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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문재인 안철수를 '개와 거지'에 비유하는 새누리당

얼마 전 여자 후배와 통화를 하였습니다. 그 후배는 아직 서른을 넘지 않은 미혼이었는데 현재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준비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왠 유학이냐고 물었더니 '도저히 미쳐가는 우리나라에서는 제 정신으로 살 수가 없어서 해외로 나가버린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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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후배의 투정기 어린 유학 발언에 황당했지만 전화를 끊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지금 한국 사회가 미쳐가고 있는 것은 맞기는 맞는 말 같았습니다. 이른 바 '삼포 시대',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의 조건인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해야만 하는 나라가 되었고, OECD 국가 중에 자살율또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나라의 지도자는 방송에 나와 잘 살게 되어 행복하지 않느냐고 웃으면서 윽박지르고 있으며 돈 많이 벌은 재벌은 아직도 배고프다고 엄살을 피우고, 정신을 바로 세워야하는 종교인은 '마음의 평화'만을 강조하며 권력과 결탁하고 있습니다. 




▲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가 견딜 수 없는 우울한 사회 


세상에 대한 예민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면 살기 힘든 나라, 끊임없이 구분짓고 비교하여 자신의 바닥 자존심까지 걸고 피터지게 투쟁을 해야 '경쟁'에서 이겼다고 손을 치켜세우는 삭막한 대한민국이 된 것입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견디기 힘들다는 군대에서의 마음 가짐 정도로는 버티기 힘들어 '피할 수 없으면 떠나라!'를 몸소 실천하는 나라가 된 것입니다. 그나마 제 후배는 피하는 방식을 '자살' 이런 것이 아니라 해외 도피로 생각하고 있으니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해방 세대부터 그렇게 열심히 희생하고 열심히 일하여 지금의 경제를 이룩하였는데 왜 국민은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요? 소수에게는 자본주의가 줄 수 있는 최대의 혜택을 베풀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절박한 사각의 링처럼 피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현재의 시스템의 원인을 무엇일까요?


저는 탐욕스러운 재벌, 부패한 정치권력, 빌 붙는 언론, 타락한 종교 라는 사각 꼭짓점들이 서로 상부상조하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알맹이들을 독식하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문제의 사각 꼭짓점들은 서로 도우며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선거에서는 혼신의 단결력을 보이며 계속해서 사회 권력을 움켜쥐고 한국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눈부시며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의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 대구시당 디지탈정당위원회 페이스북 캡처 출처 링크 ]




▲ 새누리당 대구시당, 거지와 개 사진은 누구를 의미하는 것인가?

 

새누리당 대구시당 디지탈정당위원회 페이스북에 가보면 실소를 금할 길 없습니다. 위와 같은 사진들이 여러 컷 보이고 안철수 문재인 후보는 그들의 인터넷 공간에서는 인간 이하의 비인격체로 취급당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사진의 경우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패러디로 거지와 개가 구걸하는 장면에 경상도 사투리로 "고마 치아라"를 연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페이스북이야 열린 공간이라 누구든지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 있습니다. 회원들 중에 짓굿은 사람들이 한번 웃자고 올릴 수도 있고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 사진이 게재된 공간은 공식적인 새누리당의  대구시당 디지탈정당위원회 페이스북 입니다. 


너무나 명칭이 길어 혹시나 새누리당과는 전혀 상관없는 충성심에 들끓는 자발적 모임이라고 착각할 수 있는데 사실을 확인해 보면 이 단체가 새누리당 대표에게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단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 홈페이지 출처]

 



▲ 디지탈정당위원회는 공식적인 새누리당 조직


새누리당의 디지탈정당위원회는 황우여 대표로 부터 임명장을 받은 공식적인 새누리당의 분야별 위원회입니다. 그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페이스북에 위와 같은 사진이 올라왔다는 것은 새누리당의 생각인 것이고 이것은 선거 홍보물이라 봐도 무방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공식적인 새누리당 인터넷 페이지에서 상대방 후보를 존칭도 없이 문죄인, 간철수 라 칭하고 굴욕적인 모습에 비유한다는 것은 선거를 치루는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것입니다 . 이와 같은 사진들을 공유하려면 자신들만 볼 수 있는 비공개 사이트에서 서로 비아냥거리며 박장대소할 일이지, 페이스북과 같은 열린 곳에 노출시킨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인 것입니다. 




▲  정치 풍자가 아니라 인격 모독


아마 본인들은 이것을 정치 풍자 코미디라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풍자가 아니라 호환 마마 보다 무섭다는 악성 댓글과 같은 인격 모독의 일종인 것입니다. 어찌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을 '죄인'이라고 부르고 성을 바꿔 '간철수'라 부를 수 있단 말입니까? 아니 그들의 아름다운 단일화를 개와 거지의 구걸로 묘사할 수 있단 말입니까?


선거에도 룰이라는 것이 있고 사람으로서는 기본적인 도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아무리 밉고 무찔러야할  대상이라 하여도 최소한의 것은 지키면서 치루는 것이 선거입니다. 그래야 선거가 끝난 후에도 서로 여와 야로 나뉘어 견제하면서 나라를 올바르게 이끌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 책임져야할 사람이 책임져야


저는 이번 안철수 문재인 '개와 거지' 비유 사진에 대해서는 박근혜 후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새누리당의 공식적인 하부 조직에 일으킨 논란이기 때문입니다. 후보는 방송과 언론에 나와 네거티브를 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자신의 조직은 여전히 네거티브 선거를 치루고 있다면 이것은 모두 후보 자신의 책임인 것입니다. 


잘못된 것은 사과하고 빨리 시정하여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었을 때는 이와 같은 일이 부디 일어나질 않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