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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아닌 합창 이유

오늘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 35주년 일입니다. 총칼로 정권을 유린하려는 자들에 맞서 시민이 총을 들어 저항한,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최대 기념일입니다. 1980년 5월 대한민국에는 야당도 언론도 모두 침묵할 수 밖에 없었지만 깨어있는 광주시민들만이 탐욕스러운 군사정권에 맞서 저항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권리와 자유가 어쩌면 광주에서의 저항을 뿌리삼은 것일 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날을 기념하여 권력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국민은 정권의 부패와 탐욕을 감시해야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상식적인 사회에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며 행사인 것입니다.



  

[다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는데 입 다물고 있는 사람이 있다. 오른쪽 부터 문재인 새정연대표, 김무성 새누리당대표, 정의화 국회의장, 최경환 경제부통리 겸 국무총리 대행,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출처 : 오마이뉴스]




▲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지 않을 수 있는 자유?

하지만 위 사진을 보면 누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뜻을 기리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고 누구는 꼭 다문 입술로 518 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입장을 짐작케 합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부르지 않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정부를 대신해서 기념식에 참석한 인사입니다. 실제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야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공석인 국무총리를 대신해서 최경환 부총리가 기념식에 참석하게된 것인데 실질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한 것입니다. 


정부를 대신해서 아니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최경환 부총리는 여야대표, 국회의장까지 따라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사전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경시하는 세력이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형식을 바꿨기 때문에 이것을 문제 삼을 수 없습니다. 합창단이 주도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부르지 않은 최경환 부총리에게 결례를 범했다고 공식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518 민주화운동이 기념일로 제정되며 1997년 이후 2008년 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 형식으로 불러졌고 이명박 정부 2년 차에 돌연 '합창' 형식으로 뒤바뀌었습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인사들 출처 오마이뉴스]





▲ 합창과 제창의 차이, 같지만 매우 큰 차이점

합창과 제창은 모두 함께 부른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기념식 장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합창의 경우 합창단이 주가 되어 부르기 때문에 참석자들은 자유롭게 따라 부를 수도 있고 안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창의 경우는 참석자 모두가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에 의미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즉 이번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공식적인 제창 형식이었다면 최경환 부총리와 보훈처장이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따라 부르지 않았다면 기념식 장에서의 결례로 비난 받아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은 행사장에서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이 아닌 '합창' 형식을 정했고 입 다물고 있었던 최 부총리 겸 국무총리 대행의 행동을 비난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국가보훈처가 주관하고 518 민주묘지에서 열리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온한가? 

그렇다면 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하면 안되는 불온한 노래일까요? 정부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이 노래가 북한 영화에 배경음악으로 쓰였다. 이 노래의 작사가(황석영)이 북한을 다녀왔다 등 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만들어진 노래를 북한 영화가 썼다고 하여 불온시한다면 그것은 남과북의 문화적 교류를 막는 일이고(예를 들면 북한 영화에 만약 빅뱅 노래가 삽입되었다고 빅뱅 음악을 불온시하는 것과 동일함), 황석영은 북한을 다녀왔지만 지금은 방송까지 출연하여 웃고 떠는 체제에 순응하는 평범한 소설가일 뿐입니다.


심지어 국회의장까지 나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지정과 제창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건만 박근혜 정부의 고집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관련기사





[유가족 시민들이 참석한 518민중항쟁 기념식은 518민주광장에서 열렸다 출처 : 머니위크 ]





▲ 무엇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못하게 하는가?

솔직히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피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다 따라 부르는데 보란 듯이 꽉 다물고 있는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의 고집은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아니면 단지 '임을 위한 행진곡'이 군사독재와 부정부패에 맞서 거리에서 불려진 상징적인 노래라는 것이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경환 총리대행이 이날 읽은 기념사 중에서 "지역과 계층,세대와 이념의 벽을 넘어 화해와 통합의 시대를 열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 없게 들렸고(관련기사) 결국 35주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쪼개져 518민주묘지(운정동)와 518민주광장(옛 전남도청)에서 각각 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