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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단기방학, 어른들의 양극화가 아이들에는 상처가 된다

99 마리의 양보다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돌보는 것이 개신교의 위대한 사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속세에서 한 마리의 길 잃은 양을 구하러 떠나는 양치기는 남 달라 보입니다.


그러나 모든 종교를 차근차근 따져보면 궁극적으로는 현실적일 때가 더 많습니다. 왜냐하면 궁극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종교이기에 현실과 동 떨어져 있으면 종교로서 가치를 잃거나 대중의 믿음을 얻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 길 잃은 양을 특별히 돌보는 것이 전체의 행복을 위해 이롭다

다시 생각해보면 무리에서 별탈없이 잘 지내는 99마리 양은 특별한 돌봄이 없어도 잘 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것입니다. 도리어 무리를 이탈한 양이 타지에서 병이라도 얻어돌아오면 전체 무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런 식으로 한 마리 두 마리 사라져버리면 전체 양무리의 수가 줄어들어 외적 규모를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양치기가 길 잃은 어린 양을 찾아나서는 것은 대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대를 유지하기 위한 지혜로운 행동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와같은 행동에는 양치기 나름대로의 고유 경험과 판단이 작용해야 할 것입니다.





▲ 5월의 가정의 달, 어린이 날을 맞아 단기방학? 

5월은 가정의 달인데 아이들의 '단기방학'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집 맞은 편에 학교가 있어서 알게되었는데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등교를 볼 수 없었습니다. 징검다리 연휴라 아이들도 쉬는가보다 했는데 사실을 알아보니 '단기방학'에 들어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와 달라진 제도라서 무엇인가 알아보았더니 정부가 5월14일까지 관광주간(?)을 선포하였고 이에따라 초.중.고교에 일주일간의 단기방학을 실시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단기방학이 교육 차원의 결정이라기 보다는 관광과 내수 진작이 고려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관광이라는 것은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가능합니다. 그리고 직장인들에게 주어지는 여름휴가와는 달리 '단기방학'은 아이들에게 주어진 휴식 기간입니다. 5월 1일 노동절에도 쉴 수 있는 직장과 그렇지 못한 직장으로 나뉘어져 '휴일 불평등' 있었건만 '단기방학'이라는 것이 시행되면서 관광 갈 수 있는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으로의 양극화가 또 한번 재현되는 것 같습니다. 




[방학 동안 해외 연수를 떠나는 초등학생들 출처 : 연합뉴스]




▲ 단기방학, 여유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아이들을 데리고 관광을 가냐 안 가냐의 문제가 아니라 맞벌이 부부의 경우 당장 아이들을 어디에 맡겨야하는 지 생활의 문제로 직결됩니다. 즉 한 쪽에서는 단기방학을 맞아 해외여행을 간다고 인천공항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학교를 가지 않는 자녀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는 것입니다. 


미국처럼 공교육이 무너져내린 나라에서는 방학 기간 활용이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를 좌우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사교육이 판을 치고 있기에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단기방학 동안 해외 관광 또는 고가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아이들과 일 나간 부모의 빈자리를 피씨방과 독방에서 보낼 아이들의 미래가 같을 것이라 생각할 수 없습니다. 


노동의 양극화, 빈부의 극단화가 이뤄지는 사회에서 공교육의 사회적 기여도가 낮을 경우 아이들마저 양극화의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좋은 제도도 충분한 조건 속에 이뤄질 때 긍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 단기방학, 누군가에는 휴식이 아니라 곤혹

대기업과 자산가에게 천국인 대한민국에서 비정규직과 최저임금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자녀들의 방학은 휴식이 아니라 곤혹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지출이 필요한 복지에 대해서는 차일피일 미루면서 돈 안드는 '단기방학'에는 후한 인심쓰는 정부 정책이 얄궂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5월 5일 어린이 날입니다. 그러나 어른 세계의 양극화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게 될까봐 걱정이 앞섭니다. 너무나 어린 나이 때부터 사회적 불평등에 눈을 떠 무리를 떠나는 길 잃은 양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는 결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최소한 어린이들에게만은 상처를 남기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어린이날'을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