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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MBC 뉴스데스크가 8시뉴스를 선택한 이유

저는 어렸을 적에 커피에 넣어먹는 하얀 가루를 '프림'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프림은 '프리마'라는 크림 상표에서 온 단어로서 고유명사가 일반명사처럼 쓰인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회사는 제품의 인지도면에서 매우 유리합니다. 자신의 제품이 일반명사처럼 보편화되어 상점에서 제품을 찾을 때, 자연스럽게 독점적 판매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출처 뉴스데스크]




뉴스데스크 9시에서 8시로 


MBC 뉴스데스크는 40년 동안 9시에 방송되었던 MBC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실제로 '뉴스데스크'라는 고유명사로 불리는 경우보다 'MBC 9시뉴스'라고 일반화되어 지칭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창사 이래 40년의 역사가 시청자에게 주는 경험성과 경쟁관계에 있는 KBS 역시 9시에 방영되는 '뉴스9'이 간판뉴스다 보니 '9시뉴스'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가장 주요한 뉴스'라는 인지도를 심어준 것입니다. 


이와같은 '고정된 인지도'는 돈으로 계산하기 힘들 정도로 귀한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도 역사와 분위기 속에 형성된 '9시뉴스'라는 고유 이미지는 쉽게 만들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런데 MBC는 자신들의 간판 뉴스 시간대를 9시에서 8시로 옮긴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김재철 사장의 특별 지시로 다음달 5일부터 MBC뉴스데스크는 8시에 방영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MBC 측은 이와 같은 방송 시간대 변경의 이유를 '뉴스 경쟁력 제고 차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럴싸한 말이지만 대부분은 '경쟁력'이라는 명분이 들어갈 때는 실체가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현 정부 들어서 떠돌았던 '민영화'의 유령도 대부분의 경우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제시했지만 정작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경쟁력이고 실제로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는지는 알 수가 없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 뉴스데스크 시간대 변경, 노조의 반발 


MBC의 이와같은 40년만에 뉴스데스크 시간대 변경에 대해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노조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청자들에게 뉴스데스크는 9시뉴스로 불릴 정도로 9시 시작 인식이 강한 데 방송 시간을 8시로 옮기는 것은 면밀한 검토와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저는 노조의 주장이 더 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8시로 옮겼을 때의 실익도 중요하지만 이와같은 중요한 논의가 김재철 사장 개인의 생각에서 나왔고 여기에 대한 논의와 구성원들의 합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MBC가 김재철 사장 개인주식회사이며 평생 경영과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반론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것을 가지고 망하던 살리던 그것은 자신의 주식수만큼의 책임을 지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MBC는 김재철 사장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국가가 설립한 방송문화진흥회가 7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공공성이 강한 공기업입니다. 그리고 김재철 사장은 대통령과 여야가 추천과 동의를 걸쳐 뽑아놓은 선임 사장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지나가는 사장이 MBC 40년 역사의 구성과 시스템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경우가 이번의 뉴스 시간 변경인 것 같습니다. 




[출처 : 플랜코리아 여론 조사 결과, 2012 10.4]





MBC 뉴스테스크는 언제부터인가 심각하게 망가지기 시작하였고, 올해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파업을 별였던 노조의 업무복귀 이후에 더더욱 우려되는 수준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MBC 뉴스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냉정합니다. 위의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과반수에 가까운 사람들이 MBC 뉴스는 '편향적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출처 : 플랜코리아 여론 조사 결과, 2012 10.4]


[출처 : AGB 닐슨 조사]



그리고 바로 위 '뉴스보도 공정성이 저하된 방송사' 조사에서는 MBC의 편향성이 극대화된 것은 과거부터 있었던 MBC의 특성이 아니라 최근에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입니다. 





▲ 뉴스데스크 시청율 추락의 이유?


40년 동안 지켜오던 전통을 무시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때는 명분이 확고해야 합니다. 위의 조사 결과를 보면 명분은 한가지 챙길 수 있습니다. 그것은 급격히 떨어진 뉴스 시청율입니다. 후발 주자이며 민영 방송사인 SBS 8시 뉴스보다도 시청율이 떨어져버린 뉴스데스크가 '경쟁력 제고'라는 카드를 쓸 수 있는 경우라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시청율이 떨어진 이유가 뉴스가 방영되는 시간대나, 방송 전후 프로그램들의 약세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뉴스의 핵심인 '공정성' 추락이라는 본질적인 것에 있다면 단지 뉴스 시간대를 옮겨서 개선될 여지는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도리어 MBC 방침이 뉴스 시사 보도 프로그램의 비중 축소를 위한 뉴스데스크의 8시행 선택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실제로 김재철 사장 취임과 함께 MBC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줄줄이 문을 닫았고, MBC의 상징과도 같았던 PD수첩은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살펴볼 때, MBC가 뉴스데스크의 시청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MBC는 공정성의 문제와는 상관없이 방송사고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몇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대형 사고를 최근 들어 연속적으로 보여줌으로서 사람들의 뉴스 집중도를 완전히 와해시켜버렸습니다. 






▲ MBC 본질적인 문제부터 해결하길


MBC가 공정성에 대한 제고 없이, 문제가 되었던 방송인에게 계속하여 뉴스 진행을 맡기고, 방송사고가 빈번함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현업 복귀를 막고 있다면 어떤 방송 시간대로 옮긴다 한들, 뉴스데스크의 '경쟁력 제고'는 헛된 망상일 뿐일 것입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한 체, 형식만을 들었다 놨다 한다면 MBC는 지금보다 더욱더 회복 불가능한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것을 막는 길은 현재로서는 김재철 사장 퇴진 밖에는 답이 없어 보입니다. MBC 노동조합이 정치권과 맺었다는 김재철 사장 퇴진 약속은 8월을 넘어 10월까지 와 있습니다. 이 약속이 늦어지면 질수록 '만나면 좋은 친국 MBC'를 좋은 친구로 맞이하기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