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파업 18일째를 맞고 있습니다. 미디어의 꽃 방송사 노동조합도 파업을 하게 되면 자신들의 방송국을 통해 파업을 알릴 수는 없나 봅니다.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MBC파업은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서 메이저 언론들은 예능 프로 결방 사태, 시청율 폭락 등과 같이 노조를 압박하는 뉴스만 실어 나를 뿐, 이 파업이 왜 시작했으며, 무엇 때문인지 관심도 없고, 알리고 싶은 마음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지속되다가는 제풀에 꺾여서 소리 없이 파업의 결의와 당위가 사라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이런 가운데 MBC의 친구(?) KBS 노동조합이 파업을 위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고 하니 실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14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김인규 사장 퇴진’, 부당징계 철회‘, ’막장인사 철회‘를 위한 파업 여부 투표를 17일(금)에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MBC, KBS 양 방송사 모두 ’사장 퇴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각 사장은 다른데, 각 노동조합이 공동으로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면 분명 한국에서 방송국 사장 선임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런데 KBS노조는 MBC노동조합과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조금은 걱정이 앞섭니다. 왜냐하면 KBS노조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새노조’라는 뜻이 담고 있는 의미입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노조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새노조 이외에 KBS에는 다른 노조가 있다는 말인가요?
두 노조의 홈페이지만 보아도 확실한 온도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파업 투표 역시도 한 회사에 두 개의 노조가 다른 시각으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노동자가 회사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단결력’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2개로 나누어진 KBS가 아무리 훌륭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파업에 대한 결의와 수행을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2009년 ‘김인규 사장 반대 총파업 찬반투표’가 부결되면서 KBS가 공영방송이기를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클릭)
그러나 MBC노동조합 역시 시민들의 너무 늦었다는 비판 속에 ‘국민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한 파업이었습니다. KBS는 어쩌면 너무 늦었다는 비판을 넘어 ‘KBS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라는 사람들이 많은 시점에 나온 파업 찬반 투표 소식이라 시민들의 냉냉한 반응이 앞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이 그들을 부르고 있고, 언론인으로서 공정보도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위한 진심이 있다면 당당히 나서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KBS는 한회사 두 개의 노조라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새노조’가 모범을 보이고 견인해 내어 진정 자신들의 목표를 함께 이루어 나가는 모습 또한 바람직한 모습일 것입니다.
KBS가 자신들의 오픈 시그널처럼 ‘국민의 방송 KBS’로 돌아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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