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대학교 앞으로 경찰이 가로막고 검문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검문이 아예 학교를 가기 위한 통과 의례처럼 되었었지요. 인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시절이었고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살았더랬습니다. 그 시대에 우스갯 소리로 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학생들은 수시로 검문이 있기 때문에 가방은 언제나 스스로 자체 검열을 해서 담아 다녔습니다. 그래서 마르크스, 레닌, 마오저뚱, 자본론, 공산주의 등등 민감한 단어가 책 제목으로 달려있으면 가방에 넣지 않는 것이 기본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선배가 막스 베버의 책을 가방에 담고 교문을 통과하다가 검문에 걸렸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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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밀리안 카를 에밀 베버(Maximilian Carl Emil Weber) 또는 막스 베버 (Max Weber)
: 1864년 4월 21일 ~ 1920년 6월 14일)는 독일의 법률가, 정치가, 정치학자, 경제학자, 사회학자로, 사회학 성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1] 그는 사회학과 공공정책학 분야의 근대적 연구 토대를 마련한 학자로 평가되고 있다. 베버는 베를린 대학교에서 처음 연구 활동을 시작했으며, 말년에는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빈 대학교 그리고 뮌헨 대학교에서 연구활동을 했다. 당대 정치 분야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베버는 베르사유 조약의 독일 제국 측 협상대표로 선임되기도 했으며, 바이마르 헌법의 초안을 닦는 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하였다. [출처 위키백과]
칼 마르크스(Karl marx)를 흔히' 칼 막스'라고도 많이 불렀습니다. '막스'의 발음이 막스 베버의 막스와 동일시 되면서 졸지에 불온서적으로 찍혔던 것입니다. 그 선배를 경찰한테 끌려가서 황당한 고초(?) 겪고 풀려났는데 참으로 웃기면서도 슬픈 과거사 였습니다.
▲ 청년이 바로서야 나라가 산다
과거에는 대학생 또는 청년이 국가로부터 반동(?) 세력으로 낙인찍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군부 독재시대는 진정성이 없었기에 대학생이 불의에 맞서 싸우는 가장 큰 양심세력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생을 검문하고 시국이 불안하면 대학교를 원천봉쇄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던 것이구요.
요즘 젊은이들의 보수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 나가보아도 청년보다는 30~40대 아저씨 아줌마 찾아보기가 훨씬 쉽고 인터넷 상의 보수 사이트도 젊은이들이 독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학생이 선생을 국정원에 신고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잘 나타내는 사건이 발생하였으니 대학생이 자기 학교에서 자본론은 강의하는 강사를 국정원에 신고한 것입니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교양 과목을 가르치는 30대 강사가 학생으로부터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반미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국정원에 신고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사상에 문제 있다면 학생이 선생을 신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본론 수업을 맡았다는 이유로 국정원에 신고를 한다면 어떤 강사가 교양수업으로 자본론을 강의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카를 하인리히 마르크스(독일어: Karl Heinrich Marx);
1818년 5월 5일~1883년 3월 14일)는 후대에 큰 영향을 끼친 라인란트 출신의 공산주의 혁명가, 역사학자, 경제학자, 철학자, 사회학자, 마르크스주의의 창시자이다.1847년 공산주의자동맹을 창설했다. 1847년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공동집필해 이듬해 2월에 발표한 《공산당 선언》과 1867년 초판이 출간된 《자본론》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러시아의 10월 혁명을 주도한 블라디미르 레닌은 마르크스를 이론적 기반으로 삼았다. 맑스, 막스, 칼 마르크스 등으로 표기하기도 하나, 외래어 표기법에 준하는 표기는 “카를 마르크스”이다. [출처 위키백과]
후마니타스(humanitas) 라틴어로 인간 또는 인간성을 뜻합니다. 경희대학교가 인문학의 심도있는 집중을 위해 설립한 과정으로 자본주의에 찌들어버린 인간성 회복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문학에 있어서 플라톤, 아이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등의 기라성 같은 고전이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이상사회에 대한 꿈을 펼쳤던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꼭 다뤄야할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본론을 강의하는 선생님이 학생으로부터 국정원에 신고를 당하고 이 사실을 학교 측으로 전달받았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해당 강사 임모씨는 국정원에 신고되었다는 것보다 학생이 이 사실을 태연히 학교 측에 전했다는 것이 더 충격이었다고 합니다.(관련기사)
▲ 세상이 어찌하다가 이 지경에까지
세상이 어찌하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사상의 자유가 주어졌습니다. 이것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도 경청해줄 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요즘 사회에 불고 있는 공안 바람이 사상의 자유가 가장 넘쳐나야할 대학까지 잠식한 결과, 학생이 선생을 국정원에 신고하는 사태까지 이른 것입니다.
공산주의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을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대학 교양과정 시간이고 학문적 호기심으로 접근하면 정말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을 텐데 학문적 욕구보다 투철한 신고정신이 먼저 발휘되는 대학의 현실이 암담할 뿐입니다.
이것의 원인은 어디에 기인할까요? 저는 잘못된 어른들의 탐욕 때문이라고 봅니다. 자기가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 상대방을 '종북'으로 옭아매는 저열한 방식들, 그리고 그것을 추종하는 무식이 함께하여 이 사회는 비상식이 상식처럼 받아들이는 불량사회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 정신의 파괴는 현실의 고통을 다가온다
지금은 과거 우리가 열심히 일한 덕분으로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정신의 파괴는 곧 현실의 고난으로 다가오게 되어있습니다. 자본과 정치의 탐욕 과잉은 현재 도를 넘어서 젊은이들의 순수와 용기까지 파고들었고 이들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우리사회의 희망은 없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 다른 곳에서는 교과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역사를 종북척결사관으로 들여다보는 광기가 정식 교과서로 채택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런 식으로 교육이 진행된다면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자본론' 강의가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사회는 지금 불행으로 가는 특급열차를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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