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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메르스, 전염병에 걸리는 것이 너무나 두렵다

공공장소에서 기침 한 번 하면 여러 사람의 시선을 끌게 됩니다. 메르스 공포가 대한민국을 뒤덮은 요즘, 거리는 마스크와 경직된 표정들로 뒤섞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발병자와 병원 공개 여부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언제부터 국민의 인권과 사생활 보호에 그렇게 관심을 가져왔던지 지방정부의 내용 공개를 '폭로'라 규정짓고 비난을 해댔습니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는지 끝내 자신들도 병원 공개를 뒤늦게나마 했습니다.







전염병이 돌아도 병원에 가야하는 사람들은 있다

정부를 믿건 안 믿건 병원 가기를 두려워했던 국민들도 나름대로 선별하여 의료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메르스가 돈다고 다른 질병이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아픈 사람들은 여전히 생겨나고 환자를 돌보기 위해 병원에 가야 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생깁니다. 


아픈 것이 죄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국내에 없던 전염병이 누군가를 통해서 유입된 사실에 대해서 당사자는 무척이나 미안함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희귀 전염병에 걸려 격리되고 특별 관리 대상이 된다는 것은 한 개인에게 결코 좋은 경험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메르스의 경우 환자의 대면 접촉을 통해 옮겨지고 있기에 감염 의심자 스스로 공개하고 조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길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메르스 공포는 확실히 과잉이라고 합니다.정부에서 메르스는 공기 중으로 옮겨지지 않는다고 홍보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로 무장을 하고 밖에 나가기를 꺼려합니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꺼려하는 사람들의 자가용 운행이 많아지면서 출퇴근 시간에는 차가 많아졌지만 반대로 그 외 시간 주요 도로는 너무 한산하다고 합니다. 











▲ 메르스 공포의 과잉, 믿음의 부재

이처럼 사람들이 메르스를 공포로 여기고 거리가 한산할 정도로 행동이 위축되는 이유는 정부와 지역 사회에 대한 믿음이 부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즉 현재 정부가 발표하는 확진자 수가 전부는 아닐 것이고 메르스가 의심되면서도 기관에 사실을 알리지 않는 사람 또한 있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입니다. 


만약 정부의 확진자 수가 매우 정확하고 본인의 양심에 따라 병의 의심 여부를 국가기관에 바로 알리는 시민정신이 또한 확실한 사회라면 지금처럼 '과잉공포'로 잃게되는 기회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도 믿지 못하지만 우리 이웃도 별로 신뢰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웃은 커녕 남은 그저 남일 뿐이고 결국 언젠가 만나게될 경쟁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와같은 개인의 고립화 역시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아파서는 안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 신생아 또는 유아를 키우고 있는 보육 가정은 가장의 역할이 너무나 큽니다. 만약 메르스에 전염되어 하염없는 격리생활을 하게 된다면 병의 고통보다 당장 생업의 어려움에 직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국가적 재난에 대한 정부의 책임

이런 계층에게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은 질병 이상의 두려움이고 병이 의심된다는 이유(확진 전 단계)만으로 사회적 양심으로서 격리 생활을 자처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 병의 전염을 막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개인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간극 사이에서 아무런 갈등 없이 사회적 책임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간극의 혼란을 막고 개인과 사회적 책임을 조율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 곧 정부의 책임입니다. 특히 '의료'와 같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것은 정부가 책임지고 안심시켜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혹시 잘못하여 '전염병'에 걸렸다 하여도 정부가 반드시 치료해 주고 내가 치료받는 동안 사회가 내 가족을 어느정도 책임져 준다라는 믿음이 있다면 메르스를 이처럼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서 경쟁을 부추기고 공공재를 민영화시키는 것이 지상 목표처럼 말하는 것을 보면서 안심하고 마음 편할 국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메르스 같은 전염병에 걸리면 나만 손해이고 우리 가족의 재앙이기에 절대로 걸리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꽁꽁 틀어막고 닫아 버리는 것입니다. 정부가 말하는 대응법 보다 몇 단계 높은 보건 상태를 유지해야 메르스에 대해 스스로 안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쁜 정부 밑에 국민들이 어떻게 힘들어지나 가장 잘 보여 주고 있는 것이 이번 메르스 사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메르스 낙타 대응법, 낙타 고기를 먹지 말 것!]




▲ 민영화는 나쁜 정부의 증거

이 와중에도 정부 여당은 원격 진료를 언급하며 의료 민영화법을 운운하고 있습니다. (련기사) 100명 이상이 신종 전염병에 걸려 고통에 시달리고 사망자가 10여명 이상 나왔는데도 정치는 반성의 기미가 없는 것입니다. 


메르스는 지나갈 것입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또 있을지 모르는 국가적 재난에 대해 개인이 너무나 왜소하고 힘에 부쳐 보입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누구를 의지하고 살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