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텔레파시로 이야기한다던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MBC사장 선임에 청와대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하는 언론에 대해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새삼스럽게 강조하는 것을 보면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리송할 따름입니다.
왜냐하면 이전 정권에서부터 '낙하산은 없다', '정치가 언론에 개입하지 않는다' 등의 호언장담을 했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낙하산 사장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었던 것이 MB정부 언론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박근혜 정부 역시 별반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가운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BC사장 공모가 오늘 5시에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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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사장 공모 26일 마감
방문진은 29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지원 대상자들이 제출한 경영계획서 등을 토대로 3명의 사장 후보를 압축하여 내달 2일 최종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을 거친 후 이사회 투표를 거쳐 차기 사장을 내정한다고 합니다.
드디어 동토의 땅 MBC에 봄이 찾아오는 것일까요?
그러나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MBC 관리 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은 전혀 변화되지 않았고, 사장 음모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들 대부분 김재철 체제에 있었던 MBC 현역 인사들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MBC 사장 공모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종국 대전MBC 사장, 강성주 포항MBC 사장, 정흥보 서울대
초빙교수(전 춘천MBC 사장), 황희만 전 부사장, 최명길 유럽지사장, 구영회 전MBC미술센터
사장, 김성수 목포MBC 사장, 전영배 MBC C&I 사장 (출처 : 미디어 오늘)
▲ 방문진을 신뢰할 수 있을까?
방문진은 9명의 이사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부 추천 3명, 새누리당 추천, 3명, 민주당 추천 3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대로 하면 정권과 정당을 장악하고 있는 보수적 인물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김재철 사장과 같은 인물을 공영 방송 사장으로 그대로 머물게 하였고 해임 역시 5대 4 라는 아슬아슬한 표결로 가결시켰던 곳입니다.
그리고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을 해임한 이유 역시 그가 MBC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려 방송의 질을 격하시켰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과 협의 없이 MBC 인사를 마음대로 전횡한 것에 대해 격분한 나머지 이루진 일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방문진 이사들은 현재의 MBC가 방송으로서의 공정성, 신뢰도에는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득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음 MBC 사장은 김재철 체제로 말미암아 생겨난 조직 내의 상처와 방송의 공정성과 신뢰도라는 대외적 과제를 함께 풀어나가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와같은 막중한 임무를 띤 인물을 뽑아야하는 방문진 이사들이 김재철 체재에 대한 아무런 문제 의식이 없거나 잘못을 깨닫지 못한다면 제대로된 선출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하여 김재철 사장과 함께 노조에 대한 무자비한 해고를 일삼았던 현 안광한 부사장이 MBC 사장에 응모한다는 소식 자체만으로도 우울한 MBC의 미래가 보이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출처 : 연합뉴스]
▲ MBC 내부인사는 적절치 않다
그리고 현재 MBC 사장 지원 예상자들은 대부분은 MBC 출신이고 현역 인사입니다. 작년 MBC노동조합의 170여일의 최장기 파업과 김재철 사장 체제를 함께 보낸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MBC가 망가져가는 상황을 내부에서 목격했으니 MBC의 현재를 가장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 정상화를 위해 가장 적격일 수 있다는 예상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과 함께 간부급 직책 이상을 함께 보내왔다면, 김재철 사장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람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책임있는 자리에 있으면서 MBC가 망가져가는 것에 대해 무엇을 했는지 따져 물을 수도 있구요.
그래서 이번 MBC 정상화를 위한 신임 사장은 외부 인사가 하는 것이 적격이라는 생각이듭니다. 노조는 회사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이 있고, 사측 역시 노동조합을 정치집단이라 매도하며 감정의 골이 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느 한편에 서서 상대를 끌어 안는 것이 아니라 가운데 서서 양쪽을 화해시키고 무너져버린 MBC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 MBC 신임 사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
그러나 무엇보다도 MBC 신임 사장에게 필요한 덕목은 권력의 시녀가 되어 아첨, 아부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을 회복하여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진실 수호에 있습니다.
MBC는 공영방송입니다. 그래서 MBC 사장으로 누가 지원하는지 그리고 최종 선출은 누가 되는지 국민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방송이 그리는 세상에 따라 우리는 지도자를 뽑으러 투표장에 나가고 그 사람들이 우리 행복을 담보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대선 패배가 뼈아픈 것은 제대로된 방송사가 없었기 때문도 일조를 했다고 봅니다. 코 앞으로 다가온 MBC 신임 사장 선출 그래서 우리들이 더욱 관심 가져야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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