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밝힌 후에 역시나 자기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교포 인턴 사원(여성 가이드)이 업무가 미숙하여 나중에 위로차원에서 술 한잔 한 것일뿐 성추행 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언론이 자신에 대해 마녀사냥한 것에 대해서 '법정 대응' 하겠다고까지 밝혔습니다.
<손바닥 꾹>
[윤창중 기자회견, 출처 : 오마이뉴스]
▲ 진실은 미국 경찰이 밝혀주길 바란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수사는 한국에서가 아니라 미국 수사기관에서 엄정하고 정확하게 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이 진실을 밝혀낸다면 윤창중 전 대변인에 대한 성추행 의혹이 진실이 될지 거짓이 될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황과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을 들어보아도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은 것은 여전합니다.
특히 대통령 미국 순방 중 청와대 대변인이 인턴과 술 자리를 가질 정도로 한가한 자리였나에 대한 의구심은 강합니다.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여성 가이드의 업무가 매우 미숙했다고 여러 번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익숙한 패턴입니다. 가해자의 다른 약점을 부각시키면서 사건 자체의 관심을 비껴가게 하는 것입니다.
이번 윤창중 미국 내 성추행 의혹은 '성추행'에 있는 것이지 여성 가이드가 일을 못했거나 잘했거나 이쁘거나 못생겼거나 하는 외적인 것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여성의 성 아니 사람의 인권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존중받고 지켜져야 하는 것입니다. 윤 대변인의 여성 가이드가 일을 잘하지 못했다라는 주장은 성추행과는 전혀 무관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성 가이드가 매우 일을 못하여 나중에 위로차원에서 술을 마셨다라는 논리는 여성 가이드가 일을 잘 못했기 때문에 '진실성, 인격, 도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연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도 그가 작성한 기자회견문은 매우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 매끄럽지 못한 주장
허름한(?) 호텔바에서 나와 '여자 가이드 허리를 한차례 툭 치면서 (미국에서 성공) '잘해' 라고 말한 것이 문화적 차이에 의한 성추행으로 의심 받았다는 주장도 많은 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젊은 여성의 허리를 만져도 된다는 이야기인가요? 윤 전 대변인은 기자의 질문에 '그 자리에서 사과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라고 답변했지만 '문화적' 차이인지 '생각의' 차이인지 확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한 청와대 대변인이 얼마나 하찮은 직위(?)이길래 미국 내 일정이 달랑 21살 인턴 사원의 가이드로만 충족될 수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숙련된 수행비서가 청와대 대변인을 따라 다녔을 법도 한데 자동차 부킹, 부페 식권, 호텔내 심부름까지 21살 여성 가이드가 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자신의 이름 석자를 건 윤창중 대변인
윤 대변인은 매우 상기된 태도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걸고, 상식과 도덕성에 추호도 부끄러움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의 기자회견만 들어보면 잘 짜여진 한편의 다큐멘터리입니다. 논리적으로 합당하고 잘못된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와같이 잘 짜여진 시나리오는 단 하나의 거짓말에 전체 구조가 망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논리라는 것이 전제를 바탕으로 결과를 인정하게 되는 것인데 중간에 잘못 맞춰진 고리가 있다면 이후 논리는 모두 허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윤 대변인의 진심어린 성추행 전면 부인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가 진실을 인정받으려면 자신의 모국 '청와대'를 지려 밟고 가야할 것 같습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직속상관은 청와대 홍보수석입니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전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윤창중 대변인의 미국 내 성추행 사실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이남기 홍보수석과 윤창중 전 대변인 출처 오마이뉴스]
▲ 한 지붕 두가지 진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이 미국에서 황급히 한국으로 돌아온 배경에는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자신을 불러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설명을 해봐야 소용이 없으니까 미국을 떠나라" 라는 말을 듣고 부당하지만 자신의 상관이기에 그대로 따랐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윤창중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이남기 홍보수석은 "윤창중, 귀국 종용한 적 없다'고 다시 재 확인하였습니다.(관련기사)
같은 청와대, 두가지 진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홍보수석이 알고 있었다면 박근혜 대통령도 알고 있었던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내 성추행 의혹을 알면서 묵인 하에 윤 대변인을 한국으로 돌려보낸 것이 됩니다.
그러나 청와대 홍보수석이 모르고 있었다면 한국으로 야반도주(?)가 윤 대변인 단독으로 결정한 행동이 되고 성추행 의혹에 대해 본인 책임이 되는 것입니다.
▲ 돌이킬 수 없는 진실 게임은 시작되었다
저는 갑작스럽러운 윤창중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소식에, 전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의 허락 하에 이루어진 것인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사안은 국가의 품격을 망친 대단히 중차대한 사건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인사 난맥상을 다시 들춰내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윤창중 대변인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본인의 결백만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이지 고개숙인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기자회견이 아닐 수 있다 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청와대는 기가막힌 진실게임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윤창중 대변인의 기자회견으로 성추행 뿐만 아니라 국가 명령과 보고 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뉴스를 전하는 방송에서는 윤창중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을 신나게 내보내다가 황급히 박근혜 대통령 방미 성과로 주제를 옮기더군요. 청와대 대변인의 미국 내 추문으로 사람들이 황급하고 황당한 지경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빠져나오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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