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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MBC, 취재온 기자를 무단침입으로 형사고소

언론의 도가 넘는 취재 형태는 비난 받을 만 합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우며 한 개인의 인권이나 프라이버시는 무시한 보도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자신의 집이 아니라 회사에 찾아온 기자를 '무단침입'으로 형사고소하는 처사는 반대로 언론의 공익적 측면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당사자가 일반 회사가 아니라 '언론을 다루는 방송사'였다면 더욱더 어처구니 없는 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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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온 기자를 무단침임으로 형사고소

방송사가 취재온 언론사 기자를 '무단침입'으로 형사고소하는 초유의 사건은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공영방송 MBC에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는 지난 6월 24일 MBC노동조합이 발간한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고서'에 대한 김장겸 보도국장의 의견을 묻고 인사도 나눌겸 서울 MBC 보도국장실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김장겸 보도국장은 '어디를 들어오냐'라고 말하며 여직원을 시켜 조수경 기자를 끌어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기자가 사전에 예약 없이 찾아갔다면 MBC보도국장의 이와같은 반응이 일반인의 시선에서 지탄받을만 하지 않습니다. 기자가 간다고 언제든지 취재에 응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합니다. 취재하러 갔던 조수경 기자를 MBC는 법무팀을 시켜 '현주소건물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과 검찰에 고소를 했다는 것입니다. 


취재하러 간 기자를 끌어낼 수는 있어도 해당 기자를 무단침입으로 고소하는 사건은 아마도 국내에서 처음 있을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그런 짓을 행한 주체가 바로 언론사 MBC라는 것이구요. 입장바꿔 생각하면 MBC 소속 기자가 KBS를 취재 갔는데 해당 인물이 인터뷰를 거부하고 끌어낸 후 '무단침입'으로 고소를 한다면 MBC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 언론으로서 언론에 대한 상식 밖의 일

MBC는 언론으로서 기본 도리도 모르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없는 상식 밖의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만에 하나 법원이 조수경 기자의 행동을 정말로 '무단침입'으로 결정내린다면 향후 언론사 기자들은 취재 대상이 있는 건물에는 들어가지도 못한 채 밖에서 허송세월해야할지 모릅니다. 이와같은 나쁜 선례가 다른 집단이 아닌 언론 스스로에 의해 저질러졌다면 언론인들로서는 개탄해야할 일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 대한민국 언론은 지탄의 대상입니다. '세상을 보는 창'이어야할 방송과 언론이 도리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할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왜곡하고 오직 날씨, 스포츠, 해외 소식에만 열을 올립니다. 기자로서 욕심을 내야할 특종에는 관심도 없고 너무나 평이한 기삿거리만 적당히 내보내며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만족하는듯 보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MBC가 장기파업을 벌인 작년 초반 이후 언론에 의해 발생된 사회적 이슈는 거의 없습니다. 언론은 단순히 선별된 정보만 실어나를뿐 사회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문제제기' 기능은 말살된 것 같습니다.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대안언론 '뉴스타파'의 국정원 사건과 해외도피 자금에 대한 고발 정도 였다고 보여집니다. 


KBS와 MBC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더더욱 국민의 알권리에 집중해야하는 언론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떠도는 '종편은 조장하고 지상파는 침묵한다'는 말처럼 방송 수준이 종편과 비교될 정도입니다. 




[2012년 MBC 파업 당시]





▲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

MBC의 '미디어오늘' 출입기자에 대한 '무단침입' 형사고소사건은 우리나라 언론의 현 주소를 잘 알려주는 사건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같은 언론에 대한 배려도 없으며 스스로가 언론인이라는 생각도 없는 듯 보입니다. 자신들이 저지른 형사고소는 바꿔말하면 MBC 소속기자들도 당할 수 있는 '고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자꾸만 나쁜 선례가 특정 방송사를 중심으로 쌓여만 가는 것, 미디어 환경을 더욱더 어렵게 만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