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칠한

MBC 뉴스데스크가 고무줄 방송이 된 이유는

런던올림픽이 연일 금메달 행진을 하며 흥을 돋구고 있습니다. 금메달도 기쁘지만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4년 동안 참고 인내하며 훈련해 온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올림픽에서 발휘하는 모습 자제가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이며 정치,경제,사회 문제와는 다르게 '진실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손바닥 꾹><추천 꾹>



[런던올림픽 대회 6일차, 우리나라가 종합 3위네요, 출처 : 다음(DAUM)]




▲ 호들갑 올림픽 방송


방송사는 올림픽의, 올림픽에 의한, 올림픽을 위해 존재는 것처럼 연일 중계방송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호들갑과 오버스러운 행동은 실수와 부작용을 낳습니다. 이미 런던올림픽 개막식부터, 개념 없는 편집, 박태환 선수 인터뷰, 패션 쇼하는 진행자 등 구설수와 눈살 찌푸리는 행동은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방송을 내보내고서도 사과 한마디 없는 뻔뻔스러움에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큰소리 떵떵치고 고개 빡빡히 세우고 다니는 철면피들이 늘어났습니다. 생계형 좀도둑들이 외투로 얼굴을 가리고 부끄러워하는 데 비해 정관계 비리 연루자들은 전혀 고개를 숙이거나 부끄러움 없이 할말 다하고 검찰에 조사 받으러 가는 것을 동네 식당 가듯 태연하게 들어갑니다. 




▲ 잘못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


이런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양심적 타락이 사회에 만연한 것일까요? 이제는 잘못을 하고서도 대강 버티거나 거짓말 해명으로 순간을 넘기면 영원히 잊혀진다는 공식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미디어도 자신들이 사회 지도층이 된 것처럼 막강한 힘을 자랑하며 잘못된 보도과 행태에 대해 사과하거나 뉘우침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런던올림픽에 대한 미디어의 과한 홍보가 방송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지 않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고, 실제로 많은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올림픽이 시작되고 단 한번도 9시에 시작하는 법이 없습니다 출처 : 다음]




먼저 런던올림픽이 시작되고 뉴스는 실종되었습니다. 특히 MBC는 방송을 대표하는 뉴스데스크 방송 시간이 고무줄 처럼 지맘대로 입니다. 전통적으로 방송 메인 뉴스는 9시 시보와 함께 시작하는 상징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9시라는 시간은 '칸트의 시계' 처럼 방송의 기준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MBC의 메인 뉴스라는 9시 뉴스데스크는 실종되었습니다. 뉴스가 올림픽 중계 일정에 따라 고무줄 처럼 왔다갔다 하는 것입니다. 




▲ 뉴스에 대한 철학 부재


이것은 방송사의 뉴스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것을 뜻합니다. 어르신들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기 위해 9시에 뉴스를 켜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습니다. 어렸을 적 기억으로 퇴근하고 돌아오신 아버지가 항상 9시에 뉴스를 보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9시 뉴스는 세상이 돌아가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뉴스 이상의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9시 뉴스를 올림픽이 시작되면서 방송 시간을 이리저리 옮기는 것을 보면 얼마나 뉴스 알기를 우습게 아는지 금세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다고 우리 삶이 나아지거나 나빠지지 않습니다. 올림픽은 그냥 스포츠 축제이고 웃고 즐기고 기뻐하면 그만입니다. 겨우 스포츠와 같은 취미생활에 올인시켜 정작 중요한 국민의 알 권리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귀와 눈을 막는 것입니다. 




▲ 동네 식당도 오픈 시간은 지킨다


왜 뉴스가 9시에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지 아십니까? 동네 식당만 해도 문 여는 시간이 지맘대로거나 아무때나 휴무하는 식당은 곧 망합니다. 왜냐하면 식사를 하러 찾아온 손님들이 헛걸음을 몇번하게 되면 더 이상 그 식당을 찾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식당은 항상 정시에 문을 열고, 휴무일은 충분히 홍보하고 규칙적으로 쉽니다. 이것이 잘되는 식당의 첫째 원칙인 것입니다. 


MBC 장기 파업으로 시청율이 모두 하락한 상황에서 반전을 노리며 이번 런던 올림픽에 사활을 걸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활을 건 방식이 뉴스데스크는 죽이고 올림픽을 살리겠다는 것이었다면 이것은 천만의 말씀인 것입니다. 결국 MBC는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올림픽이 끝나고 시청자와 시청율 모두를 잃을 것입니다. 




[KBS 해직기자 최경영이 쓴, 9시의 거짓말]



▲ 올림픽 기간 동안 언론의 축소 얼렁뚱당 보도

실제로 올림픽이 시작되고, 대통령 측근이라는 저축은행 비리자 은진수는 가석방이 되었습니다. 내용적으로보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올림픽 메달 소식에 이런 일이 있었는지 조차 국민들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뉴스를 보려고 9시에 TV를 켰다면 국민들은 올림픽 중계를 봐야만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제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헌금 비리 사건이 터져나왔습니다. 얼마 전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사건에 비해 경중을 따지기 힘들 정도로 집권 여당의 치명적인 비리 의혹임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소식 만 전하다가 꼬리에 겨우 몇줄 나오다가 사라지는 뉴스가 되어버렸습니다.(관련기사)


현재 대한민국은 뉴스는 실종되고 올림픽 중계만 난무하는 정보 부재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비리와 의혹들이 메달과 함께 묻혀 버릴 지 안봐도 눈에 선합니다. 


MBC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MBC 뉴스데스크부터 제자리에 갖다 놓았으면 합니다. 매번 구설수에 오르는 진행자들도 교체하여 뉴스 전달자의 신뢰감을 높였으면 하고, 무엇보다 9시 방송 시작이라는 원칙을 지켰으면 합니다. MBC는 얼마나 힘이 세면 항상 '상식과 원칙'을 주장하는 높은 분들이 무섭지도 않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