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측이 얼마전 내린 박성호 외 2명의 기자 해고와 정직에 이어 파업 참여 노조원에 대해서도 대량 징계를 시사하고 있어서 귀추가 주목됩니다. MBC는 특보를 통해 '파업에 가담하고 있는 직원들은 2012년 6월1일(금) 09시까지 업무에 복귀할 것과 그렇지 않을 경우 사규에 따른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하였습니다.
<추천 꾹>
▲ 올림픽 중계를 위해 파업을 멈추라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복귀명령의 이유가 업무의 정상화와 올림픽 방송의 완벽한 수행이라고 합니다. 노조원들이 이번 파업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MBC의 공정성 회복입니다. 언론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공정성'이지 스포츠 중계가 아닙니다 그런데 올림픽 방송 잘해보겠다고 열을 올리면 그것이 파업을 멈추어야 한다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 참으로 웃길 따름입니다.
[여의도 MBC 본사에 걸려 있는 현수막, 저기에 공정방송은 MBC라고 쓰여있어야 적절합니다]
보도되는 기사를 그냥 스치듯 보면 별 무리 없어 보입니다. 공영 방송인 MBC가 올림픽 방송을 잘하기 위해 노조가 파업을 잠시 접고 국민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말입니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보면 MBC 가 종합방송채널로서 시사와 뉴스에 대해서는 책임을 내려놓고 오직 4년에 한번 열리는 올림픽에만 올인하려는, 스포츠 전문 채널이 되려는 것은 아닌가라는 반문을 하게 됩니다.
▲ 올림픽 방송은 스포츠 채널을 통해서 하라
그리고 현재 MBC는 MBC스포츠 플러스라는 스포츠 전문 채널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올림픽 방송을 하려면 그냥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할 것이지 종합편성채널에서까지 올림픽으로 도배를 하려는 짓은 제발 참아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스포츠 중계가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일상의 잠시 청량음료와 같은 시간일 뿐이지 우리 삶의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될 수 없습니다.
시사 보도와 뉴스가 살아 있어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잘못을 샅샅이 캐내고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벌이는 사업에 문제가 없는가 꼼꼼히 따져보아 국민을 위해 쓸 돈이 헛되게 쓰여지는 것을 막아야 근본적으로 국민이 웃으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 권력 감시와 비판의 기능은 상실한 체, 올림픽에 올인하겠다?
그래서 MBC노동조합은 120여일이 넘는 장기 파업을 벌이면서 결코 물러서지 않고, 오직 공정 방송 사수를 위해 월급도 없이, 해고와 징계의 칼바람 속에서도 굳굳히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그런 노조원들에게 겨우 올림픽 방송 하자고 파업을 거두라는 명령은 앞뒤가 뒤바뀐 것입니다. 사측이 국민들이 올림픽 방송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어여 빨리 회사에 들어오라는 대외 홍보적 의미가 짙은 것 같은데 이것은 사측의 대단한 착각일 뿐입니다. 얼마 전 '언론파업 대국민 여론조사'결과 국민의 62.7%가 언론공정성 회복을 위한 파업에 찬성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김성주 올림픽 방송 복귀 등을 다루고 있는 MBC 올림픽 관련 미디어의 보도]
MBC가 정말로 국민의 방송, 공영 방송으로서의 모습을 가지려면 런던올림픽 타령이 아니라 공정 방송 회복을 위해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먼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지금도 MBC에 있었던 김성주 임경진 등을 다시 스카웃 하면서 런던 올림픽 방송에 대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원칙은 선 공정 방송 회복, 후 올림픽 방송! 으로 나중에 멋지게 중계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한도전도 4개월 정도 참는 시청자들인데 그까짓 올림픽 방송이 무엇 그리 대단하다고 공정 방송 사수를 위한 파업의 대의를 흔들려고 하는지 MBC 사측이 정신 세계가 참으로 신비할 따름입니다.
▲ 국제 행사에만 열 올리지 말고 정말 국민의 원하는 방송으로 돌아오길..
그렇지 않아도 국제적인 행사만 한다고 하면 모든 방송사가 달려들어 호들갑스럽게 중계하며 정작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날려버리는 잘못된 관행들이 이번 올림픽 방송에서는 좀 덜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세계 1등을 한다고 한들, 국민의 삶의 질이 순위권 밖이라면 그것은 모두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습니다. 방송은 국민을 위해야 합니다. 올림픽을 위해 있는 것이 방송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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