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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캠퍼스 학문적 자유와 정치활동이 금지된 대학?

요즘 청년들을 만나면 말을 많이하게 됩니다. 나 어렸을 적 생각 못하고 아직 '철이 덜 들었다, 세상 물정 모른다'라는 노파심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이 낭만과 패기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요즘 젊은이들 패션 감각도 뛰어나고 멋쟁이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화려한 외모만큼의 세상에 대한 고민과 깊이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학업과 진로에 대해서 고민 상담을 하러오면 그들이 생각했던 이상의 시간을 붙잡고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아마 가볍게 상담하려한 것인데 너무나 심각하게 열변을 토하는 저를 대하면서 '오바' 한다 생각했을 것입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푸르른 봄, 젊은이들을 가르쳐 '청춘' 이라고 합니다. 마치 요즘 날씨와 같이 대지의 생명이 솟아오릅니다]




▲ 아이들의 잘못은 전적으로 어른 책임

아이들이 비뚫어지는 것은 99%는 어른 탓인 것과 같이 젊은이들이 꿈과 패기를 갖지 못하는 것은 기성 세대의 책임입니다. 복지의 부재, 부의 양극화, 천박 자본주의의 득세, 정치와 종교의 타락, 모든 것이 탐욕 집단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 인간의 존엄과 상식이 짓밟혀지는 예인 것입니다. 


그들은 천박하고 탐욕스럽게 돈을 벌었으면서도 그 부를 유지하는 방식은 매우 고상하고 예의 바릅니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은 착각하는 것이죠, 사회 지도층이라고 하면 일단 머리부터 숙이고 자기보다 무엇인가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일수 입니다. 그리고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말 '너희도 자라서 저들처럼 되어라' 잘못된 자녀 교육의 표본을 만드는 것입니다. 


요즘 엄마들이 딸에게 하는 넋두리겸 세상의 지혜가 있다고 합니다. '내가 살아보니 다 필요없고 그래서 돈이 최고다' 성숙한 딸을 데려다 놓고 엄마와 딸이 맞장구치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노라면 등골이 오싹합니다. 왜냐하면 다 큰 딸이 자식을 낳으면 할머니의 삶의 교훈을 아이들과 나누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여행을 가려거든 좀더 멀리, 좀더 오래

저는 젊은 친구들한테 꿈을 꾸라 이야기하고 여행을 많이 다니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여행을 가려거든 좀더 멀리, 좀더 오래 다녀오라는 말을 잊지 않습니다. 마흔을 넘기고 삶을 한발짝 떨어져 바라보면 젊었을 때의 꿈과 경험들이 나이들어서의 삶을 이끄는 힘이 되고, 여행의 추억은 삶에서 두려움이 몰려올 때 어둠을 밝힐 수 있는 등불과 같습니다. 


그래서 청년에게는 그 어떠한 사회적 제약이나 금기를 들이대지 않는 것이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패륜과 살인만 아니라면 자신이 꿈꾸는 삶은 살아보고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올바른 기성 세대의 의무이자 책임인 것입니다. 


그런데 정치활동 금지가 학칙이라는 대학교 소식을 듣고는 이제 사회가 젊은이의 꿈을 제한하고 가두려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한마디로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덕성여대 총학생회는  매년 해오던 '진보 2013' 강연회를 개최하면서 노종면 전 YTN기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장,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강연자로 모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교 측은 "학칙에 따라 학생은 학내외를 막론하고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기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 진보2013은 정치활동으로 보일 수 있으므로 불허한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대학 '보통' 학문이 아니라 매우 '큰' 학문이다]




참으로 슬픈 이야기이지요? 과거 유신독재 시대에 민주화의 봄을 이끌었던 학생들, 90년대까지 사회 양심 세력으로서 정권의 폭정에 항거했던 젊은이들, 이들 중 상당수는 대학생 신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젊고, 순수하고, 지성을 탐구하는 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하고, 사회를 알아갈 수록 침묵할 수 없는 사회 부조리를 알게된 것이고 그것을 거리로 나와서 외치고 행동으로 옮겼던 것입니다. 


어쩌면 일생에 단한번 밖에 거칠 수 없는 청춘의 시대였던 것이죠. 그런데 시대가 변하였다고 지성의 요람인 대학교에서 정당, 정치 활동을 범죄시하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대학은 취업인 양성소가 아닙니다. 세상이 그렇게 대학을 바라보고 유도한다 하여도 대학은 이러한 요구에 철저히 저항하고 학문의 양심을 지켜야 합니다. 왜냐하면 대학 문 앞만 나오면 자본의 논리와 경쟁의 법칙은 아주 맹렬하고 개인의 삶을 잠식해 들어옵니다.  




▲캠퍼스의 학문적 자유를 위해 정치활동 금지?

그런데 학교 측이 나서서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강연회 개최 요청 시기는 4년 대학생활을 마무리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잇는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캠퍼스의 학문적 자유를 만끽하려는 대학생들에게 불안감과 학습 분위기 분열을 유도할 우려가 있다"고 핑계를 대고 있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이와같은 이유에서 대학이 진보2013과 같은 강연회를 불허한다면 대학은 학문적 자유가 넘치는 캠퍼스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위한 취업 양성소 밖에는 안되는 것입니다. 대학은 본교 출신의 훌륭한 예술가, 문학가, 철학자 등이 배출되는 것보다 얼마나 많은 졸업생이 대기업에 취직하느냐에 신경을 쓰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러한 가치관이라면 교내 정치활동 금지 학칙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닌 것입니다. 


취직을 해야하는데 정치활동이 왠말이며 토익 점수를 높이는데 정당 가입이 무슨 상관이냔 말입니다. 하지만 하나는 알고 둘을 모르는 것이 결국 치열하게 경쟁해서 들어가려는 좋은 직장의 월급과 근무 조건, 그리고 결혼하면 살 집 등에 대한 정책을 만들고 확정하는 것이 정치 활동입니다. 




[진보2013 포스터, 매우 위험해 보이지 않습니다. 덕성여대 총학생회]





▲ 정치에 무관심하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없다.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그 나라에 희망이 있다 

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할수록 취업의 조건은 더 악화될 것이며, 삶의 질은 곤두박질 칠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구요? 국회를 한번 보십쇼! 회의장에서 누드사진을 검색하는 사람이 국회의 윤리를 논하는 장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사청문회를 보세요. 부동산 투기 , 탈세는 기본이고 일반인은 엄두도 못낼 비리 의혹에 휩쌓인 사람이 장관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그 나라의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성 세대는 청년들에게 정치 무관심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취업에 대한 중압감으로 말 잘 듣는 직업인을 양성하려는 듯도 보입니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이 희망도 꿈도 없이 절망의 청춘을 보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학, 예전의 낭만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정치활동은 더 적극적으로 하고, 정치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체육, 여행, 등등 이 세상의 모든 흥미거리를 탐닉하며 세상 꿈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청춘은 젊기에 이것이 가능한 것입니다. 젊은이의 꿈을 제약하는 대학은 이미 캠퍼스의 꿈을 잃어버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