은 침묵하고 수사기관은 부실 또는 늑장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번 국정원 토론회에서 새로운 사실, 확실한 증거가 더 나올 것은 기대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국민들이 국정원 사건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듣고 사실을 확인하여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미디어 전파 방법' 또는 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하였던 것입니다.
국회의원이 국정원장 지시글을 폭로하였고, 한 언론이 취재하여 대선에 개입한 트위터 계정을 밝혀냈는데 국민들은 아직도 국정원 사건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더군다나 자초지정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정원 사건에 대해 나올 사실은 이미 충분히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현 시점의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국민에게 효율적이고 인상깊게 알릴 것이냐에 대해서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국회의원들이 국정원 토론회가 열리는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 모여 들었고 그것이 국회에서의 예의범절인지 들락달락 거리는 국회의원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더군요. 개인적으로 회의 진행에 무척이나 거슬렸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던 국회의원은 몇명되지 않았습니다.
[유인태 국정원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의 인사말]
▲ 김한길 신임대표는 순서에는 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개회 인사하기로 했던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에게 많은 현안 업무가 있겠지만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든 '국정원 사건 토론회'에 온다고 약속을 했으면 와서 인사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데 신임 대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신 유인태 국정원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의 인사말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하튼 국정원 토론회는 시작되었고, 뉴스타파의 최기훈 기자와 권혜진 데이타저널리즘 연구소장의 송곳같은 국정원 사건에 대한 발제가 있었습니다. 기존 뉴스타파 국정원 보도와 겹치는 것도 있었고 이날 토론회에서 새롭게 밣힌 사실도 추가되었습니다.
▲ 성과 1. 트위터 계정과 동일한 국내 포털 계정 발견
예를 들면, 현재 국정원 수사에서 '트위터'에 대한 것은 제외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트위터는 서버가 해외에 있고 개인정보 신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해 봐야 별로 도움될 것이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날 뉴스타파 최기훈 기자가 밝힌 사실 중 하나는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이메일이 있어야 하는데 국정원 직원 것으로 의심되는 트위터 계정과 동일한 국내 포털 사이트 계정을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포털은 서버가 국내에 있고 이메일 정보에 신원 정보가 남아있을 수도 있으니 해당 포털의 게정 아이디를 조사하면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매우 신빙성 있는 취재였고 검찰이 꼭 이것을 가지고 제대로 수사하길 바랄 뿐입니다.
['문재인 후보 TV 화면 잘 나온다' 가 대북심리전과 무슨 상관?]
그래서 민변은 <오늘의유머> 사이트에 관심을 가졌고 국정원 추정 아이디가 활동한 내역은 글을 올리고 내린 것이 아니라 '문재인 의원 TV 화면 잘나온다" 같은 글에는 집중적인 '반대'를 클릭하면서 '베스트'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활동(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습니다.
이후에 김인성 한양대교수, 이호준 서강대 교수, 이석범 변호사, 정환봉 한겨례 신문 기자 등 국정원 사건과 관련한 좋은 토론을 해 주셨습니다. 이 분들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노고, 결코 가볍지 않다고 봅니다.
▲ 어수선하게 끝난 국정원 토론회 왜?
그런데 문제는 토론회가 끝나고 질의 응답 시간이었습니다. 대부분 질문과 우려는 '앞으로 민주당이 어떻게 할 것이냐' 였습니다.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을 했다면 작년 대선은 무효라는 주장과 '이전의 여러 사건과 마찬가지로 국정원 사건 역시 축소 은폐 수사 결과가 나오면 민주당은 어떻게 맞설 것이냐'라는 것에 춧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것은 매우 당연한 질문이었습니다. 이날 참석한 일반 시민들에게는 좋은 토론회장과 훌륭한 패널들이 나와서 국정원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 했지만 눈 앞에 보여진 많은 증거와 의혹에도 불구하고 '꼬리 자르기'식의 수사 결과에 대한 우려가 매우 깊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우려의 바닥에는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함께 섞여 있었던 것이구요.
[민주당 국정원 진상조사특위 간사 김현 의원]
그런데 여기에 대한 민주당의 '답변'을 들으면서 심각한 시각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고, 앞으로 잘 할 것이다. 비판은 좋지만 그 이상의 것은 자제해 달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이날 국정원 토론회에 찾아왔던 일반 시민들의 기대는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든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고 국정원 사건이 대선에 영향을 끼쳤다면 작년 대선은 부정선거이고 현 박근혜 정부의 탄핵을 넘어 '체포'까지 가능한 것이다' 였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신들은 국정원 사건에만 집중하고 있고 국정원 사건이 대선에 끼친 영향은 많은 요인 중에 하나이다, 만약 모든 국민이 국정원 사건이 대선에 영향을 끼쳤다고 동의를 한다면 자신들도 움직이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저는 민주당의 답변과 행동을 보면서 국정원 사건은 이전 '민간인 불법 사찰' 때와 마찬가지로 '자칭 몸통' 이 나타나 흐지부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민주당이 열심히 하는 것은 맞으나 토론회에 참여했던 일반 시민들보다 '절실함'이 없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언론의 카메라는 얼마되지 않은 국정원 토론회장 후반부]
왜냐하면 민주당이 국정원 토론회를 국회 안에서 개최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민주당 국회의원들 왔다갔다 들락달락 거리며 인사하고 사라지기 바빴지 끝까지 경청한 의원은 몇 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와같은 중차대한 사건을 국회에서 토론하고 있는데 언론은 처음에 사진 몇장 찍고 후반부에는 거의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토론회가 끝나고 일반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민주당에게 '너희들이 새누리당과 뭐가 달라' '너희는 2중대 밖에 안돼'라는 질타를 듣고 가지 못했습니다. 즉 다시 말하면 민주당의 관심은 '국정원 사건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것과 그에 상응하여 언론의 관심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민주당, 일의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
민주당 내에도 많은 의원들이 있을 것입니다. 국정원 사건을 열심히 파헤치고 있는 진선미 의원 같은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민주당은 이것은 제대로 조사하고 여론을 이끌어갈 의지가 약해 보였습니다. 좀더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면 민주당이 모든 힘을 집중해서 국정원 사건을 파헤치고 여론을 주도하여 언론이 외면하지 못하도록 견인해낸다면 민주당이 잃었던 신뢰와 지지를 만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국정원 사건은 지금 그 어떠한 현안보다도 중요하고 시민 사회의 근간을 뒤흔든 매우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즉 국정원 사건과 대선 개입 여부만 해결하면 다른 현안은 같은 맥락으로 풀 수 있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은 다른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본인들이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정말로 해야만 하는 일에는 등한시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능력 탓인지 의지인지는 본인 스스로들만 알 것입니다.
▲ 민주당과 일반 시민의 시각 차, 민주당의 앞길 묘연
그리하여 국정원 토론회는 마지막에 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표현이 지나칠 지 모르지만 장소가 국회의원회관이 아니라 일반 토론장이었다면 '멱살잡이'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참가 시민들은 악에 바쳤고, 민주당 국회의원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들이었습니다. 열심히 했는데 왜 욕을 하냐 그런 분위기였죠.
토론회장을 빠져나오면서 오후의 국회의사당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하늘은 높고, 잔디는 푸르며 건물은 덩그러니 놓여있는데, 우리네 서민들의 삶은 한동안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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