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트한

다크나이트 라이즈, 고담시를 장악한 것은 미디어였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26일 국내 개봉 6일 만에 300만 관객을 넘어섰고, 이번 주말을 보내면서 관람객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만큼 인기를 끌고 있으니 주변에서 다크나이즈 라이즈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쉽게 들을 수 있는데, 얼마전 옆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아주머니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아줌마들의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봐야하는 이유


주제는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러 가야하는 이유에 대한 아줌마들의 수다였는데 단연 남자 주인공이 매우 멋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크리스찬 베일이 배트맨 망또를 뒤집어 섰을 때보다는 일반인 웨인으로 있을 때, 억만장자에 걸맞게 고급 슈트를 입었을 때와 열심히 몸 만들때의 근육질이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남자 주인공의 멋진 외모가 봐야 하는 이유에 손꼽혔다면 장애 요소도 분명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전 1편 <배트맨 비긴즈>와 2편 <다크나이트>를  보지 않으면 완결편인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봐도 재미가 없다는 팁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야 배트맨 시리즈를 심심할 때 다시 볼 정도로 매니아측에 속하니 다크나이즈 라이즈를 전혀 무리 없이 볼 수 있었고, 재미를 느낄 수 있었겠지만 전편의 내용을 모르면서 라이즈를 본다면 다소 뜬금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1편, 2편을 봐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다크나이트 라이즈


2편 다크나이트에서 조커와 하비 덴트 간의 치열한 공방과 배트맨이 왜 하비덴트의 죄를 뒤집어 섰는지 보지 못했다면 고담시의 경찰 수장이된 고든 형사(게리 올드먼)의 하비 덴트에 대한 고뇌를 엿보는 긴장감은 떨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1편 배트맨 비긴즈까지는 아니더라도 2편 다크나이트는 미리 봐야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참 맛을 알 수 있고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케인, 모건 프리맨 등의 명배우의 연기 대결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대 최강 악당이라는 조커가 등장하여 화제가 되었던 다크나이트는 지금 보아도 충분히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영화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히스 레져(Heath ledger)의 신들린 연기가 압권인 2편은 그의 명대사 "Why so serious?"(왜 그렇게 심각해?)는 아직도 조커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생생하고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됩니다. (꼭 영화를 보시고 왜 조커가 이런 대사를 하게 되었는지 확인해 보세요. 매우 잔인하면서도 슬프고 현실보다 더 실감나는 명연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인셉션의 명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예고했던 작품입니다. 그는 시간의 중첩과 많은 복선, 그리고 동양 철학까지 영화 속에 담아내며 언제나 스포일러가 따라붙는 무한 상상력의 감독입니다.


라이즈는 가상의 도시 '고담(Gotham City)'에 존재하는 악에 대한 선(배트맨)의 응징이 주된 스토리가 됩니다. 선과 악의 대립은 헐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소재이기는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려내는 선과 악의 대립은 무정부같은 혼란과 고뇌가 숨겨져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헐리우드 액션의 고전 다이하드나 최근 어벤져스 같은 영화에서의 악당은 연민의 대상도 아니고 앵글이 오래 머물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악당 역할을 하면서 아카데미 조연상 따기는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악당에게는 내면 연기를 할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이죠.




▲ 선과 악의 대립, 그러나 무정부, 혼란과 갈등

 

그러나 놀란이 그리는 선과 악의 세계는 혼란스럽습니다. 전작 다크나이트에서 악당 조커는 배트맨 만큼의 많은 팬과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까지 거머쥐었고, 이번 라이즈에서 악당 역할인 베인(톰 하디) 역시 그 아우라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놀란 감독이 그리는 악당이 다른 헐리우드 영화에서의 악당과 근본적으로 차이를 가지는 것은 모두가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상처가 마음의 상처 뿐만 아니라 얼굴에도 나타나, 조커는 찢어진 입 때문에 광대같은 분장을 하고 다니고 베인 역시 얼굴 전면에 호흡기를 부착하고 다닙니다.  

     



[개그맨 유민상의 베인 패러디 출처 : 유민상 미투데이]




▲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악당들은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들 악당이 세상을 증오하게 된 이유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정도로 처절했던 과거의 경험입니다. 그래서 악당이 원하는 것은 돈 또는 권력이 아니라 단지 세상의 파괴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자에게 '죽인다'고 협박해봐야 소용 없듯이 탐욕이 없는 악당에게는 세상이 스스로 파멸하는 것 외에는 타협점이 없습니다. 


이런 점이 라이즈가 다른 헐리우드 영화와의 차별점입니다. 지금까지 여타 영화에서 그려진 악은 탐욕의 화신이었습니다. 돈을 탐하고 세상을 정복하여 지배하길 원했다면 다크나이트의 악은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의 파멸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상대하기 힘든 악입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달려드는 상대이기에 배트맨이 아무리 최신 병기로 무장한다 하여도 적은 언제나 이기기 버겁습니다. 




▲ 미디어를 잘 이용하는 악당들


그리고 다크나이트의 악당들은 미디어를 잘 이용합니다. 실제로 고담시의 주민들은 악당들의 피해를 소수의 몇사람만 목격하고 피해를 받습니다. 공포 재난 영화와 같이 상당수의 사람들이 죽고 다치거나  하지 않고, 단지 특정 공간 소수의 사람들이 위기에 처하고 죽음을 당합니다. 하지만 고담시의 주민들의 공포는 하늘을 찌를 듯 합니다. 그리고 현실보다 더 큰 두려움에 빠져들어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악당들의 치밀한 언론 플레이 덕분입니다. 전작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는 가짜 배트맨을 생포하여 방송을 해킹하여 생중계로 자신의 모습을 들어냅니다. 겉으로는 배트맨에게 보내는 경고 메세지였지만 그것을 굳이 생방송에 나와서 하는 것은 그것을 보게될 시민들에게 두려움을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고담시 방송에 나와 배트맨을 찾는 조커]



라이즈에서 베인 역시 고담시(미국)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식축구 경기장에 홀연히 나타납니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관중을 상대로 베인은 경기장이 모두 내려앉는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고 공포에 찬 시민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합니다. '원자로 폭탄을 가지고 있고 도망가려 하면 터트리겠다' 단지 그것 뿐이었지만 경기장에 있던 증인들과 전국으로 생방송된 TV를 보면서 고담시 시민들은 전의를 상실하였고, 싸움도 하기 전에 모두 포기를 합니다.




[미식 축구 경기장에서 시민을 상대로 협박하고 있는 베인]



조커와 베인 모두 타고난 악당이며 실력파 선수였지만 그들이 가장 교묘하게 이용한 것은 고담시의 방송이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소수의 인력과 짧은 시간을 통해 고담시를 장악한 것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출처 : 다음 영화]



라이즈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역시 미디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입니다. 그의 영화는 스토리보다 항상 더 많은 주변 이야기를 생산해 냅니다. 히트작 인셉션은 영화와 관련된 추측과 상상만으로도 만리장성을 쌓을 정도로 많은 콘텐츠를 생산해 내었고, 미디어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번 다크나이트 라이즈 역시 미국 콜로라도 개봉 당시 총기 사건이 발생하는 등 미디어에 집중적인 노출이 있었으며 지금도 가장 많은 리뷰가 올라오고, 기사사 쓰여지는 영화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

 



▲ 악당은 미디어를 잘 이용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너무나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사람을 굴복시키는 방법은 실제적 폭력보다 과장된 폭력을 미디어 노출시켜 집단적 공포에 빠뜨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공포와 불안에 빠진 시민을 구하는 선(배트맨)은 극히 언론에 노출 되기를 꺼려한다는 것, 항상 은둔하며 자신을 낮추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을 행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실제 우리 사회를 둘러보았을 때, 나쁜 악당이 미디어를 잘 이용한다는 것은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요즘 언론과 방송사의 파업이며, 넘쳐나는 공익광고와 뜬금없이 나와 방송에 얼굴을 들이대는 정치인들을 떠올려 볼 때, 고담시 악당이 이용하는 미디어가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많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는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한국 미디어 비평의 단초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미디어를 있는 그대로 놔두지 않고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것은 어쩌면 악의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는 악당을 때려잡는 배트맨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미디어를 이용하려는 자들만 넘쳐날 뿐, 이것을 바로 잡는 정의의 배트맨이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 코리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