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김종훈 같은 사람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안되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을 장관으로 내정했던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은 다시 한번 비판받아 마땅할 것 같습니다. 그는 워싱턴 포스트에 '민족주의로 좌절된 한국으로의 복귀(A return to South Korea, thwarted by nationalism)'이라는 기고문을 내고 김종훈은 인터넷과 주요언론에 의해 마녀사냥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손가락 꾹>
[김종훈씨가 기고한 워싱턴포스트지 출처]
▲ 김종훈의 삼단 뒤끝의 시작, 자진사퇴 기자회견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스스로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자진 하차(3월 4일) 하였습니다. 다른 후보자들은 사퇴하면서 성명을 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무엇인가 억울하다는 항변을 하였습니다. 이런 김종훈 내정자의 모습에 청와대마저도 놀랐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사퇴의 변은 대강 이러했습니다. 자신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고 했는데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고,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으로 말미암아 마음을 지켜낼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본인에게 불거졌던 부인소유 건물, 미국 핵잠수함 장교 7년 근무, 국적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명없이 자신의 꿈이 산산히 무너져버렸다는 식의 분풀이식 기자회견을 했던 것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근혜 정부 인사 초기였기 때문에 김종훈 내정자의 사퇴에 대해 찬반 양론이 팽팽하였습니다. '청문회 시스템이 너무 과도하다, 네티즌 비난이 너무 치졸하다' 등등. 그러나 김종훈 내정자는 사퇴하였고 다음날 미국행 비행기를 타 버렸습니다 .
▲ 김종훈의 삼단 뒤끝 두번째, 조선일보에 이메일
그런데 그의 뒤끝은 자진 사퇴의 변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서양에서 생활했으면 쿨하게 미국 생활 열심히 할 것이지 대표적인 보수신문 조선일보에 이메일을 보내(3월 20일) 이번에는 '자신이 너무 순진했다'고 항변하였습니다.
이것을 좀더 자세히살펴보면 "내가 진짜 비판받아야 할 것은 한국 정치에 대해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었다는 점", "한국의 정치와 관료주의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자, 다른 모든 사람과 새 부처의 이익을 위해 가능한 한 빨리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것은 "비즈니스 결정 같은 것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참조기사)
한국 언론에 보내온 이메일 속에서도 자기가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도 없었으며 '순진했다' 표현 역시 교묘하게 자기를 변호하는 자기 모순적 이야기였습니다. 순진했으면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조국에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말아야 하는데, 그는 포기하였고 정작 자신이 비판받은 바는 '순진'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문장으로 보았을 때,미국에 오래 살아서 한국어의 깊은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종훈 출처 : 연합뉴스]
▲ 김종훈의 삼단 뒤끝의 마지막,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고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미국의 신문(3월29일)에 자신의 억울한 심경을 기고함으로써 한국의 명예를 실추시켰습니다. 아직까지 김종훈 내정자가 한국인인지 미국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워싱턴포스트지 기고문을 보면서 이 사람의 피와 상관없는 국적이 어느 나라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김종훈씨는 무엇이 그리 억울했는지 한국에서의 기자회견, 언론 이메일, 신문 기고라는 삼단 뒤끝을 보이면서 자신의 떳떳함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결백하고 순수하다고 주장할수록 욕 먹는 것은 그가 헌신하겠다던 조국, 대한민국이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의 인터넷과 언론이 마녀사냥을 했다고 하는데 마녀사냥이 일어났던 시기는 역사적으로 중세시대였습니다. 서양인들의 눈으로는 정치 경제 문화가 가장 바닥을 치고 있던 시대였지요. 그가 바라본 대한민국은 서양인들에게는 암흑시기인 중세라는 것입니다.
본인은 미국의 최첨단 인격으로 거듭났건만 '조국은 여전히 중세라서 자기에게 마녀사냥을 했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조국 미국에 돌아가서는 미국민 전체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죠.
"한국은 미국에서 성공한 자신을 받아들일 그릇이 못되는 나라다 그래서 자기는 미국을 위해 열심히 살겠다. 그러니 잠시 한국에서 봉사하려했던 자신의 진심은 애시당초 미국에 있었다는 것을 믿어주길 바래" 이것이 미국시민에게 던지는 김종훈의 메세지 아닐까요?
[서양인들에게만 암흑기였던 중세 출처 : 살림]
▲ 인사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 고민해보길
김종훈의 삼단 뒤끝은 박근혜 정부에게는 치명타로 다가올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으로서 김종훈의 국적 논란은 깨끗이 해결되었다고 봅니다. 미국 신문에 '자기는 결백하고 한국은 후진적이다' 라고 기고문을 낼 정도의 사람에게 조국이 어딘지는 많이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런 사람이 미래창조과학부의 수장이 되었더라면 생각만 해도 간담이 서늘합니다. 왜냐하면 미래창조과학부는 방송과 정보통신기술 업무를 총괄하는 정부부처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가 곧 안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미래부 장관의 국적은 대단히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괜히 언론과 인터넷에서 김종훈의 국적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보수언론은 김종훈의 국적문제를 발목잡기라고 평가절하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가 사퇴하는 3월 4일 즈음에는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구요. 하지만 그 이후로 장차관, 헌번재판소장의 거듭되는 낙마가 있었고 이것이 언론과 인터넷의 과도한 검증이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정부조직은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김종훈씨의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았으면 합니다. 그들이 미래과학부 장관으로 내정했던 사람의 본심이 거기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이 우리나라의 장관이 되었다면 어떠했을까 다시 한번 마음을 다스리며 청와대 인사 시스템의 재 정비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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