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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런던올림픽 오심과 공정성의 문제

찜통 더위 속에 그나마 런던올림픽이 볼거리를 제공하여 다행입니다. 요즘처럼 더위에 지치고 잠들기 힘든 여름에 올림픽 방송을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몰라하는 것은 올림픽의 순기능 같습니다. 그런데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으니 열심히 경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딴 판으로 나오는 런던올림픽 오심이 그 주인공입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 오심으로 얼룩진 런던올림픽


런던올림픽 오심은 첫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의 자랑 박태환 선수가 400m 예선전을 치루는데, 부정 출발 판정을 내리며, 박태환 선수의 롤러코스트 같은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경기는 잘 치루었는데 출발 전에 미세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수영 심판의 오심이 낳은 해프닝으로 항의와 제소 끝에 진실이 밝혀졌고, 박태환 선수는 결선에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선에서 마음의 충격을 받았고, 무분별한 언론의 인터뷰 요청 등 경기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자신의 주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예상해 보건데, 그날 예선전에서 오심만 없었다면 금메달도 가능하였고, 그 여세를 몰아 다음 경기에서도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조준호 선수가 경기가 끝난 후 일본 선수와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 런던올림픽조직위]




▲ 유도에서의 오심


다음은 런던올릭픽 오심의 피해자는 유도의 조준호 선수였습니다. 잘 싸운 경기였고, 당연히 심판은 조준호 선수의 승리의 깃발을 들었지만 후안 카를로스 바르코스 심판위원장이 판정을 번복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었고, 뻔뻔스러운 후안 카를로스 바르코스는 여전히 런던올림픽 유도 경기의 심판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불이익과 억울한 일을 당했음에도 낙담하지 않고 우리의 조준호 선수는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어 금메달보다 더 값진 메달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위 사진에 수줍게 악수를 하고 있는 일본의 베이누마 마사시 선수 역시 인터뷰에서 조준호 선수가 받은 판정은 억울한 것 같다고 심판의 오심을 언급하였습니다.    


경기를 치룬 상대편 선수까지 나서서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잘못된 판정에 대해 우리 선수를 위로하고 있으니 이번 런던올림픽 오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등을 보이고 있는 선수가 우리나라의 신아람 선수이다, 출처 : 런던올림픽조직위]




▲ 여자 펜싱에서의 오심


런던올림픽 오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어제 열린 펜싱 에페 준결승전에서 미녀검객이라는 신아람 선수가 독일의 프리타 하이데만과의 경기에서 숨어있는 1초에 찌르기를 허용하고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습니다.  


이날 경기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엎질러진 물과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고 소설과 드라마에서 그렇게 이야기 했건만 런던올림픽에서는 지나간 1초를 다시 찾아내는 대단한 코미디가 탄생하였습니다. 신아람 선수는 다시 진행된 1초에 하이데만 선수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결승행에서 주저 앉아야 했습니다. 


누군가는 지나간 1초를 잘 막아냈으면 되는 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경기라는 것이, 불공정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였을 때, 위축되고 분노하는 마음이 경기력 저하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스포츠가 단순히 몸을 쓰는 운동이 아니라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경기에서는 정신력이 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




▲ 박태환, 조준호, 신아람 모두가 피해자


박태환, 조준호, 신아람 이 세 선수에게 내려졌던 판정은 모두 오심으로 보입니다. 박태환 선수의 경우는 조직위가 뒤늦게나마 판정을 번복하여 명예를 회복하였지만 조준호, 신아람 선수의 경우는 해당 협회가 문제 제기를 기각하여 자신들의 판정이 올바르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였습니다. 


이렇듯 우리나라 대표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고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모든 국민은 분노하고 밤 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하는 이유는 '진실성'에 있다고 봅니다. 땀 흘려 훈련하고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에 누가 더 집중하고 누가 더 훈련을 많이 했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엇갈리고 흔히들 드라마 같은 승부를 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라마나 영화가 가공의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스포츠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며 경기 과정은 처음이자 마지막의 한 번 밖에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드라마나 영화는 감독이 마음에 안들면 다시 찍고 각색할 수 있지만 스포츠는 전혀 그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스포츠는 분명 매력 있는 분야입니다. 




▲ 스포츠의 매력. 진실성


그런데 진실성의 바탕은 공정함에서 비롯됩니다. 심판이 편파적이고 공정하지 못하다면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인 '진실성'이 설자리는 없습니다. 일본 선수가 이기게 하려고 마음 먹고 나온 심판이 있다면 그 경기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아니라 잘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김빠진 스포츠 드라마와 다를게 없는 것입니다. 그 드라마는 일본 사람들만 보면 되지 굳이 밤잠 설쳐가면서 상대국가의 국민들이 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우리는 공정하지 못한 심판들이 자기 멋대로 각본을 짠 실없는 드라마를 3편이나 보게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 드라마에서 비운의 단역으로 빛을 잃었던 것이구요. 그리고 런던올림픽 대회 5일만에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만 오심이 3차례 발생한 것은 우리나라 국가 위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아야할 것 같습니다.




▲ 공정한 올림픽, 책임과 역할 


런던올림픽 시작하기도 전에 언론과 대기업들의 홍보와 마케팅이 판을 쳤던 것에 비하여, 또한 정부의 G20 의장국, 핵안보정상회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등, 외교적 치적만을 자랑해온 것에 비하여, 피땀흘려 준비하고 훈련한 우리나라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서 받는 대접은 너무나 터무니 없고, 분할 따름입니다. 


국가적 위상을 높여 지금 런던올림픽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심판에게 압력을 가하여 우리나라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경기에 참여한 선수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신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는 올림픽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공정성은 모든 면에서 중요한 것이고, 이것이 확보되지 않으면 이번 런던올림픽은 '올림픽'이 아니라 '오심픽'이라는 불명예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리고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그 책임과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정당한 항의와 요구를 통해 바로 잡을 것은 바로 잡는 외교적 채널을 가동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일정 가운데 또다시 어처구니 없는 오심이 선수와 국민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일을 없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