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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나가수2, 신들의 축제 속에 가려진 아쉬움

MBC 예능 최대의 흥행작, '나는 가수다 2'가 드디어 29일 주말 저녁 첫방송되었습니다. '나는 가수다' 는 대형 가수들이 한 무대에 서는 경쟁 시스템 도입으로 한국 대중 가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말 예능 강자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MBC 가요프로그램으로서 인기와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방영되다가  올 2월에 시즌 1이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MBC 파업 등의 여파로 방송 재개가 불투명하였다가 처음 제작을 맡았던 김영희 PD에 의해 나가수2 첫방송을 맞게 된 것입니다. 



<손바닥 꾹><추천 꾹>



최고의 프로그램답게 등장가수 또한 대어급이었습니다. 이날 이은미는 '녹턴', 나가수 시즌 1의 맴버 김연우는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오랜만에 컴백한 이수역은 '휠릴리, 정엽은 '잘 몰랐었다', 백두산은 'rush to the world'. 이영현 '연', 박완규 ,천년의 사랑,, 박미경 '이유같지 않은 이유' JK김동욱 '미련한 사랑, 박상민 '멀어져간 사람아', 정인 '미워요', 나가수1에서 구설수에 올랐던 김건모는 명예회복을 다짐하며 '서울의 달' 등을 열창하였습니다. 


저는 특히 이은미씨를 좋아하는데 라이브 무대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맨발 퍼포먼스와 영혼까지 바칠듯한 혼신의 가창력을 보면 절로 탄성과 감동이 터져나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 나가수2 대어급 가수들의 긴장감 넘치는 최고의 무대


이런 메가톤급 가수들이 한자라에 모여 치열하게 경쟁하며 자신의 기량을 한껏 뽐내는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시청자의 입장으로서는 너무나 환영하고 기쁜 일입니다. 그리고 이번 오픈 1회를 제외하고 2회부터는 룰을 바꿔 '생방송'으로 진행한다고 하니 참가 가수들에게는 엄청난 부담감을 주겠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무한한 긴장감을 주는 또하나의 볼거리를 만들어낼 것 같습니다. 


이런 나가수2를 놓고 미디어에서는 신들의 축제였다고까지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환영 일색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나가수2에서 열창하는 이은미 , 출처 : 나가수2 MBC]



▲ 파업 92일째, MBC를 보면서 교차한 마음


MBC 파업(92일째) 이후에 MBC 방송을 별로 볼 일이 없다가 나가수2를 한다고 하여 채널을 고정하기는 했는데 몇가지 교차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사실 '나가수'2의 지휘봉을 맡은 김영희 PD는 시즌 1을 완주한 프로듀서가 아니라는 점과 실질적인 나가수의 프로듀셔 신정수 PD는 MBC 파업 참가로 방송 현장에 없다는 것, 그리고 이은미씨는 파업을 지지하는 파업콘서트에 나왔던 가수라는 점입니다. 


물론 위의 사실들이 나가수2의 재미와 즐거움을 반감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료들은 92일째 거리로 나앉으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 후배에게 넘겨주었던 나가수를 파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나가수2'로 부활시켰다는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왜냐하면 '나는 가수다'의 부활인 '나가수2'의 프로듀서는 신정수PD의 역할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영희 PD가 '나는 가수다'를 기획하고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나가수 방영 초반 긴건모 재투입과 이소라 막말 진행 등으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신정수PD가 나가수를 맡으며 지금의 '나는 가수다'의 명성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 '나가수'의 신정수 PD가 파업으로 빠진 상황에서의 '나가수2'


간부급인 김영희 PD 입장에서야 방송이 파업으로 파행을 겪고 있어 MBC를 구하기 위해 지휘봉을 맡았다고 할 수 있지만, 정말로 MBC를 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찬반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최소한 MBC 파업이 종료하고 신정수PD가 현장에 복귀하였을 때, 서로 간의 동등한 위치에서 '나가수2'라는 신들의 축제가 벌어졌으면 더 깔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나가수에서 김건모와 이소라 , 출처 : 나가수 MBC]


그리고 가수 이은미씨는 지난 2월 17일 으랏차차 MBC 파업콘서트에 참여하여 MBC노동조합의 파업을 간접적으로 지지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MBC 노동조합의 파업콘서트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MBC 방송에 나오질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노래 부르는 가수가 좋은 무대에 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은미 '파업콘서트'와 '나가수2' 모두에 서다 


그러나 조그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은미씨 역시 파업이 끝나고 MBC 무대에 서도 늦지는 않았을 것을 너무나 빨리 나온것은 아닌가라는 점입니다. 물론 나가수2 오픈 멤버로 나왔다고 하여 이은미씨를 비난하거나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MBC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가고 노동조합이 주체하는 행사에 일반 가수가 나와 노래 부르는 것은 그 자체가 불이익을 무릅쓴 용기있는 행동입니다.


그런 용기 있는 행동을 하였던 분이 여전히 파업 중인 MBC에 출연하는 것을 보고 노동조합 파업콘서트에서 보았던 영상과 눈앞에 보이는 브라운관이 교차되며 미묘한 혼란이 왔다는 것입니다. 



[으랏차차 MBC 파업콘서트에서 노래부르는 이은미]



▲ MBC노동조합의 장기파업, 개인에게는 버겁고, 시기적으로 엄중함


현재 MBC 노동조합은 92일째 파업 중입니다. 공정방송 사수를 위해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은 석달이상 자신의 직장을 떠나있으며 무노동 무임금 정책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고,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로  해고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가압류 등의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재 MBC는 시기적으로 아주 엄중한 때라는 것입니다. 


화려한 방송 이면의 일들이 있지만 일반 시청자들은 대형가수가 나오고, 잘 만들어지고, 긴장감 넘치는 '나가수2'를 보기만 하면 됩니다. 미디어에서는 '신들의 축제'라고 까지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축제에 가려져 92일째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의 현실에 대해서는 누구하나 말하려고도 들으려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신들의 세계에만 관심을 갖지 실제로 우리 주위의 인간들의 삶이 얼마나 버거운 것인가, 그리고 현재 이 시대가 얼마나 엄중한가에 대해서 모두 무관심하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