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태가 주말 사측이 편집국을 봉쇄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일단 16일 편집국을 봉쇄하고 처음 발행되는 6월 17일자 신문이 나올 수 있는지가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침부터 한국일보를 사러 다녔지만 쉽게 살 수 없었고 규모가 있는 대형 편의점에 가서야 겨우 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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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편집국 폐쇄 후 17일자 조간 신문]
▲ 편집국 봉쇄 후 처음나온 17일자 신문
평소 발행되던 32~36면보다 줄어든 24면 밖에 발행되지 않아 손에 들었을 때 상당히 얇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신문이 멈추지 않고 발행되었다는 것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고 서둘러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여기서 신문 발행에 대한 만족은 언론 '한국일보'에 대한 만족감이지 편집국을 봉쇄하고 일부 인원이 만들어낸 노고에 대한 만족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밝혀둡니다.
신문지면 첫페이지는 이번 한국일보 사태에 대한 "독자 여러분께 양해 말씀 드립니다"라는 공지문이 게시되어있었습니다.
[한국일보 사태에 대한 공지문]
내용을 보면 이번 사태가 편집국 전직 간부와 노조의 반발이 주된 원인처럼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정정당당과 불편부당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신문을 발행한 사측이 떳떳하려면 왜 전직 간부와 노조가 인사 발령에 불만을 품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어야 합니다.
한국일보 사주 장재구 회장은 개인적 빚 탕감을 위해 회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었습니다. 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이 사실을 폭로하고 고발하게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전임 편집국장을 인사발령내고 급기야 16일에는 편집국을 폐쇄하고 기자들의 기사 송고 아이디까지 불능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렇다면 파국을 자처한 사측의 6월 17일자 신문은 제대로 나왔을까요? 1면은 어느정도 그럴듯 합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면 이것이 한국일보인지 연합뉴스인지 착각을 하게 합니다.
▲ 한국일보 기사가 아니라 연합뉴스 짜집기, 심지어 명의가 없는 기사도
위에 사진은 주말에 있었던 문재인 의원의 산행 소식 기사인데 마지막 명의를 보면 '연합뉴스'로 되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기간 통신사로서 신문사에 뉴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연합뉴스로부터 받은 보도자료 또는 뉴스를 통해 일반 신문사는 자체 기사를 내보냅니다.
그러나 문재인 의원 산행은 대선 당시 취재기자들과 함께한 모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일보 기자도 당연히 갔어야 하고 취재했을 것인데 한국일보 기자의 기사가 아닌 연합뉴스 기사가 그대로 지면에 실린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기사를 보면 아예 기자 이름이나 취재처를 밝히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신문은 사실을 밝히는 매체이기 때문에 누가 보도하고 취재했는지 밝히는 것은 기본적인 사항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책임 보도만이 허위 왜곡보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7일자 한국일보를 보면 연합뉴스를 짜집기 하고 출처 없는 기사를 내보내는 등 신문으로서의 가치를 상당히 훼손하였습니다. 이것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는 한국일보 사측 스스로가 잘 알것입니다.
[한국일보 사태를 보면서 작년 보도국이 폐쇄되었던 MBC가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출처 : MBC노조]
▲ 언론사 사주로서의 자격에 의문
언론인은 회사를 위해서만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기자는 사실을 밝히고 사회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역할이 있습니다. 회사의 이익과 사회의 공익이 맞딱드릴 때 기자는 분명히 사회의 공익 측면에 서야 하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한국일보 회장에게 배임 혐의가 있다면 사실을 밝혀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단지 그와같은 의혹을 제기했다는 사실만으로 편집국장을 인사조치하고 편집국을 봉쇄한다면 동네 구멍가게 사장 마인드이지 언론사 사주로서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격 없는 언론사주들이 한국의 언론은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일보 사태를 보면서 또한번 우리나라 언론의 현주소를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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