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자화자찬은 유행이 된 것 같습니다. 자신의 잘못은 별 것 아니고, 대수롭지 않은 일은 매우 잘했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것이 부끄럽거나 창피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자기 PR'시대로 접었들었다고 하지만 한명의 국민으로서 우리 세금으로 월급받는 사람들이 정신 못차리는 것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손바닥 꾹>
[KBS 뉴스9 대선보도 출처 : KBS]
▲ KBS 가장 공정한 방송?
KBS 신임사장은 2013년 신년사에서 '411총선과 대선 양대 선거를 가장 공정하고 성공적으로 치른 역동적인 한 해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KBS 사장의 자화자찬과는 매우 다르게 KBS방송문화연구소가 KBS옴부즈맨 교수진에게 의뢰한 18대 대통령 선거보도 공정성 연구 보고서에서는 "공정했다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이번 KBS 대선 보고서가 공정하고 권위가 있는 이유는 KBS 노사 양측의 합의 하에 진행된 연구 결과라는데 있습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연구 결과였다면 반대편의 흠집내기 비난으로 말미암아 내용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었겠지만 양쪽 모두의 의견이 반영된 보고서이기에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 대학의 신문방송학 교수가 주축이 되어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일을 기점으로 이전 100일간의 KBS 뉴스9를 모니터링하여 364건의 뉴스를 분석했다고 합니다. 대선 기간 동안 종편은 말할 것도 없고 지상파 방송의 불공정 보도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있어 왔습니다. 지난 대선 방송에서 워낙 MBC가 두각을 나타내는 바람에 슬며시 KBS 의 존재감이 사라졌지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고 '공정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KBS 2012 대선 출처 : KBS]
▲ 양적보도에서는 공정했지만 자세히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연구가 사측의 일방적인 연구조사였다면 공정했다고 평가내릴만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대선 후보에 대한 단순 양적 비중에서는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박근혜 후보가 1805초, 문재인 후보 1913초, 안철수 후보가 1011초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재인 후보가 분량이 많은 이유는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앵커대담 133초가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을 제외하고는 후보자간 뉴스 노출이 비슷하게 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불공정했다는 연구는 매우 자세한 부분에서 나타납니다. 박근혜 후보는 리포트를 내면서 자료화면을 58건 중에서 31건, 문재인 후보는 43건 중에서 17건에 불과했습니다. 이미지가 중요시 되는 선거에서 방송에 자료화면을 보여주고 안 보여주고는 매우 커다란 차이점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불균형은 후보에 대한 보도태도에 있었습니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8.6% (58건 중에 5건),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경우 60%(30건 중 18건)이었다고 합니다. 대선 방송 양적 보도에서 후보자간 차이가 없었다고 했지만 결국 많이 보여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보여주는 것이 공정 방송의 핵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화면 영상에 있어서 박근혜 후보는 클로즈 샷이 55.9%로 제일 많았지만, 문 후보는 미디엄 샷이 50.5%로 제일 많았습니다. 대선 후보에 대한 전면 클로즈 샷이 시청자들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는 것은 카메라를 만질 줄 아는 사람들의 상식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저도 TV 시청하면서 자주 느낀 것이지만 박근혜 후보는 웃는 모습이 가장 많았고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경직된 모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합니다. (자료 기사)
▲ 현상 이면의 불공정들
사건의 현상이라는 것이 표면적으로만 보면 전혀 문제될 것도 없고 공평하고 평등한 것처럼 인식될 수 있지만 조금만 현상의 본질을 파고 들어가면 '불공정과 꼼수'가 판을 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쯤되면 KBS 사장이 도대체 무슨 근거로 작년 대선 방송이 공정했다고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KBS 대선 보고서에서 밝혀진 가장 큰 불공정은 선거 보도량이 16대, 17대 대선에 비하여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5년마다 열리는 대선이기에 5년 전에 얼마만큼의 대선 보도가 있었는지 기억하고 있을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는 대선 방송은 매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출처: KBS 홈페이지]
▲ 대선 선거보도량이 줄었다는 의미
그런데 18대 대선은 그 어떤 선거보다도 '흥행바람'이 일지 않았던 것은 틀림없습니다. TV 토론도 거부되었고 토론 자체도 잘못된 룰 적용으로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미디어 환경은 해가 거듭할수록 발전했는데 선거보도가 현저히 줄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점입니다.
이것은 불공정함의 문제가 아니라 시청자 아니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매우 잘못된 일입니다. KBS 가 여타 상업방송사였다면 시청율에 따라 방송 편성이 되었다한들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KBS 는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면서 중요한 대선 보도량을 늘리기보다 줄였다는 것은 방송의 기능을 방치한 것과 다름 없습니다. 그리고 작년 대선에서 어느 편이 선거 흥행 바람이 일어나길 원했고, 또 원하지 않았던가를 잘 생각해보면 선거보도량과 대선 결과의 상관 관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제 KBS는 대선 보고서 결과를 놓고 빼도박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고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 할 것입니다. 방송 역사 5년 중에 가장 중요한 대선 방송을 불공정했다 평가 받고서도 '자화자찬'만 하고 있다면 국민의 방송으로서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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