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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광복절 전야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피로감이 몰려왔다

8월 10일 5만 촛불이 서울광장을 가득 메웠고 어제는 광복절 전야,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4만여명(언론 추산)의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지금까지 범국민 집중 촛불집회는 7차까지 열렸고 두달동안 매주 국정원 규탄과 박근혜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며 거리에 나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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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이렇게 건전하고 의식 있는 시민들이 또 있을까요? 국가가 저지른 국기 문란 사건에 대해서 이처럼 인내하며 분노를 삭힐 줄 아는 국민들은 아마도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무더운 날 발 디딜 틈 없는 서울 광장에서 가족의 손을 잡고 또는 친구들끼리 3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촛불을 드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왔습니다.   



어제는 촛불집회 시작 전에 도로를 점거한 경찰과 가벼운 몸싸움도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우리가 신고한 집회의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고 도로를 막아서고 횡당보도를 통제하는 경찰들에게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경찰들은 전력을 보강하면서 촛불집회를 위축시키려는 듯 했습니다. 






광복절 전야 범국민 7차 촛불집회는 예전과 동일하게 아무일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여전히 집회 맨 앞자리에는 국회의원과 원로 인사분들이 자리를 지켰고, 거리 곳곳에서는 각종 단체들이 열심히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선전전을 펼쳤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7차에 걸친 촛불집회를 모두 참석하였습니다. 조금 무리스럽기는 했지만 다른 일정을 최대한 조정하여 범국민 촛불집회만은 꼭 참석하여 블로그에 소식을 담아왔습니다. 그런데 광복절 전야 어제 촛불집회는 좀 많이 피로하였습니다. 




 


너무나 많은 자유 발언과 각종 단체들의 공연들이 펼쳐졌는데 솔직히 재미있거나 흥이 절로 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무더운 날씨 탓도 있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촛불집회의 명분을 쌓는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실이 밝혀지고 국민들이 분노하고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은 석달이 넘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체된 데에는 새누리당의 전략적 시간끌기와 훼방이 주된 원인입니다. 즉 지금의 형세는 새누리당에게 민주세력이 끌려가는 양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흘러가는 시간은 명분을 쌓아가는 것이라기 보다는 시간을 죽이는 것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아쉬운 것은 우리들에게는 지도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외국의 성공한 사회 운동을 보면 보면 시민 지도자가 중심이 되어 국민들을 연합해 왔습니다. 결국 한명의 구심점이 있다는 것은 국민이 힘을 모으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작년 대선에 나왔던 문재인 안철수 의원 중에 한명이라도 촛불을 들고 국민과 함께 했더라면 8월 10일에 모았던 5만명은 한달전에 10만명이 되었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국민의 힘을 빠르고 거대하게 보여주었더라면 지금쯤 국정원 문제는 어떻게든 결판을 보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범국민 집중 촛불집회는 7차까지 왔고 대학생들의 60일 넘는 촛불집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광복절 전야 촛불집회 역시 아무일 없이 어물적 끝났버렸습니다. 단지 차수가 거듭될수록 촛불 갯수가 많아지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이슈나 이야기 거리가 없는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솔직히 지도부가 너무나 기나긴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변화없이 7차까지 자리를 지키는 시민과 학생들은 정말로 위대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생각이 너무 많으면 앞으로 전진할 수 없듯이 촛불집회 지도부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많아지는 이유는 남을 위할 때보다 자기를 위하는 이기심이 클 때 고민의 골은 더 깊어진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아직도 국정원 사태를 모르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언론의 통제 속에서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분들은 뉴스타파, 고발뉴스 등의 대안언론에 익숙해있고 트위터 등을 통해 자신만의 언론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촛불시민들도  소수입니다. 서울광장에 10만이 모인다해도 서울 시민의 100분에 1 밖에는 안됩니다. 


범국민 촛불집회는 우리들끼리 모여서 설익은 자유발언이나 듣고 노래 부르다가 돌아가는 우리만의 집회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국정원 사태의 진상을 알리고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광복절 전야 범국민 7차 촛불집회 돌아오면서 드는 생각은 매우 피로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구심점이 되어줄 지도자가 필요하고 촛불집회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