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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계약직 후배에게 알려준 나만의 근로계약법


근로계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확인해야 하는 이유 


후배가 한명 찾아왔습니다. 몇달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쉬다가 취업이 된 것(?) 같다고 하여 저를 찾아왔습니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는 사장과 구두로 약속되었던 월급과 심지어 본인 돈으로 쓴 영업비조차 제대로 정산받지 못하고 나왔던 후배였습니다. 그 사장이라는 사람이 너무 괘씸하여 노동부에 고발하라고 제가 노발대발 했더니 마음씨 좋은 우리 후배, '그분도 사정이 있겠지요' 하면서 그냥 넘어갔던 마음밭이 고운 녀석이었습니다.

하여튼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아서 일단 후배의 취업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요즘같이 직장 얻기 힘든 때에 취업이 되었다니 저도 기쁘던군요. 그런데 내용을 들어보니 취업이 아니라 단기계약직이라고 말을 바꾸던군요. 제가 아는 계약직은 예전에는 그래도 1년 단위로 맺는 경우가 많아서 그럼 기간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4개월짜인데 3개월만에 끝내야 하는 일이라는,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경우였습니다. 나머지 1달은 누가 챙기는 것이죠?

근로기준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근로기준법 제 1 조입니다]


일하게 되는 곳은 국내 굴지의 통신사였는데 자기를 고용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회사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근무시간은 어떻게 되며, 4대보험, 급여는 어떤 방식으로 주는지 전혀 말해주지 않고 단지 관련 일에 대한 질문을 하고, 평소 무척이나 겸손한 후배는 '전문가는 아니라고' 이야기 햇더니, 초급 수준이라고 말하며 월급여를 아주 바닥으로 책정을 하였더군요.

내용을 다 듣고 보니 대형 통신사의 도급업체로 인력파견 회사를 통해 사람을 공급받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곳에 제 후배가 들어가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라고 하여도, 모든 것을 구두로 말하고 일이 급하니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라고 하였다니 정말 개념없는 회사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제가 알고 있는 상식 수준의 회사와 근로자가 지켜야할 최소한의 계약에 대해서 후배에게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2009년 최저임금은 1시간당 4,000 원이었습니다] 

1. 근로기준법은 최저기준이므로 더 낮출 수 없다. 

회사와 근로자 간에는 나라에서 정한 법이 있습니다. 아무리 회사가 직접 임금을 지불한다고 해도 이런 노동행위는 인간의 기본권과 직결된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므로 나라가 그 법을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있어 최저기준이기 때문에 이것보다 더 잘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근로기준법:
제3조 (근로조건의 기준)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은 최저기준이므로 근로 관계 당사자는 이 기준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낮출 수 없다.

즉 최저임금이 1시간 4,000원이면 4천원 이상을 주어야지 그 이하로 주어서는 나라법이 용서치 않은 다는 이야기 입니다.  근로기준법은 한번 훑어보세요. 자신의 처지와 다른 신기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2.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2부 작성하여 날인한 후 본인이 한부는 보관한다.

사실 자신의 근로계약서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행이 그 회사에 몸 담고 있는 동안 불상사가 생기지 않으면 문제 없지만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 불이익이 생겼을 경우, 난처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즘 임금체불 관련 일이 자주 발생하여 가끔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오는 분들이 있는데, 놀라운 사실은 자신이 그 회사에 일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4대보험 가입자는 문제가 없지만, 영세사업장의 경우 직원으로 등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로 난감한 경우를 종종 봅니다. 

심지어 제가 아는 어떤 사무실은 사장이 사기와 임금체불 후 도주하였는데 남은 여직원 2명이 사장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더랍니다. 이름도 가명이었고, 주민번호는 당연히 모르고, 하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사장의 신원 파악을 위해 사무실에 와서 지문 채취를 해갔을 정도랍니다. 정말 웃지 못할 사연이죠

그런데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자의 직원들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척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 안 좋은 일이 터지면 주민번호 알아내기 조차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노동법이 강화되어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임금체불에 관해서는 엄중히 처리한다고 들었으나, 복잡한 절차를 밟기 보다 근로계약서를 가지고 있으면 대표자의 신원과 본인의 근로내역이 자세히 명시되기 때문에 근로자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보증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서는 여러가지 양식이 있으며 이것을 챙겨할 사람은 본인 스스로 입니다]


3. 근로조건을 입사하기 전에 정확히 명시하여 문서화한다. 

말로한 것은 녹취를 하지 않은 한 소용이 없습니다. 전형적인 피해사례들은 이런 것이죠, 3개월 수습기간 후에 정식 월급을 주겠다고 하고선 3개월이 세월아 내월아가 되어버리고,  회사가 필요해서 되도록 빨리 입사하라고 하고선, 근무일수를 계산해 주지 않으며, 경력직으로 바로 현장에 투입되어 실무처럼 일하는데도 얼토당토않은 수습기간 몇개월을 두어 월급에 몇십%는 기본적으로 까고 줍니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이런 내용 등을 처음부터 근로계약서에 담는 것입니다. 시중에는 아주 형식적인 근로계약서들이 많습니다. 근로계약서는 꼼꼼히 읽어보셔야 하며, 자신의 근로조건과 관련되어 사규는 존재하는지, 문서화 된 것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요즘 경제가 참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와 회사간에, 회사와 근로자간에, 얼굴 붉힐 일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구두로 약속을 하기 보다는, 문서로 계약관계를 맺는 것이 서로간에 이롭습니다. 이것을 거부한 쪽은 무엇인가 불편한 것이 있는 경우이고 그런 경우는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입니다. 

그래도 출근하겠다는 후배에게는 입사 첫날 아무리 바쁘더라도 사장님한테 '근로계약서는 쓰자'고 말하라고 신신당부 하였습니다.  착한 후배가 또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Share/Book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