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선을 치루면서 선거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투표가 이루어지기 전에 댓글녀 오피스텔 대치로 국민적 관심을 받았습니다. 선거가 끝난 후에는 결국 오피스텔에서 셀프감금 헤프닝을 벌인 장본인이 일반인이 아닌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선거에 대한 불신은 더욱 팽배해져만 갔습니다.
아울러 작년 대선은 부정투표 시비로까지 확대되면서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가 불신의 장이 되어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하여 민주주의를 훼손한 사건과 작년에 대선에서 부정투표가 이뤄졌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검찰에서 여러가지 증거를 밝혀내었지만 부정투표에 대해서는 명백한 증거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로 투표 후 개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듯 하여 10월 30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있었던 화성시 갑선거구 개표소를 일반 참관인 자격으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7시 30분 경에 개표소에 도착하였는데 이미 개표요원들은 화성종합체육관을 가득채웠고 취재진들도 이미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취재진들의 카메라는 개표소 입구 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이유는 잠시 후에 아실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보궐선거 개표 플랭카드가 걸려있고 개표위원들은 투표함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개표요원들은 각자의 역할에 따라 테이블별로 나눠어져서 앉아있었습니다.
취재보도석은 일반 참관익석에 함께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각 언론사 기자들은 여기서 보도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개표장소는 뒤에서 보면 총 3개의 라인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중앙 선단을 기준으로 출입구 쪽에 가까운 '개함부'가 좌측 측면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개함부'는 들어는 투표함을 열어보고 거기서 투표용지를 모으는 작업을 합니다. 개함부 표시 밑으로 "후보자별 득표수는 위원장의 공표 전에는 보도할 수 없습니다"라는 지시문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아마도 펼쳐진 투표용지를 보면 누가 더 많이 득표했는지 예상을 할 수 있기에 '사전 개표 정보'를 누설하지 못하도록 경고문을 붙여놓은 듯 했습니다.
개함부에서 정리된 투표용지는 '투표지분류기 운영부'로 넘어오게 됩니다. 여기서 후보자별로 자동투표분류기가 분류를 하여 '득표'를 셈할 수 있습니다.
투표지분류기운영부에서 분류된 후보자별 투표용지는 마지막으로 '심사집계부'로 넘어서와서 확인을 하게 됩니다.
심사집계부의 데이타는 개표소 앞에 자리 잡고 있는 위원들에게 최종 전달되어지며 다시한번 확인 절차를 밟게 됩니다.
8시가 되자 개표를 위한 사전 행사로 국민의례가 있었습니다.
국민의례 이후에는 개표요원들의 선서식이 있었습니다. 절대로 부정이나 실수가 있어서는 안되는 업무이니 만큼 선서의 무게감이 깊이 있게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투표함이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혐조요원들이 동별로 투표함을 가지고 들어오면 해당 개함부로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카메리 기자들이 개표소 입구를 겨냥하고 있었던 이유는 맨 처음 도착하는 투표함을 찍기 위해서 였습니다.
투표참관인들이 투표함을 확인하고 투표요원들이 테이블 중앙에 투표용지를 쏟아놓습니다.
개표요원들이 혹시나 투표함에 투표용지가 남아있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주위의 취재진과 정당별 참관인들이 처음부터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바닥에 무엇인가가 보여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름 아닌 '제습제' 였습니다. 하루동안 투표용지가 습기에 훼손될리는 없겠지만 바닥에 제습제를 붙여놓은 세심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정당별 개표 참관인들은 초록색 조끼를 착용하고 좀더 세심하게 개표과정을 감시하였고 보스니아에서 우리나라의 개표 상황을 견학하기 위해 참관을 하였습니다. 위 사진에 서양인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특히 근간에 자동투표분류기 오류가 몇차례 언급되었던 탓이었는지 참관인들은 투표용지분류기 앞에서 작동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투표용지분류기를 통해 나온 투표용지는 후보자별로 다시 집계를 하여 심사부로 옮기기전에 확인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투표함 봉인에 관해서 정당 참관인의 확인 요청이 있었고 선관위 직원이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당 참관인 복장을 입지 않고 사복차림으로 돌아다니던 새누리당 참관인이 발견되었고 선관위가 옷을 입힌 후 신상기록을 다시 적고 있습니다.
개표소 밖에서는 경찰까지 동원되어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투표함 역시 까다로운 확인 절차를 통해 개표소 안으로 반입될 수 있었습니다.
선관위 개표 위원장은 개표 집계가 확인될 때마다 바로바로 투표 중간 집계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개표요원들은 자신의 역할에 따라 열심히 개표작업을 하였고 투표함이 뒤로 계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표를 감시하고 확인해야하는 정당별 개표참관인들이 초반 감시활동이 소홀해지면서 개함부와 투표분류운영부 앞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오직 개표결과가 집계되는 심사집계부 앞에 서서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어디론가 개표정보를 실어나는데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선관위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중반 이후부터 개함부와 투표분류 작업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는 정당별 개표참관인들의 모습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허술한 개표참관을 해놓고는 나중에 투표지 분류가 잘못되었다 등의 이의제기를 할 수 없어 보입니다. 투표함이 도착하고 개봉하여 투표용지가 분류되는 모든 과정에 적절한 참관인원 배치되고 꼼꼼한 감시가 있어야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실수를 잡아낼 수 있는데 후반부에는 전혀 이러한 감시 활동이 없어보였습니다.
개표 집계를 마친 투표용지는 '정리부'에서 투표지 정리 보관 봉투에 담겨져 증거로서 보관되어 집니다. 이것으로 개표작업은 모두 마무리되는 것입니다.
개표진행 절차를 직접 참관한 후 든 생각은 최소한 개표소 안에서는 '조직적인 부정 선거'를 획책하기는 힘들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선관위 시스템이 각 단계별로 잘 만들어져 있고 여기에 바라보는 눈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부정선거를 꿈꾸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매우 강심장이거나 아니면 초극적 힘을 가진 자라야 가능할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투표함에 기재되어 있는 '민주주의 꽃은 선거입니다'라는 문구가 참으로 인상적이었고 개표 참관을 통해 진행 절차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참으로 유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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