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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17차 범국민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추위도 촛불을 막지 못했다

여름 부터 시작했던 촛불집회가 이제는 겨울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한 여름 달아오른 시멘트 위에서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들어올렸던 촛불이 이제는 차가운 공기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계절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변해야하는 위정자들의 마음과 손과 발이 되어 댓글을 실어나르던 이들의 양심은 여전히 굳어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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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3차 범국민 국정원 촛불집회]





6월부터 매주 토요일 또는 일요일마다 범국민 촛불집회는 지속되어 왔고 이제 그 횟수가 10월 26일을 기해 17차가 되었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을 제외하면 한 주도 빠짐 없이 국정원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한 촛불 집회가 계속되어져 온 것입니다. 


많았을 때는 서울광장을 5만여명이 가득 메웠고 이렇게 오랫동안 마음 속 깊은 분노를 가지고 집회를 가졌지만 불상사 한번 없이 평화롭고 이어오고 있습니다. 


 


[17차 서울역 범국민 국정원 촛불집회]




하지만 뚜렷한 지도자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만 이뤄진 촛불은 서서히 동력을 잃어갔고 오래 묻어둔 분노가 깊어 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잊혀져 감을 안타까와 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이 작년 대선에서 했던 짓은 묻혀서도 잊혀져서도 안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국정원의 행동은 민주주의 근본을 위협한 매우 중차대한 짓이고 그들은 여전히 반성하거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방치한다면 국정원 다음 선거에서도 인터넷 포털과 트위터를 통해 작년 대선과 흡사한 행동은 저지를 것이고 그때 가서도 역시 정치적인 글은 개인적 행동이고 국정원의 인터넷활동은 종북 처단을 위한 심리전이었다는 주장을 반복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에 그때도 누군가는 혜택을 보게 되겠죠.






상황은 매우 안 좋았지만 국정원 수사과 관련하여 경찰에서는 권은희 과장의 용기있는 진실과  검찰에서는 윤석열 수사팀장의 소신과 원칙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와같은 분들이 계시기에 여전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바다에 난파하지 않고 겨우겨우 목적지를 향해 흘러가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17차 서울역 범국민 국정원 촛불집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 확실해져만 갔습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댓글과 경찰의 수사 왜곡 은폐는 지금까지의 쟁점이었고 얼마 전에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작년 대선에서의 국정원과 흡사한 활동이 적발되었고, 국가 보훈처, 행정안전부 등 국가의 핵심 부서들이 국정원과 흡사한 의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도대체 작년 대선에서 국민들 모르게 국가의 공권력이 어떻게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른 것입니다. 아마 상식 있는 해외 국가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더라면 대통령 탄핵 또는 내각 총 사퇴는 당연한 절차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심성 착한 대한민국에서는 오직 촛불을 든 사람만이 분노하고 정의를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합니다. 



[17차 서울역 범국민 국정원 촛불집회]




서울역에는 시국회의 추산 1만 5천명의 시민들이 국정원 촛불집회에 참석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촛불집회는 국가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이기에는 서울역 광장은 너무나 협소하고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서울역 광장 계단에 까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집회에 집중하였고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계단 위 장소에서 집회 스피커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17차 서울역 범국민 국정원 촛불집회]




아마 작년 대선에서 불의를 저지른 자들은 여름에 타올랐던 촛불이 여름 더위와 함께 살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촛불의 열기는 한겨울 바람과도 같았던 서울역 광장 냉기에도 멈출 줄 몰랐습니다. 시민들은 더 차분했고 더 조직적이었습니다. 흥분해서 경찰과 충돌하지도 않았고 자리가 불편하다고 투정하지 않았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집회에 집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소에서 촛불집회의 일원이 되어 불을 밝혔던 것입니다. 


   


[17차 서울역 범국민 국정원 촛불집회]



그리고 17차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는 이제 전교조, 서울대병원노조, 공무원 노조, 민주노총 등이 함께 참석하며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의 대부분이 결국 정치가 잘못되었기 때문임을 성토하였고 민주주의 후퇴가 사회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는 인식을 함께 했습니다. 


1만여명 이상의 국민들이 매 주 모여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고 있고, 국정원 뿐만 아니라 국방부, 보훈처, 행안부 등이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대통령의 침묵은 너무나 일상화된 듯 합니다.   


지금은 침묵이 '금'이 아니라 국민과 멀어지는 '독'이 될수 있다는 것을 대통령 주위의 누군가는 충언해야 할텐데 아무도 입을 열고 있지 않아 보입니다. 촛불집회가 앞으로 몇 차수를 넘겨야 '침묵의 도'가 깨질지 마음 속 찬바람이 쌀쌀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