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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SNL코리아, 풍자는 사라지고 선정성만 남았다

토요일밤의 버라이어티쇼 SNL코리아 '여의토텔레토비'가 3주째 불방되었습니다. 매우 즐겁게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방송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그런데 매우 공교롭게도 CJ그룹 비자금 수사 시점과 맞아떨어져 행간에 떠돌던 정권 눈치보기의 일환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 기업 비자금은 잘못된 것이다

기업이 떳떳하지 못한 돈을 숨겨두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그러나 유독 한 기업만 수사하고 수사의 강도가 특별하다고 느껴질 때는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뉴스타파는 5차에 걸쳐서 해외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국내 인사들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국내 굴지의 기업 관련자들의 이름이 나오고 있지만 그들이 압수수색 또는 전면 수사를 받고 있다고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CJ는 5월 20일부터 수사가 시작되어 수사의 진행 속도와 강도면에서 최고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사의 내용 중에는 이미 2008년에 문제가 되었고 수사기관의 충분한 검토까지 받은 사건이 다시금 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습니다. 수사를 받는 CJ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입니다. 







▲ 법 적용은 공평하게 

하지만 잘못을 한 것이 있으면 댓가를 치뤄야하는 것이 법이기에 CJ 수사 자체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그와 같은 수준의 수사력으로 여타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이뤄지길 바랄 뿐입니다. 어떤 회사는 이 잡듯이 수사를 하고 다른 기업은 수사조차 들어가지 않는 것은 분명 법의 공평성에 위배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CJ 그룹 비자금 수사와 같은 시기에 CJ가 운영하는 tvN 방송의 정치색이 갑자기 엷어진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사실입니다. 어떻게든 정권의 눈치를 보겠다는 대기업의 과잉충성인지 아니면 실제로 그것이 문제가 되어 자체적으로 삭제할 수 밖에 없었는 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SNL코리아 클라라 출연 출처 : SNL]




tvN의 인기 프로그램 SNL코리아에서는 지금까지 기가막힌 정치 풍자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하여 왔습니다. 위크앤업데이트를 통해 한주간의 시사 뉴스를 전해주었고, 특히 여의도텔레토비에는 각 정당과 정치인이 텔레토비가 되어 출연하여 현실 정치 풍자극을 보여 주었습니다. 





심지어는 진보논객이라고 불리우는 진중권씨까지 초대 손님으로 출연하여 재미있는 상황극을 연출하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SNL코리아는 '쇼'의 영역을 성인과 정치 영역으로까지 확대시켜 금기나 형식을 깨뜨린 나름대로 의미있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 CJ비자금 수사와 함께 사라져버린 풍자 코너

그런데 매우 우연치 않게도 CJ 그룹 비자금 수사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패러디가 사라졌고, 여의도텔레토비라는 한바탕 정치 풍자극이 불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미디어환경은 대기업의 눈치보기인지 아니면 권력의 재벌 길들이기 인지 구분하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분장 출처 : SNL]




개인적으로 저는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장과 얼굴 표정 등을 따라하는 개그맨의 노력이 가상하였고,  인형복장의 정치인 캐릭터가 나와서 세상을 너무 진지하지 않게 다루는 것도 유쾌하였습니다. 그러나 방송을 만드는 재벌은 그것마저 정권에 밑보인 것이 아닌가 두려워하는 것 같고 권력은 사람들보기에 너그러움과 거리가 있어 보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재벌이 미디어를 소유하는 것은 이와같은 불경한 추측을 가능하게 하기에 바람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도리어 이 전 정권은 재벌의 미디어 소유의 길을 활짝 열어주었고, 지금쯤 거기에 대한 단서 조항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듯 합니다. 그것은 바로 미디어는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끄라는 주문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SNL코리아 아이비 출연 출처 : SNL]




▲ 풍자는 사라지고 선정성만 짙어진다

SNL코리아가 우연치 않게 3주 전부터 풍자는 사라지고 선정성만 짙어지는 방송이 되어간다는 것, CJ비자금 수사와 전혀 상관이 없거나 만약 있다면 아주 깊은 연관성이 있을 것입니다. 정치가 풍자조차 눈에 거실린다고 하면 독재로 가는 지름길인 것이고 재벌방송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고 즐거움의 폭을 제한한다면 국민의 위한 방송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입니다. 


여의도텔레토비의 부활을 바라며 SNL의 수준 높은 정치 풍자 개그를 다시금 기대해봅니다.