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 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하여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조사한데 이어 국정원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관련기사) 검찰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한 것은 2005년 8월 옛 안기부 시절, 정관계와 시민사회를 불법, 감청, 도청한 '안기부 X파일' 사건 이후 두번째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검찰의 이번 안기부 압수수색은 8년 만에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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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압수수색 출처 : 연합뉴스]
▲ 검찰 국정원 8년만에 압수수색
정치 중립을 지켜야하는 국가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하고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면 이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전 정부 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존립 토대가 흔들리며 책임자는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같은 중차대한 사건에 대해서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에는 애매한 수사 결과를 황급히 발표하였고, 5개월이 지난 다음에는 어처구니 수사 내용을 밝혔습니다. 증거가 있었으되 보지 않았고 충분한 수사 기간이 있었지만 열심히 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는 모든 책임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언론에서는 '검찰에 기대를 건다, 검찰이 무엇인가 해낼 것이다' 라는 찬사를 남발하고 있지만 검찰이 제대로 해낼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습니다.
▲ 언론의 무딘 칼날
언론이 국정원 사건을 다루는 무딘 칼날을 살펴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소환조사하고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고 쓰고 있습니다. '14시간의 고강도 조사'라고 하는데 촛점은 원세훈 원장이 조사 받은 것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그가 왜 조사를 받고, 해외 출국을 시도했을 당시에도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가 제대로 이루졌는지에 대한 성찰은 없습니다. 즉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입니다.
만약 원세훈 전 원장 대선 개입 의혹이 터져나오고 퇴임 사흘만에 해외로 나가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더라면 사전에 '출국금지'조치는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원세훈 원장의 해외출국을 막은 것은 진선미 국회의원과 시민들이었습니다. 국정원 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은 핵폭풍과 같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원세훈 원장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기울지 않았고 이제 경찰이 그 공을 돌리니 반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은 단지 국정원장을 소환했다는 사실과 그가 혐의를 부인했다는 것에만 집중하며 대단한 일이 벌여진 것처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환조사가 문제가 아니라 원세훈 원장이 어떤 의혹을 가지고 있으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비판을 해야하는 것이 언론의 본분입니다.
▲ 전 국정원장 소환, 압수수색 제대로된 수사?
그리고 오늘은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까지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국정원 전 원장의 소환에 이어, 철옹성과 같다는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는 것에 대해서 검찰 수사가 무엇인가 다르고 제대로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실제로 언론은 국정원 압수수색을 속보로 전하며 기사 내용을 앞다투어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압수수색'은 김빠진 수사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발생한 후 지금은 무려 5개월이 지났고 심지어 해당 '심리정보국'은 폐지된 지 오래입니다.(관련기사) 사건의 의혹 대상과 부서가 사라진 국정원을 압수수색한들 어떤 증거를 확보할 지 궁금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내 정치과 대선에 개입했다면 5개월 동안 국정원 내부는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스스로 민간인 사찰 몸통이라고 밝힘, 출처 : 뉴시스]
▲ 민간이 사찰 사건 수사 때도 비슷했다?
국정원 사건의 진행 상황을 보면 MB 정권 최고의 의혹 사건이었던 민간인 사찰 때가 떠오릅니다. 민간인 사찰 사건도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더라면 대통령이 책임지고 하야해야할 사건이었습니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과 견줄만한 중대한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민간인 사찰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도 단순한 의혹으로만 치부되다가 장진수 주무관의 내부 고발을 통해 전면적인 수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패턴은 똑같습니다. 2010년 6월 민주당이 국회 정무위에서 총리 지원관실 사찰 의혹을 제기하였고 수사기관은 2년여 동안 민간인 사찰 자체가 아니라 직권남용, 증거인멸에 관해 관련자들을 처벌하였습니다.
2012년 3월 장진수 주무관의 '증거인멸이 청와대 지시였다'라는 폭로가 있고 난 후에야 '민간인 사찰'에 대해 스스로 몸통이라고 주장하는 자만 처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관련자와 총리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지만 모두 의혹 발생 후 한참이 지난 후에서였습니다.
▲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니 의혹만 커지고 있다
국정원 사건은 민간인 불법 사찰과 같이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중차대한 사건에 대해서 진행 과정에만 변죽을 올리는 언론과 수사기관의 뜸들이기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검찰은 오늘 국정원 압수수색을 통해서 사건 해결을 위한 어떤 증거를 찾아냈을까요?
아마도 이미 언론을 통해서 공개되었던 의혹 자료 정도였을 것이고 압수품이 있다면 사건 해결에 결정적 단서가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국정원에게는 압수수색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정원은 아무 잘못이 없고 일상 업무를 하는 가운데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상상합니다.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언론의 적당한 관심 끌기와 수사기관의 늑장으로 의혹이 제대로 파헤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 공권력이 어떤 사건에 대해서 결과를 발표하고 있지만 국민적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바로 이와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이번 국정원 사건만은 의혹 없는 수사, 엄정한 법 집행을 기대해 보지만 이미 5개월이 지나버린 사건이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민간인 사찰' 때가 자꾸만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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